[류효일의 밥상뒤집기] <5> 비싼 디저트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류효일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8-04 15:03:33

‘더 맛있게’가 아니라 ‘더 잘 기억되게’
사진 대화 관계를 남기는 과시적 소비

[Cook&Chef = 류효일 칼럼니스트] 주말 오후, 2만원에 가까운 케이크 한 조각을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이제 낯설지 않다. 설탕과 버터의 원가를 떠올리면 선뜻 합리적’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비싼 디저트에 열광할까. 

답은 맛의 안쪽이 아니라, 맛의 바깥에 있다

최근 한국의 디저트 문화는 단순한 후식이나 군것질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향유하는 일상적 문화 생활이자 ‘소확행’으로 자리 잡았다. 

올 2월 데이터 플랫폼 픽플리가 발간한 ‘디저트2026(Feat. 두쫀쿠)’에 따르면 소비자의 89.3%가 주 1회 이상, 52.5%는 주 3회 이상 디저트를 구매한다. 특별한 날의 이벤트가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을 위한 루틴이 된 셈이다. 과거에는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곁들여 주문하던 메뉴였다면, 이제는 “디저트를 먹으러 간다”가 방문의 목적이 됐다.

 한눈에 보는 디저트 소비 데이터 주요 조사 결과  사진 = 류효일 칼럼니스트

국내 디저트 관련 리포트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저트는 ‘먹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입장하는 티켓’이 됐다. 요즘 디저트 숍이 경쟁하는 지점은 레시피만이 아니다. 조명, 동선, 음악, 포장, 접시의 질감까지 촘촘히 설계해 한 조각의 디저트를 하나의 장면으로 만든다. 케이크는 혀에서 끝나지만, 그 공간에서 보낸 한 시간은 사진과 대화로, 그리고 관계의 기억으로 남는다.

둘째, 비싼 디저트는 취향의 언어이자 가격 신호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베블런(Veblen)이 <유한계급론>(1899)에서 언급한 과시적 소비처럼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는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비싸기 때문에’ 의미가 생긴다. “거기 다녀왔어”라는 짧은 문장은 단순한 후기라기보다, 내가 속하고 싶은 세계관을 설명하는 자기소개가 된다. 웨이팅은 불편이 아니라 권위의 장치가 되고, 한정 수량은 단순한 품절이 아니라 ‘선택받은 경험’이라는 신뢰를 연출한다.

셋째, 디저트는 작지만 확실한 위로다.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거대한 사치 대신 작은 사치를 고른다. 더불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을 거치며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될수록, 온라인 채널에서 이를 공유하고 인증하는 행태는 더 두드러졌다. 우리는 맛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분의 반전을 산다. 그래서 프리미엄 디저트의 경쟁력은 ‘더 맛있게’가 아니라 ‘더 잘 기억되게’에 있다.

맛의 경쟁에서 의미의 경쟁으로

결국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믿고 싶은 이미지를 구상하고 설계한다. 비싼 디저트의 시대는 맛의 전쟁이 아니라 의미의 전쟁이다. 한 조각이 비싼 이유는 레시피가 아니라, 그 조각이 남기는 이야기 값일지 모른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와 의미는 유행만큼 빠르게 바뀐다. 오늘의 줄이 내일의 줄을 보장하진 않는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장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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