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안 느는데 전기세만 는다"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 2026-08-10 15:04:17

폭염에 우는 소상공인...전기요금 체납 6년 새 두 배 2026년 08월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

[Cook&Chef = 허지은 기자] 올여름 폭염은 더 이상 계절적 변수가 아니라 소상공인의 매출 구조를 흔드는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보험연구원(KIRI)이 지난 18일 내놓은 '폭염재해와 기후 취약계층' 리포트는 폭염이 온열질환·가축 폐사 같은 눈에 보이는 피해 외에도 근로소득 감소와 매출 부진, 식중독 발생 증가로 인한 배상책임처럼 통계로 잘 드러나지 않는 손실을 함께 만들어낸다고 짚었다.

체감지표에서도 위기감이 확인된다. 지난 1일 발표된 '2026년 7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를 보면, 8월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는 71.0, 전통시장은 66.5로 두 지수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이전 최저치였던 1월(각각 76.1, 69.7)보다도 5포인트 안팎 더 떨어진 수치다.

판매실적과 자금사정, 구매고객 수 등 세부 항목이 일제히 나빠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비수기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의 체감은 통계보다 더 직접적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 씨(58)는 "튀김이나 어묵 국물처럼 온도에 민감한 메뉴가 많아서 에어컨을 끄면 재료 관리 자체가 안 된다"며 "여름엔 전기요금이 평소의 두 배 가까이 나오지만 손님은 오히려 더위 때문에 줄어드는 게 제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샌드위치집을 운영하는 최 씨(41)는 "냉장·냉동 진열대를 24시간 돌려야 하는 업종 특성상 전기요금은 손댈 여지가 없는 고정비"라며 "매출은 안 느는데 여름철 관리비만 계속 오르는 구조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기요금과 식자재 물가, 대출이자가 동시에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일반용 전기요금 체납액은 1217억500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577억3000만원)의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같은 시기 전국에서 일반용 전기요금을 내지 못한 곳은 12만3800호에 이르렀다. 상가·매장이 주로 쓰는 일반용 전력 요금 체계가 소상공인의 실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일반용 전력에도 계절·시간대별 요금 체계를 확대 적용하면서 저녁 시간대 영업 비중이 높은 업종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기요금뿐 아니라 대출 부담도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섰고 연체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은 정체된 상태에서 전기요금과 대출이자가 동시에 오르다 보니 여름철 냉방비는 단순한 계절 지출이 아니라 폐업 여부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 없이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여름 한철 매출 부진이 하반기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요금 지원을 넘어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세 사업장의 노후 냉방설비 교체와 단열·환기 시스템 개선을 지원하고, 폭염을 일종의 재난으로 보고 긴급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해 폭염 시기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별도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에너지 바우처나 납부 유예 같은 한시적 지원책은 이미 시행 중이지만, 업계는 근본적인 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동안 일반용보다 낮은 산업용이나 별도의 영업용 요금 체계를 적용해 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산업용 수준의 적용이 당장 어렵다면 소상공인 전용 요금 구간을 신설하는 절충안이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폭염이 매해 반복되는 구조적 리스크로 굳어지는 사이 대응은 여전히 한시적 지원에 머물러 있다. 전기요금 체납액이 6년 새 두 배로 불어나는 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바우처와 납부 유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 여름이 오기 전, 요금 체계 자체를 손보는 논의가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Cook&Chef /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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