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튀김’으로 배 채우는 하마스시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 2026-09-08 15:04:05

냉면집에서 만둣국 시키는 손님처럼… 스시야의 숨은 효자 메뉴 ‘후구 카라아게’ 200% 즐기기

[Cook&Chef = 이승우 기자] 가끔 식당에서 남들이 잘 안 하는 엉뚱한 선택을 즐길 때가 있다. 유명한 평양냉면집에 가서 굳이 펄펄 끓는 만둣국을 시킨다거나,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 대신 맥너겟과 맥플러리로만 배를 채우는 식이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은 정해진 문법에서 슬쩍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 할 이야기도 남들 눈엔 그런 별난 선택 중 하나로 보일지 모르겠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카노 후지미쵸역 근처에 있던 회전초밥 체인, ‘하마스시(はま寿司) 스기나미와다점’의 카운터 자리가 유독 그리워진다. 자리에 앉자마자 부드러운 차완무시(일본식 계란찜)로 빈속을 달랜 뒤, 고등어(사바)와 연어, 연어알(이쿠라) 스시를 차례로 즐긴다. 여기까지는 평범하지만, 내 코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레일 위의 초밥이 아니라 터치패널로 따로 주문해야 나오는 바삭한 ‘복어 튀김(후구 카라아게)’과 뜨끈한 ‘복어 지느러미 술(히레자케)’이다.

함께 간 일행들은 늘 "가성비 좋은 초밥집에 와서 왜 굳이 복어 튀김으로 배를 채우냐"며 핀잔을 주곤 했지만, 나는 이 냉온(冷溫)의 조합을 유독 사랑했다. 차가운 스시만으로 마무리하기엔 어딘가 남는 헛헛함을, 기름지고 쫄깃한 복어 튀김이 기가 막히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맑은 탕, 일본의 바삭한 튀김

한국인에게 복어 요리란 보통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시원한 ‘복국(맑은 탕)’이나 매콤한 ‘복불고기’를 떠올리게 한다. 주로 과음한 다음 날 속을 풀기 위한 해장용이거나, 큰맘 먹고 즐기는 고급 외식의 성격이 짙다. 반면 일본에서도 복어 회(테사)나 전골(테치리)은 최고급 요리로 통하지만, 유독 ‘튀김(카라아게)’만큼은 하마스시 같은 대중적인 식당에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

두툼한 복어 살에 얇게 튀김옷을 입혀 고온에 바삭하게 튀겨낸 복어 튀김은, 닭튀김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운 쫄깃함과 담백한 육즙을 자랑한다. 여기에 구운 복어 지느러미를 뜨거운 사케에 띄운 히레자케를 곁들이면, 특유의 구수하고 쌉싸름한 향이 튀김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잡아준다.

초밥집은 왜 복어 튀김을 팔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생선을 날것으로 쥐어내는 스시야나 대형 회전초밥 체인에서 왜 굳이 튀김, 그것도 복어 튀김을 팔게 된 것일까. 이는 온도감의 밸런스와 주류 매출, 그리고 식재료의 영리한 유통 구조가 맞물린 결과다.

스시는 본질적으로 차가운 요리다. 코스가 후반부로 향하거나 날씨가 서늘해질 때쯤이면 손님들은 무의식적으로 기름지고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된다. 이때 복어 튀김은 차가워진 속을 달래주며 식사의 균형을 잡는 훌륭한 변주곡이 된다. 게다가 짭조름하고 고소한 튀김은 스시만 먹고 일어날 손님의 발길을 붙잡아 사케나 생맥주를 더 주문하게 만드는 강력한 ‘츠마미(안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초밥집 입장에서도 꽤 쏠쏠한 메뉴다. 일본은 복어 조리 면허가 엄격해 매장에서 통복어를 들여와 직접 해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신 독을 완벽히 제거한 튀김용 복어, 주로 뼈에 살이 붙은 '아라' 부위만을 전문 업자에게 납품받아 사용한다. 원가 부담은 덜어내면서도 손님에게는 복어라는 고급스러운 미식 경험을 선사할 수 있으니, 메뉴판에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효자 아이템인 셈이다.

초밥집에서의 소소하고 쫄깃한 일탈

한국에서처럼 향긋한 미나리를 듬뿍 얹어 맑은 탕으로 끓여내거나, 얇게 뜬 회로 '진지하게' 마주하는 복어 요리도 물론 훌륭하다. 하지만 펄펄 끓는 탕이나 생선회에서는 온전히 느끼기 힘든, 고온의 기름에 튀겨냈을 때 비로소 터지는 복어 특유의 탄탄하고 쫄깃한 식감은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다.

다가오는 가을, 초밥집에 가게 된다면 날생선으로만 배를 채워야 한다는 모범 답안을 살짝 내려놓는 건 어떨까. 냉면집의 만둣국이나 맥도날드의 맥너겟처럼, 메뉴판 구석에 적힌 ‘후구 카라아게’를 무심하게 주문해 보는 거다. 차가운 스시 뒤에 이어지는 뜨겁고 바삭한 복어 튀김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당신도 이 기분 좋은 청개구리 짓을 꽤 자주 하게 될지도 모른다.

Cook&Chef /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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