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음주운전 논란, 셰프의 '도덕적 자본' 시험대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2026-01-20 23:07:27

[Cook&Chef = 오요리 기자] 한식 조리기능장 임성근 셰프의 음주운전 전력 고백이 외식업계와 대중에게 중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로 확보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방송 활동을 예고했던 그의 고백은 개인의 과오를 넘어, 공인으로서 셰프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유명 셰프의 사생활 문제가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소비자와 미디어가 반응하는 방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고백 시점과 내용의 진실성을 둘러싼 논란, 팬덤의 조직적 대응은 과거와 달라진 사회적 기준과 대중의 감시 수준을 입증한다. 외식업계는 이제 맛과 기술을 넘어 인물의 도덕성까지 평가받는 시대에 직면했다.


'선제적 고백'의 이면과 사실관계 불일치


사건은 지난 18일, 임성근 셰프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서 시작됐다. 그는 "10년에 걸쳐 3번 음주운전을 했다"고 밝혔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주요 방송 출연을 앞둔 시점에서의 '양심 고백' 형태를 띠었다. 그는 "어마어마한 사랑이 부담스러워 마음속에 있는 것을 털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고백이 순수한 자기반성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이 확산했다. 19일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임 셰프의 영상 게시 시점은 해당 매체가 그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 직후였다. 언론 보도에 앞서 스스로 문제를 공개해 파장을 최소화하려 한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설명과 실제 판결 내용의 불일치다. 임 셰프는 "가장 최근은 5~6년 전"이며 "술에 취해 차 시동을 걸어놓고 자다가 적발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음주운전은 2020년 1월 15일 오전 6시 15분경 발생했다. 면허 취소 수준(0.08%)을 초과하는 상태로 약 200m를 운전했다.

그는 2009년과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200만 원,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상습범이었다.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고백의 시점과 내용 축소 정황은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을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강화된 법규, 음주운전에 대한 무관용 원칙


임성근 셰프의 사건이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적 처벌이 강화된 시대적 상황이 존재한다. 과거 '실수'로 관용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이제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잠재적 살인' 행위로 규정된다.

2023년 개정된 도로교통법, 이른바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재범 가중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10년 내 재범 시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5년 이내 음주운전자 중 재범 비중은 약 40%에 달해 상습성의 위험은 데이터로 증명됐다.

정부는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상습 음주운전자가 면허를 재취득할 경우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가 시행된다. 이 장치는 호흡을 감지해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 이상이면 차량 시동을 차단한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변화는 음주운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다. 임 셰프의 반복된 범죄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이며, 대중이 그의 고백을 단순한 과거의 잘못으로 넘기지 못하는 핵심 이유다.


팬덤의 변모, '맹목적 지지'에서 '적극적 책임 요구'로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부분은 팬 커뮤니티의 반응이다. 과거 공인의 논란 발생 시 팬덤은 '감싸기'나 '침묵'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 시즌2 갤러리’는 19일 성명문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대응을 보였다. 이들은 임 셰프의 행위를 '중대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방송 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성명문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영향력이 큰 인물이 3회 음주운전을 고백한 상황에서 ‘사과했으니 넘어가자’는 접근은 사회적 상식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과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행위의 '반복성' 자체가 재발 위험에 대한 합리적 우려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팬덤의 요구는 개인에 대한 비난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임 셰프에게 예정된 방송 활동의 자진 하차와 자숙,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 제시를 요구했다. '상시 대리운전 이용 원칙', '음주 관련 콘텐츠 운영 기준' 등 검증 가능한 이행 계획을 촉구한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인이 되기를 바라는 성숙한 팬덤의 목소리다.

나아가 이들은 방송사와 제작진, 플랫폼과 광고주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출연자 검증 시스템 강화와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 관점에서의 협업 재검토를 요구하며, 논란의 책임을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시켰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 수용자를 넘어, 콘텐츠 생산과 유통 과정에 개입하는 '감시자'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방송가의 즉각적 조치, '도덕적 리스크' 관리


팬덤의 성명과 악화된 여론에 방송가는 신속하게 반응했다. JTBC ‘아는 형님’과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측은 임성근 셰프의 출연을 취소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놀면 뭐하니?’ 등도 출연 여부 재검토를 밝혔다. 이는 방송 콘텐츠에서 출연자의 도덕성이 중요한 '리스크 관리' 요소가 되었음을 방증한다.

과거에는 논란 발생 시 방송사가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부정적 여론의 전파 속도는 매우 빠르다. 도덕적 결함이 있는 출연자를 기용하는 것은 프로그램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며, 광고주 이탈과 같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방송사의 '손절'은 임 셰프 개인을 넘어 외식업계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셰프가 방송으로 인지도를 얻고 이를 사업과 연결하는 '셰프테이너' 모델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방송 출연 중단은 경제적 활동의 위축을 의미한다. 셰프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됨을 보여준다.


외식업계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 '도덕적 자본'


임성근 셰프의 사례는 외식업계가 '도덕적 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이제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드는 셰프와 브랜드를 둘러싼 윤리적 가치까지 소비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한 유명 셰프의 개인적 일탈은 해당 셰프의 레스토랑, 광고 제품, 심지어 그가 속한 한식 카테고리 전체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외식업이 단순히 음식을 파는 서비스업을 넘어, 셰프 개인의 평판과 서사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인물 산업'의 특성을 띠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식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요구된다. 스타 셰프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추도록 하는 내부 교육이나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외식 관련 기업이나 방송사는 파트너 선정 시 과거 이력 검증, 즉 '레퓨테이션 체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성근 셰프는 SNS를 통해 2차 사과를 예고했으나, 이미 신뢰에 큰 균열이 간 상황에서 여론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의 사과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이 개인의 신뢰 회복 문제를 넘어, 한국 외식업계 전체가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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