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Column / 음식평론가 최수근 조리박물관장, 셰프의 꿈> 직장을 떠나는 것도, 남는 것도 용기다
최수근
skchoi52@hanmail.net | 2021-05-11 08:15:12
- 사람이 살면서 신뢰감을 주고 사는 것이 올바른 길
곰곰이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다. 대개는 2-3배의 봉급을 더 주는데, 무려 10배의 돈을 더 주겠다고 하니, 이상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알아보니 이 사람은 스페인의 별장에서 일할 요리사를 구하고 있었는데, 돈이 궁한 유학생의 신분에 이런 제의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장 생활의 수준과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데 왜 이것을 거절 하겠는가? 하지만 며칠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한림의 이철종 사장님을 배신할 수 없었다. 얼마의 돈 때문에 직장을 옮긴다면 평생을 반복하여 직장을 바꾸는 사람이 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도와준 사장님께 참 감사하다.
파리에 오게 된 동기도 삼성원에서 밥을 먹던 학생들이 프랑스에 유학을 가서 한국 식당 주인에게 한국의 삼성원 주방장이 음식을 참 잘하는데, 이 분을 모셔오면 성공할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어, 이 주인이 서울에서 데려왔다고 한다. 사장님은 혼자 초청되어 열심히 노력하여 돈을 모아 지금의 식당을 만드셨다고 한다.
그것을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 프랑스에서 귀국한지가 30년이 넘었음에도 한림하고의 인연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생각하건대 직장에 남는 것도 용기이고, 떠나는 것도 용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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