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여름, 알알이 터지는 단맛 초당옥수수

서진영 기자

cnc02@hnf.or.kr | 2026-06-08 18:15:33

허기를 달래던 옥수수의 기억에서 한식 다이닝의 계절 식재료가 되다. [사진=상하농원 / 초당옥수수]

[Cook&Chef = 서진영 기자]여름의 옥수수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식탁에 익숙한 식재료였다. 한 솥 가득 쪄낸 찰옥수수, 알갱이를 말려 만든 강냉이, 옥수수 가루로 쑨 죽과 범벅은 풍족한 음식이라기보다 허기를 달래던 곡물이었다.  쌀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옥수수는 산간 지역과 농촌에서 중요한 식량이었고, 강원도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옥수수 음식이 형성됐다.

여름 식탁에서 주목받는 초당옥수수는 과거의 옥수수와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찰옥수수가 전분의 찰기와 구수한 맛으로 먹는 옥수수라면, 초당옥수수는 높은 당도와 수분감, 아삭한 식감으로 소비되는 품종이다. 생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 당도가 높고, 조리했을 때도 단맛과 곡물 향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는다. 이 때문에 초당옥수수는 단순한 여름 간식에서 벗어나 한식 다이닝에서 계절을 표현하는 식재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옥수수의 원산지는 중남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재배되던 옥수수는 15세기 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됐고,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설명된다. 문헌상으로는 조선 후기 농서인 『증보산림경제』에 옥수수 관련 기록이 등장한다. 이후 옥수수는 쌀농사가 어려운 지역에서 식량을 보완하는 작물로 자리 잡았다.

조선 후기와 근대의 옥수수는 오늘날처럼 미식의 재료라기보다 생존과 밀접한 작물이었다. 척박한 땅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고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산간 지역에서는 곡물 대용으로 쓰였다. 옥수수죽, 옥수수범벅, 옥수수개떡, 올챙이국수 등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이 음식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지역의 생활과 기후, 농업 조건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사진= 인하네 / 초당옥수수]

초당옥수수는 이와 다른 시기에 등장한 품종이다. 초당옥수수는 영어권에서 슈퍼 스위트 콘으로 불리는 계열의 옥수수다. 1950년대 미국 농업 연구 과정에서 당분이 전분으로 전환되는 속도와 관련된 자연적 돌연변이 특성이 주목받았고, 이후 교배 육종을 통해 상업적 품종으로 발전했다. 이때의 핵심은 초당옥수수가 유전자 조작 농산물, 즉 GMO가 아닌, 자연적으로 나타난 특성을 선발하고 교배해 개발한 품종이다.

일반 옥수수는 수확 후 시간이 지나면 당분이 전분으로 바뀌면서 단맛이 빠르게 줄어든다. 찰옥수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보다 전분질의 식감이 강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초당옥수수는 당분이 전분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일반 찰옥수수의 당도는 보통 5~10브릭스 미만으로 설명되며, 초당옥수수는 재배 환경과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16~18브릭스 수준의 당도를 갖지만 20브릭스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는 특정 품질, 수확 시기, 재배 조건에 따른 수치로 보인다.

초당옥수수의 식재료적 특징은 단맛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생으로 먹었을 때는 알갱이가 아삭하게 터지는 먹는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열을 가하면 단맛이 부드러워지고 옥수수 특유의 곡물 향이 살아난다. 굽거나 찌면 수분이 일부 줄어들면서 단맛과 고소함이 응축된다. 이처럼 생식, 찜, 구이, 퓌레, 죽, 디저트 등으로 조리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초당옥수수의 매력이다.

우리가 초당옥수수가 비교적 최근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제주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대되면서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주, 전남 해남과 고흥, 담양, 경남 일부 지역 등이 주요 산지로 언급되며, 최근에는 충청권과 강원 일부 지역에서도 재배가 이루어진다.

초당옥수수의 출하 시기는 대체로 5월 말에서 8월 사이로 볼 수 있다. 제주 지역은 기후와 재배 방식에 따라 다른 지역보다 이른 시기 출하가 가능하고, 남부권과 내륙 지역은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저장성이 긴 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초당옥수수는 제철성이 강하다. 이 점은 한식 다이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식 다이닝은 사계절의 식재료를 활용해 코스의 흐름을 구성한다.

한식 다이닝에서 초당옥수수를 바라볼 때 핵심은 ‘단맛의 사용 방식’이다. 한식의 단

[사진=우리의식탁 / 초당옥수수밥]

맛은 전통적으로 조청, 꿀, 엿, 과일, 대추, 곶감 등에서 만들어졌다. 현대 조리에서는 설탕과 물엿도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한식 조리에서는 식재료가 가진 자연스러운 단맛을 활용하려한다.

해산물과의 초당옥수수 조합은 단맛과 전복, 게살, 새우, 성게처럼 감칠맛과 짠맛을 지닌 재료와 균형을 이룬다. 특히 여름철에는 차갑게 낸 초당옥수수 퓌레나 옥수수죽에 해산물을 곁들여 코스의 시작 부분에 배치할 수 있다. 이는 단맛을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해산물의 풍미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굽게 되면 수분이 일부 날아가면서 단맛이 농축되고 표면에 구운 향이 생긴다. 여기에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장류를 소량 더하면 단맛과 짠맛, 발효 향의 균형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버터를 바른 옥수수구이와 달리, 장류를 활용하면 한식 조리의 방향성이 분명해진다. 들기름, 참기름, 깨, 김, 고춧가루, 초피 등도 조합 가능한 식재료이다.

밥으로 풀어내는 방식도 한식적이다. 초당옥수수를 쌀과 함께 지으면 옥수수의 향과 단맛이 밥에 배어든다. 여기에 간장 양념장, 들기름, 김, 제철 나물, 버섯 등을 곁들이면 계절밥으로 구성할 수 있다. 찰옥수수밥이 구수함과 씹는 맛을 중심으로 한다면, 초당옥수수밥은 향과 수분, 단맛이 강조된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조리해야 초당옥수수의 장점이 살아난다.

디저트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초당옥수수는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무스, 양갱, 빙수, 크림, 타르트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한식 기사에서는 서양 디저트 사례를 나열하기보다 한식 디저트와의 연결을 보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초당옥수수 크림에 조청, 콩가루, 인절미, 튀밥, 약과, 깨, 잣 등을 조합하면 한식적 후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옥수수 양갱이나 옥수수 다식처럼 전통 과자의 형식을 빌리는 방식도 가능하다.

초당옥수수는 과거 옥수수가 지녔던 구황의 기억과는 다른 위치에서 소비된다. 허기를 달래던 작물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오늘날에는 제철성과 단맛, 식감, 색감을 활용하는 현대적 식재료가 되어 간다.

여름 한철, 알알이 터지는 단맛을 가진 초당옥수수는 한식 다이닝에서 계절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다. 죽으로 만들면 곡물의 부드러움이 살아나고, 구우면 단맛과 향이 응축되며, 밥에 넣으면 여름의 향이 더해지고, 후식으로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단맛을 낼 수 있다. 초당옥수수는 새로운 재료이지만 한식의 조리 문법 안에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허기를 달래던 옥수수의 기억에서 출발해, 오늘날 한식 다이닝의 계절 식재료로 말하고 있다.

Cook&Chef / 서진영 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