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가면 잊히는 식중독, 아직 노로바이러스가 있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27 20:44:25
손 씻기와 완전 가열이 최선의 예방
[Cook&Chef = 송채연 기자] 추운 계절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중독 걱정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운 계절이야말로 감염성 위장염이 급증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 중심에는 바로 노로바이러스(Norovirus)가 있다.
세균은 멈춰도, 노로바이러스는 살아남는다
일반적인 식중독균은 낮은 온도에서 번식이 느려지지만, 노로바이러스는 추위를 오히려 버텨내는 특징이 있다. 영하의 온도에서도 몇 달간 생존하며, 극히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이 일어난다. 감염 시 구토, 설사, 복통 등 급성 위장염 증상이 나타나며, 대부분은 수일 내 회복되지만 영유아나 고령자, 면역이 약한 사람은 탈수로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알코올 소독에도 강한 내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린이집이나 요양시설, 학교처럼 다수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한 명의 감염이 순식간에 집단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굴, 반드시 ‘속까지 익혀야’ 안전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주요 원인은 익히지 않은 해산물, 특히 생굴이다. ‘가열조리용’이라는 문구가 표시된 굴 제품은 말 그대로 완전 가열을 전제로 판매된다. 조개나 굴을 살짝 데치는 정도로는 안전하지 않으며, 중심부 온도 85℃ 이상에서 1분 이상 조리해야 바이러스가 사멸된다.
냉동 굴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노로바이러스는 냉동 상태에서도 살아남기 때문에, 날것으로 섭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충분히 익혀 먹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손 씻기와 교차오염 방지가 핵심
감염의 또 다른 경로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차오염이다. 해산물과 채소를 같은 도마에서 손질하거나,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채 음식을 다루면 바이러스가 쉽게 옮겨 붙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식재료별로 조리도구를 구분하고, 행주와 수세미는 끓는 물(85℃ 이상)에 1분 이상 삶거나 염소계 소독제로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한다.
또한, 조리자는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손톱 밑까지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최소 2~3일은 조리 업무를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노로바이러스는 완치 후에도 잠시 동안 배출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백신 없는 바이러스, 위생이 유일한 방패
노로바이러스에는 현재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결국 손 씻기와 충분한 가열조리만이 감염을 막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기온이 내려갔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덜 익힌 해산물 한 점, 소홀한 손 씻기 한 번이 집단 감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식중독은 계절이 아닌 습관이 만든 결과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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