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식콘서트, 『음식 레시피, 보호와 공유에 관한 이야기』 저자 특강 개최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1-03 22:43:07

K-푸드 열풍 속 '레시피 표준화'와 '지적재산권'이라는 한식의 미래를 묻는다 사진 = 한식진흥원

[Cook&Chef = 이경엽 기자] 전 세계가 K-푸드의 열기에 뜨겁다. 비빔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매운 불닭면의 격한 '챌린지' 영상이 SNS를 휩쓴다. K-푸드의 인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거대한 식품 산업의 동력으로 주목받는 지금, "이 성장은 지속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와 한식진흥원(이사장 이규민)은 오는 6일, 서울 인사동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11월 한식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특강은 K-푸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를 다룬 신간 『음식 레시피, 보호와 공유에 관한 이야기』(김성민·임병웅 공저)를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한식의 가치와 문화적 깊이를 나누는 인문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K-푸드의 세계적 성공을 '산업적 자산'으로 이어가기 위한 두 가지 핵심 화두, '정밀한 레시피 표준화'와 '창작물로서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정면으로 다룬다.

'손맛'과 '적당량'의 시대는 끝났다… "레시피는 악보다"

이 책은 K-푸드의 성공 뒤에 가려진 '레시피 표준화'의 부재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들은 "조리는 '예술'이나 '손맛'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하며, '적당량', '노릇하게' 같은 모호한 표현이나 구전(口傳)에 의존하는 전통 방식의 한계를 짚는다.

책에 따르면, 15년 전 한식 세계화가 시작될 무렵부터 저자들이 비교한 100여 개의 비빔밥 레시피 중 A4 한 장을 넘기는 것이 없었다.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 악보가 40페이지에 달해 200년이 지난 지금도 원작의 감동을 재현하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이러한 모호함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2020년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학생 12명에게 동일한 된장찌개, 불고기 레시피로 조리를 시킨 실험에서, 완성된 음식은 맛과 영양성분은 물론 색상과 양까지 모두 달랐다.

저자들은 "쌀의 종류에 따라, 또 도정에 따라 조리법도 달라진다"며, 단순히 '쌀'로 통칭하는 레시피로는 정확한 맛을 논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쌀의 품종(추청/아끼바리), 도정(7분도/9분도), 산지는 물론 조리도구, 열원의 종류와 열량까지 정밀하게 기록하는 '악보 같은 레시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표준화는 획일화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정밀한 기록은 셰프의 창의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근거가 되며, 나아가 AI와 로봇이 조리하는 미래 푸드테크 시대에 한식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한다.

"덮죽, 튀김 소보로, 감자빵"… 셰프의 창작물은 어떻게 보호받나

정밀한 레시피가 '자산'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산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가?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레시피의 지적재산권 보호'이다.

저자들은 '덮죽' 표절 논란, '오징어 소시지' 레시피, '감자빵'의 독특한 형상, '소떡소떡'의 대량 생산 등 구체적인 사례를 파고든다. 특히 "성심당의 시그니처빵은 '튀김 소보로'인데... 성심당이 아닌 제3자가 '튀김 소보로'를 만들어서 팔 수 있는 것일까?"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은 누군가의 노력과 시간을 통해 창작된 요리 창작물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특허(요리 특허권), 영업비밀,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아이디어/표현 이분법) 등 다양한 법적 보호 장치를 탐구한다.

셰프의 창의적 노력이 담긴 시그니처 레시피가 정당하게 보호받아야만 창작 동기가 부여되고 외식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논지다. 고대 그리스 도시 시바리스에서 훌륭한 요리를 창작한 셰프에게 1년간 독점권을 주었던 '요리 특허권' 사례는, 레시피 보호가 이미 오래된 역사적 화두였음을 보여준다.

정책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가 만나 한식의 미래를 그리다

이번 특강은 두 공동 저자의 전문성이 융합된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저자인 김성민 한국농식품융합연구원 원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초대 식품산업단장과 한식재단 초대 이사를 역임한 한식 정책 전문가이자, 한식조리기능사 자격까지 갖춘 현장 전문가다. 공저자 임병웅 박사는 특허법인 대표 변리사이자 법학박사로, '리담특허법' 저자이기도 한 지식재산권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한식진흥원의 이규민 이사장이 "한식과 외식산업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평했듯이, 이번 특강은 한식을 '문화'에서 '산업'으로, '손맛'에서 '데이터'로 확장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행사는 참가비 무료로 진행되며, 한식진흥원 누리집(www.hansik.or.kr)에서 사전 신청이 가능하다. 자세한 일정과 세부 내용은 한식진흥원 홈페이지 및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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