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42회 / 르누아르 ‘도시의 무도회’ 레이블이 담긴 샴페인 '뀌베 르누아르 Cuvee Renoir'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3-10-13 22:28:37

[Cook&Chef=조용수 기자]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크리스티앙 세네즈 샴페인하우스가 만드는 '뀌베 르누아르(Cuvee Renoir)'는 와인 레이블과 코르크 캡슐에 프랑스 대표 인상주의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rre-Auguste Renoir)가 1883년에 그린 '도시의 무도회(Danse a la ville)' 그림이 붙어 있다. 이 작품을 와인에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르누아르 재단의 공식 인증 샴페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와인을 생산하는 샴페인하우스 크리스티앙 세네즈가 르누아르를 상징하는 에소아(Essoyes)라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르누아르가 결혼하며 정착하였으며 남은 여생을 보낸 상파뉴 지역의 작은 마을이다.

 

샴페인하우스 크리스티앙 세네즈의 '뀌베 르누아르'를 마셔보면 순간 바로 라벨에 담긴 '도시의 무도회'와 '막 피어오른 백합꽃' 이 두가지 이미지가 연상된다. 헤이즐넛 향이 먼저 느껴지며, 뒤이어 아카시아 꽃 향이 나오며, 언급했던 백합 꽃의 향이 끝 부분에서 은은하게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힘있는 기포감과 함께 붉은 계열의 과실류에서 느낄 수 있는 과실의 힘과 상큼함이 조화를 잘 이루고있다. 놀라울 정도로 산뜻하며 생동감 넘치는 샴페인이다 향을 맡아보면 풋사과나 복숭아를 깨문 뒤에 비강으로 올라오는 풋풋함이 느껴진다. 또한 가벼운 흰색 계열의 꽃 향도 숨어 있는데 바로 백합향이다. 마지막으로 잘 익은 패션푸르츠의 향이 지나간다.

입안에서 세밀하게 터지는 기포 소리가 꽤 오래 이어진다. 날카로운 산도와 바스락거린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크리스피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이후 여러가지 과실향이 사라질 때 즈음 가녀린 이스트 향으로 이 샴페인의 여운을 남긴다. 앞서 테이스팅에 뀌베 르누아르의 산도가 날카롭기까지 할 정도로 높은 것은 여느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과 달리 젖산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을 상징하는 와인인 쇼비뇽 블랑과도 약간은 닮았다고 보는 이도 있다.


와인 레이블에 담겨진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면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초록색 관음죽화분을 배경으로 검은색 연미복으로 멋을 낸 남성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려 놓고 조심스럽게 춤사위를 시작하는 듯하다. 다소 긴장한 모습의 얼굴이 아마도 화면속에서는 서민들이 즐기던 경쾌한 왈츠가 아닌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느린 미뉴에트 춤곡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지도를 보면 에소아는 프랑스 샴페인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랭스와 에페르네에서 남쪽으로 꽤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러다보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르누아르의 작품과 연계시켜 홍보하기로 하고 2014년 지역 내 10개 샴페인 회사의 샴페인과 르누아르의 작품과 하나씩 연결시키는 행사를 열게 된다. 와인생산자, 소믈리에, 와인저널리스트 등이 모여 각 와이너리의 샴페인을 시음한 후 그 맛과 향에 르누아르의 작품을 연계시킨 것인데 이 행사에서 크리스티앙 세네즈의 뀌베가 바로 '도시의 무도회'를 연상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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