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가공식품' 첫 연방 정의 추진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 2026-10-13 15:00:17

식품업계는 '탈색소·클린라벨'로 선제 대응
사진=ChatGPT

[Cook&Chef = 허지은 기자] 초가공식품(UPF)이 식품 규제의 새로운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사상 처음으로 연방 차원의 UPF 정의안을 마련해 최종 검토 단계에 제출했다. 당장 판매를 막는 규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식품 표시와 광고, 영양정책의 기준선이 될 수 있어 글로벌 식품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70%라는 숫자, 규제의 출발점
UPF는 여러 단계의 산업적 가공을 거치고 가정에서 흔히 쓰지 않는 성분·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을 통칭한다. 가공 정도에 따라 식품을 4단계로 나누면 가장 많이 가공된 단계에 해당하며 포장 스낵과 탄산음료, 인스턴트 라면, 일부 냉동피자와 아이스크림 등이 예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섭취 규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UPF가 미국 식품 공급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어린이는 섭취 열량의 60% 이상을 이런 식품에서 얻는 것으로 추정한다. 건강과의 연관성을 보고하는 연구도 쌓이고 있다. 호주 디킨대 연구팀이 성인 3만9,544명을 중앙값 25.1년 추적한 결과, UPF를 가장 많이 먹은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19% 높았다. 브라질 연구팀이 14개 코호트(69만여 명)를 종합한 분석에서는 섭취량이 가장 많은 사람의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4% 높았고 UPF 섭취 비중이 10%포인트 늘 때마다 위험이 13% 증가했다. 다만 FDA도 UPF가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규제는 세계적 흐름…빅푸드는 이미 움직였다
UPF를 직접 규제하는 나라는 아직 많지 않다. 유럽연합(EU)은 UPF 자체보다 전면 영양표시(FOP) 강화 쪽으로 가고 있고, 칠레는 전면 경고표시에 어린이 대상 마케팅·학교 내 판매 제한을 결합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는 경고표시와 세금 정책을, 브라질은 학교급식에서 UPF를 크게 제한하는 정책을 쓴다. 범미보건기구(PAHO)에 따르면 30개국 이상이 전면 경고표시 도입을 평가하거나 논의 중이다.

기업들은 규제가 확정되기도 전에 제품을 뜯어고치고 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2027년 말까지 미국 제품에서 인증 합성색소를 없애기로 하고, 색이 필요 없으면 제거(Remove), 천연 대체재가 있으면 대체(Replace), 마땅한 대체재가 없으면 재설계(Reinvent)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제너럴밀스는 럭키참스·트릭스 등 시리얼에서 인공색소를 뺐고 2027년 말까지 미국 전 제품으로 확대한다. 네슬레는 2026년 말까지 전 세계 제품에서 인공색소를 없애겠다고 밝혔고, 월마트는 2027년 1월까지 자체 브랜드 제품의 30여 개 성분을 제거하기로 했다. 펩시코는 치토스·도리토스 신제품을 인공향·색소 없이 내놓고 있다.

서두르는 이유는 성분을 바꾸는 데 제품 개발과 원료 조달, 생산 시험, 유통기한 검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제 경쟁은 단순한 '무첨가' 표시가 아니라 첨가물 제거에서 대체원료 확보, 리포뮬레이션(재설계), 클린라벨 마케팅까지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한국은…”공포 아닌 과학적 기준"
국내 전문가들은 '공포'보다 '과학적 기준'을 강조한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전 대한영양사협회장)는 살균·냉동·발효·포장이 식품의 안전성과 저장성을 높이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가공 정도만 따질 것이 아니라 당류·나트륨·포화지방, 식이섬유·단백질 등 영양 구성과 섭취 빈도·양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에는 ‘UPF 딱지'를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류·나트륨을 낮추면서 맛·가격·편의성을 지키는 리포뮬레이션 역량이, 정부에는 한국인이 어떤 UPF를 얼마나 먹는지 파악해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중소기업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K-푸드 수출 기업에는 더 현실적인 과제다. 라면·스낵·음료·간편식을 수출하는 업체라면 미국 정책이 확정되길 기다리기보다 수출제품의 원료·첨가물을 전수조사하고, 미국 기준에 맞는 대체원료를 확보하며, 영양·표시·마케팅 변경 시나리오를 미리 짜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2026년부터 거의 모든 가공식품으로 영양표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Cook&Chef /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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