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먹는 습관, 비만의 지름길…“AI가 식사 속도 알려준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23 18:32:24
천천히 먹는 습관, 비만 예방의 첫걸음
[Cook&Chef = 송채연 기자]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또 한 번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캐슬린 켈러 교수 연구팀은 어린이의 식사 영상을 분석해 음식 섭취 속도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 ‘바이트트랙(ByteTrack)’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7~9세 어린이 94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음식을 네 차례 제공하며 식사 장면 242개(1,440분 분량)의 영상을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훈련한 결과, 바이트트랙은 사람이 직접 분석한 결과와 비교해 최대 97%의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이 부모나 보건 전문가가 아이의 식습관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식사, 포만감보다 ‘과식 신호’ 앞선다
연구에 따르면 식사 속도가 빠를수록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 음식을 빠르게 삼키면 위가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이미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가게 된다. 켈러 교수는 “빨리 먹을수록 위가 포만 신호를 제때 보내지 못해 과식을 유발한다”며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어린 시절부터 체중이 빠르게 증가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입의 크기가 클수록 질식 위험이 높아진다는 별도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얼마나 많이’보다 ‘얼마나 빨리’ 먹는지가 건강의 변곡점이 되는 셈이다.
식습관을 교정하는 AI, 식탁 위에 등장
기존의 식사 속도 연구는 대부분 실험실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져 대규모 분석이 어려웠다. 연구자가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며 단위 시간당 ‘한입 횟수’를 세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트트랙은 딥러닝 기반의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어린이가 언제, 어떤 속도로 음식을 입에 넣는지 자동으로 계산한다.
AI는 카메라에 얼굴이 명확히 잡힐수록 정확도가 높았고, 숟가락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경우에는 인식률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 학습을 통해 70~97% 정확도를 달성하며, 실제 생활 적용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를 주도한 야샤스위니 바트 연구원은 “향후에는 아이가 너무 빨리 먹을 때 ‘천천히 먹으세요’라고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며, “AI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는 빠른 속도에 익숙하다. 식사마저도 효율의 이름으로 단축되었다. 하지만 허겁지겁 먹는 습관은 소화 불량, 위산 역류,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이어지며 결국 비만과 대사질환의 원인이 된다. 식사 시간을 의식적으로 15분 이상 유지하고, 한입 한입 천천히 씹는 것만으로도 체중 조절과 혈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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