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봄을 비비다, 봄동 비빔밥 열풍의 배경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04 23:56:37

제철 식재료가 만든 한식 트렌드 [사진=나무위키 / 봄동비빔밥]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최근 외식업계와 SNS를 중심으로 ‘봄동 비빔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정 셰프나 식당의 메뉴를 넘어 일반 한식당과 가정식 레시피까지 퍼지며 하나의 계절 메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남해안과 서남해 지역에서 겨울 채소로 소비되던 봄동이 이제는 봄철 대표 식재료로 재조명되며 비빔밥이라는 한식의 대표적인 조리 방식과 결합해 새로운 메뉴로 확장되고 있다. 계절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메뉴가 빠르게 확산되는 최근 한식 트렌드 속에서 봄동 비빔밥은 제철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봄동은 배추와 같은 종인 Brassica rapa 계열 채소로, 일반 배추와 달리 잎이 결구되지 않고 바닥에 납작하게 퍼지는 형태로 자란다. 주로 전남과 경남 남해안, 제주 지역에서 겨울 노지 재배가 이루어지며 2월에서 3월 사이 수확된다. 일반 배추보다 잎 조직이 부드럽고 수분 함량이 높으며 단맛과 풋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래전부터 김치보다는 겉절이나 나물, 국 재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한국농어촌경제신문 / 봄동밭]

‘봄동’이라는 명칭이 고문헌에 직접 등장하는 기록은 많지 않지만, 결구되지 않은 어린 배추를 봄철 채소로 소비한 문화는 조선 후기 문헌에서 확인된다. 18세기 홍만선이 편찬한 『산림경제』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는 겨울철 재배 가능한 채소와 배추 재배법을 상세히 기록하며 추운 계절에도 밭에서 채소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특히 『임원경제지』의 농서 부분에서는 배추류 채소가 겨울과 초봄 식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등장한다. 또한 19세기 생활서인 『규합총서』에는 어린 채소를 바로 무쳐 먹는 겉절이 방식이 소개되는데, 이는 결구되지 않은 어린 배추를 즉석에서 무쳐 먹는 식문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봄동이라는 이름은 근대 이후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봄철 어린 배추를 신선 채소로 소비하는 식문화 자체는 조선 후기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해석된다.

영양학적으로 봄동은 봄철 채소 가운데서도 영양 밀도가 높은 식재료로 평가된다. 배추류 채소는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 량이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겨울 동안 서서히 성장한 잎 채소는 항산화 성분이 상대적으로 높게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봄동에는 칼륨과 엽산 역시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체내 전해질 균형과 세포 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특성은 겨울 이후 부족해지기 쉬운 신선 채소 섭취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봄철 나물과 채소가 식탁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계절적 영양 보충 기능과 관련이 있다.

최근 봄동이 비빔밥의 주요 재료로 떠오른 배경에는 외식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 첫째는 제철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다. 로컬 식재료와 계절 메뉴를 강조하는 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봄동 역시 ‘봄을 알리는 채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둘째는 조리 방식의 간결성이다. 봄동은 가열 조리 없이도 바로 무쳐 사용할 수 있어 메뉴 개발과 운영이 용이하다. 셋째는 시각적 요소다. 잎이 얇고 색이 선명해 봄철 이미지를 전달하기 좋으며, SNS를 통해 사진 콘텐츠로 확산되기에도 유리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며 봄동 비빔밥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대중적인 메뉴로 확산되고 있다.

봄동 비빔밥의 조리 방식 역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봄동을 간장이나 된장 양념으로 가볍게 무쳐 밥과 비비는 형태다. 여기에 참기름과 깨를 더해 봄동 특유의 풋향을 강조하는 것이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최근에는 봄동을 생채로 활용해 간장 드레싱을 사용하는 방식, 봄동과 제철 해산물을 결합하는 방식, 들기름과 된장을 활용해 풍미를 강화한 방식 등 다양한 변형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봄동을 살짝 그릴하거나 튀김 형태로 활용해 식감 대비를 강조하는 시도도 나타난다.

이러한 봄동 비빔밥 열풍은 한식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특정 식재료가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소비되는 ‘마이크로 시즌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미나리, 달래, 냉이, 제피와 같은 향채류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주목받는 현상 역시 같은 흐름이다. 계절 식재료를 중심으로 메뉴가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는 한식 외식 시장에서 점점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유행은 비교적 짧은 주기를 갖는 경우가 많다. 봄동 비빔밥 역시 봄철 시즌 메뉴로 일정 기간 인기를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인 유행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계절 메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외식업계에서는 이미 달래 비빔밥, 미나리 덮밥, 냉이 리소토와 같은 메뉴 개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제철 식재료 중심의 메뉴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결국 봄동 비빔밥 열풍은 한식이 지닌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계절성’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특정 식재료가 계절과 함께 등장하고 사라지는 흐름은 한식 식문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앞으로도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며 한식의 계절적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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