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테이블]'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 콩테 치즈와 한 소년의 성장

조소현 기자

cnc02@hnf.or.kr | 2026-07-23 15:04:13

눈으로 맛보는 프랑스 대표 치즈 ... 2024 칸영화제 수상작
우유를 통한 자연의 숙성과 인간의 노동 가치를 통한 완성
사진='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포스터

[Cook&Chef = 조소현 기자] 술과 파티를 즐기며 철없이 살아가던 18살 또똔.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잃는다. 제 인생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또똔은 하루아침에 일곱 살 여동생까지 책임지는 가장이 된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아버지가 운영하던 치즈 공장의 돈이 될 만한 물건까지 모두 처분하고, 마을의 치즈 공장에 취업하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콩테 치즈 대회에 대해 알게 된 또똔은 금메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상금은 3만 유로. 동생과 살아가기 충분한 돈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일에는 관심도 없고 놀기 바빴던 또똔에게 치즈 만들기는 낯설기만 하다. 

가진 것이라곤 패기뿐인 또똔은 무작정 치즈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삶의 무게와 책임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사진='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스틸컷

쥐라가 빚어낸 치즈, '콩테'
끝없이 펼쳐지는 푸르른 목초지와 그 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젖소들. 영화는 프랑스 대표 치즈, 콩테(Comté)의 산지인 프랑스 동부 ‘쥐라(Jura)’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또똔이 사는 마을의 생계는 대부분 소를 키우고 ‘콩테(Comté)’ 치즈를 만드는 것이다. 

사진='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스틸컷

콩테는 쥐라 산악지대에서 생산된 원유만 사용할 수 있으며, 몽벨리아르(Montbéliarde)와 프랑스 심멘탈(French Simmental) 두 품종의 젖소에서 얻은 원유로만 만든다. 최소 4개월 이상 숙성하며, 24개월 이상 숙성하기도 한다. 

쥐라의 다양한 야생 식물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젖소의 먹이는 우유의 풍미를 만들고, 이는 치즈의 향과 맛으로 이어진다. 

콩테는 와인처럼 지역의 자연환경과 계절, 생산자의 손길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테루아(terroir, 프랑스어로 풍토를 뜻한다.)의 치즈'로 평가받는다. 테루아란 토양과 기후, 식생, 미생물, 계절, 생산자의 기술까지 한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가 만들어내는 고유한 풍미를 뜻한다.

같은 콩테라도 어느 목초지에서 생산됐는지, 어떤 계절에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고 얼마나 숙성했는지에 따라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게 된다.

사진='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스틸컷

서툰 소년, 어른이 되어가다
어느 날 또똔은 마리의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로 만든 치즈를 맛본 사람들이 "꽃향기가 난다", "품질이 뛰어나다"라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콩테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마리의 우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또똔은 결국 마리의 우유를 몰래 가져와 치즈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자기 처지만 불쌍하다고 여기던 또똔은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목장을 지키는 마리의 삶을 보며, 좋은 치즈는 좋은 우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묵묵한 노동과 책임감 위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우유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던 만남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마리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변해간다.

사진='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스틸컷

영화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또똔의 성장에 포개어 놓는다. 자연이 내어준 그대로의 원유는 그냥 치즈가 되지 않는다. 팔을 다 데며 뜨거운 열을 견디고, 무거운 덩어리를 들어 올리는 고된 노동을 거친 뒤 오랜 숙성의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하나의 콩테가 완성된다. 

사진='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스틸컷

또똔 역시 상실과 실패, 노동, 그리고 사랑을 통해 조금씩 변해간다. 좋은 콩테가 긴 시간과 정성을 거쳐 깊은 풍미를 얻듯, 또똔도 삶이 던지는 시련을 견디고 타인을 이해하며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른이 된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 완성되는 것은 콩테 치즈 한 덩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성장이다.

7월 25일 '와인과 치즈의 날'. 인생의 깊은 풍미를 담은 영화 한 편과 치즈 한 조각 즐겨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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