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카이세키’의 대가
청담동‘아오야마(靑山)’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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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f Story 
 

일식 ‘카이세키’의 대가
‘아오야마(靑山)’ 박범순 Chef  

 

미식가들이 많기로 소문난 서울 청담동에서도 21년 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오야마’(靑山)는 꽤 알려진 정통일식집이다. 특히 제철 생선과 식재료를 이용하는 전통 가이세키(會席) 요리로 유명하다.  청담동 남강빌딩 지하 1층 아오아먀에 들어서자 활짝 핀 벚꽃나무가 손님을 맞는다. 한 눈에 분위기가 밝아질 만큼 화려한 벚꽃이다.

 

“음식 하나에 꽃이 흩날리고, 단풍이 떨어지고...한마디로 예술이지요”

제철 생선과 식재료로 만드는 전통 일식 코스요리 ‘가이세키’의 대가 
 

[Cook&Chef 조용수 기자] 미식가들이 많기로 소문난 서울 청담동에서도 21년 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오야마’(靑山)는 꽤 알려진 정통일식집이다. 특히 제철 생선과 식재료를 이용하는 전통 가이세키(會席) 요리로 유명하다.  청담동 남강빌딩 지하 1층 아오아먀에 들어서자 활짝 핀 벚꽃나무가 손님을 맞는다. 한 눈에 분위기가 밝아질 만큼 화려한 벚꽃이다. 가게 안에는 일본식의 작은 연못이 있고, 봄에는 사쿠라를, 가을에는 단풍나무를 배치해 계절에 따라 다른 일본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다다미가 깔린 방마다 꽃과 그림, 장식물 등 소품도 계절에 맞춰 달라진다. 일본요리의 특성인 ‘오감’(五感)을 충족하는 요리점에 맞게 계절에 따라 음식과 그릇과 실내 분위기를 정기적으로 바꿔준다고 한다. 음식도 봄철에는 막 피울 채비를 마친 동백꽃잎이나 강아지풀이 예쁜 그릇에 담긴 음식에 앙증맞게 딸려 나와 계절감각을 일깨운다. 음식만이 아니라 스토리와 품격, 문화를 나누는 아오야먀의 다다미방에서 박범순 조리사(58)를 만났다.

일식의 완성은 가이세키 요리란 말을 들었습니다. 가이세키란 어떤 요리인가요?
우리나라 한정식 요리와 같은 일본식 전통 코스요리입니다. 일식집하면 흔히 사시미와 초밥집, 아니면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일식의 완성은 가이세키입니다. 가이세키란 원래 일본의 관혼상제에 쓰는 정찬요리를 일컫는 요리였지만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계절과 음양, 그리고 건강을 고려하는 약선 음식의 특징을 갖게 됐습니다. 제철음식과 식재료를 이용해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가격도 비싸고 제대로 예약해야 맛볼 수 있는 전통 일식 요리입니다. 저희도 제철음식과 신선한 유기농산물을 사용하고 있고, 인공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으실 텐데요?
쉽지 않지요. 그래서 때로는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생선의 선도를 조금씩 조절하기도 합니다. 원래 가이세키 요리에서 가장 입맛에 맞는 사시미는 12시간의 숙성시간이 필요합니다. 생선의 피를 완전히 빼서 그 시간 동안 숙성시켜야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바뀌면서 생선 고유의 맛을 낼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씹히는 맛인 ‘식감’을 중요시하는 특성이 있어서 좀 쫄깃한 맛이 나게 하려면 그보다는 덜 숙성시켜서 내옵니다. 그리고 염도도 약간 높게 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선호하는 가이세키 요리의 염도는 0.4~0.5% 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드리면 우리 입맛에는 심심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저희는 0.6%의 염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일식요리는 먹고 나서 무언가 미진하고 모자란 듯, 아쉬운 맛이 있어야 정상인데요, 이런 기준에 맞추어 일본식대로 내오면 손님들은 음식이 너무 작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는 조금 양을 더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래도 배를 좀 채워야 하지요.

가이세키에도 스시(壽司)가 빠질 수는 없을텐데요, 스시는 어떻게 만드십니까?
생선초밥도 생선살의 제 맛을 느끼도록 갓 잡은 생선이 아닌 숙성시킨 생선을 사용합니다. 생선은 완도와 제주, 거제, 해남, 서천 등에서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드릴 때도 매번 똑같은 것만 드리지 않고 손님의 기분과 기호를 고려하되 계절감각을 살려서 조합을 합니다. 예를 들어 고민거리가 있어 식욕이 없는 손님에게는 처음부터 맛이 강한 초밥을 드리거나 영덕대게생살 초밥 등 계절의 별미를 줘서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식이지요. 원래 일본의 스시 집에서는 스시다이에서 요리사가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손님의 기분상태와 기호, 그 날의 기온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생선초밥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입니다. 조리사가 손님에게 제대로 된 스시를 제공하려면 끊임없이 음식을 연구하고 개발해낼 수밖에 없어요.

 

요리를 그릇에 보기 좋게, 또 먹음직스럽게 담는 데커레이션이 뛰어나시다고 들었습니다. 연출하는 것이 쉽지 않으실텐데요?
일식에서 음식을 그릇에 잘 담아내는 ‘모리쯔게’는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저는 정통 일식을 이론적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찾아가 보고 배우고, 제 나름대로 연습하고 실험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일식요리는 음식의 변화에 따라 담아내는 그릇들도 변화무쌍합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먹을거리가 아니라 셰프의 표현이고, 그것을 제대로 담아낼 그릇 역시 음식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소품이나 그릇을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아마도 제가 개업 이후 그릇과 접시를 구입하는데 만 3억 원 넘는 돈을 들인 듯 합니다.  

가게 이름을 아오야마(靑山)로 지으신 이유가 있습니까?
일본에 아오야마라는 지명도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고대가요 ‘청산별곡’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제 고향이 경기도 남양주 덕소인데요, 나이 들면 청산에 묻혀 살고 싶더라고요. 저는 아오야마를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는 일본요리의 명가로서 고객의 자손과 같이하는 곳이 되게 만들고 싶습니다. 30년,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명문의 일본 요리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가이세키 요리 안에는 계절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음양의 조화가 있고, 사랑이 있습니다. 가이세키는 특히 미적인 부분에 신경을 씁니다. 음식 하나에 꽃이 흩날리고, 단풍이 떨어지고.,..한마디로 예술이지요. 가이세키는 일본의 문화와 예술을 알고 그것을 음식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요리사가 단지 음식을 만드는데서 그치지 않고 예술가적 감성을 가질 때라야 비로소 환상적인 가이세키 요리를 손님들이 맛볼 수 있지요. 그러니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할 밖에요.

조리사 생활이 꽤 오래되셨지요?
올해로 38년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세대라고 볼 수 있지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75년 가을에 생계를 위해 서울 사대문안의 작은 일식집을 찾아가 일을 했습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어깨너머로 곁눈질로 하나하나 배워 지금에 이르렀지요. 우리 때는 제대로 체계 있게 가르쳐주는 곳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지요, 다행히 롯데호텔 일식집에서 일하면서 최고의 요리를 경험했고, 1997년에 독립해 다행히 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가게를 연지도 이제 17년이 되었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오랜 단골들이 많습니다. 기업체의 CEO들부터 회사원들 ,정치인들까지 다양하지요.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지난해 후보시절에 다녀가셨지요.

조리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요리를 할 것인지,경영을 할 것인지를 명확히 결정하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조리사로 대성하고 싶다면 자존심과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하루에 12~16시간을 서서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정성이 필요한데 이는 사명감 없이는 안됩니다. 장인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저도 10년 전 쯤에 20~30대를 타깃 층으로 100여 가지의 다양한 단품 메뉴를 제공하는 이자카야를 운영해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스턴트와 퓨전 위주의 이자카야보다는 전통 일식인 가이세키에 더 애정이 가더라고요.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 가이세키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가이세키 요리는 해보면 해볼수록 도전할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요즘 제 고민은 제가 좋은 요리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전수받고 제 뒤를 받쳐줄만한 후배들이 적다는 것입니다. 힘들더라도 가이세키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0년을 살아오신 조리사란 어떤 직업입니까?
고객과 음식으로 소통하는 사람이지요. 요리 하나 하나에 셰프의 자존심을 담아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 요리사가 누릴 수 있는 기쁨입니다. 요리는 한마디로 말하면 셰프의 ‘표현’입니다. 제가 음식을 만들면서 가장 힘들 때는 음식을 다양한 소품과 그릇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그에 맞는 그릇을 찾지 못할 때입니다. 그래서 ‘내가 드릴 음식의 그릇을 내가 만들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음식을 표현할 제대로 된 그릇을 구하려면 내가 궁극적으로 서예와 도자기 만드는 일을 배워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내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거든요. 동양철학도 공부하고 싶습니다. 손님들과 요리뿐만 아니라 음식에 담긴 스토리와 문화를 공유하고 싶으니까요. 궁극적으로 음식을 통해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고객과의 정(情) 아니겠습니까!  

그와 우문현답을 나누면서 아오야마(02-3442-4451)가 서울시내 최고의 일식집으로 인정받는 이유를 알만했다. 음식이 아니라 문화를, 예술을 먹으러 가고 싶은 미식가들에게 왜 아오야마가 꼭 들러봐야 할 코스인지 알 것 같았다. 박범순 오너셰프가 준 명함에는 ‘아오야마 조리실장 박범순’이라고 씌어 있었다. 아마도 아오야마가 있는 한 그는 영원히 조리실장으로 남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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