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앤셰프> 5월, 바다의 붉은 꽃 ‘꽃게’ / 갑옷 같은 껍질과 창 같은 집게발, 바다의 무사(武士)

조용수 기자

philos56@naver.com | 2019-05-19 22:03:41

- 꽃게는 입맛도 잡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실속 음식
- 필수 아미노산 중의 하나인 '티로신'이 다량 함유

[Cook&Chef 조용수 기자] 5월 꽃게는 서해안 특산품 중 단연 으뜸이다. 1년 중 요즘이 가장 맛나는 철이다. 겨울잠을 자던 꽃게는 5월이 되면 산란을 위해 얕은 바다로 돌아온다. 갑옷 같은 껍질과 창 같은 집게발을 곧게 세우고 당당하게 옆으로 걷는 꽃게는, 힘겨운 전투를 마친 검투사가 귀향해서도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으려는 기계를 닮았다.

제철을 맞은 바다의 횡횡군자(橫橫君子) 꽃게의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면 바다 향을 물씬 머금은 속살이 오롯이 드러난다. 이 야릇한 속살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손으로 꾹 눌러 입술로 쭉쭉 빨아 마시고, 등껍질에 밥을 말아 비벼 먹다보면 미각이 절로 살아나고 기분까지 즐거워진다. 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게장에는 두 그릇을‘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다. 밥도둑의 대명사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꽃게는 입맛도 잡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실속 음식이다. 꽃게의 살과 알에는 필수 아미노산 중의 하나인 '티로신'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티로신은 사람의 기분에 관여하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원료다. 티로신은 꽃게 살보다 꽃게 알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봄의 꽃게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본초강목>에‘꽃게는 아이를 낳은 후 어혈을 삭히게 하여 몸을 푼 뒤에 궂은 피를 멎게 하고 배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꽃게에‘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철분은 헤모글로빈의 성분으로서 산소 운반에 관여하는데, 철분이 부족할 경우 빈혈이 발생된다. 성인 여성은 하루 권장량이 16mg으로 꽃게 속에는 100g당 3mg가 함유되어 있으니 출산에 의한 과다출혈을 겪은 산모에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없다.

꽃게에 함유된 ‘타우린’이란 영양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간 기능을 보조하는 아미노산이다. 타우린은 뇌와 망막의 발육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빛을 수용하는 망막의 세포막을 안정화 시켜주고, 현대인에게 많은 당뇨병성 망막증 발생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꽃게는‘칼슘’이 우유, 대게, 새우보다 많은 100g당 118mg이 들어있다. 칼슘을 꾸준히 섭취하면 뇌세포의 세포막을 안정화시켜 기억력 향상과 집중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 맛도 좋지만 다양한 효능이 있는 꽃게는 바다 속 밑바닥에 살기 때문에 음 기운이 강한 음물(陰物) 중 하나다. 그래서 성질이 차갑다. 동의보감을 보면 꽃게는 부인병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돼 있다.

‘꽃게가 가슴에 열이 몰린 것을 헤치고 산후에 배가 아픈 것과 어혈이 빠져나가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따라서 꽃게는 버스의 번호가 잘 안보이게 된 할아버지, 깜빡깜빡 하시는 할머니, 흡연이 잦은 아버지, 막내를 갓 출산한 어머니,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수험생 자녀가 모두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으뜸 가족 보양식이다.

뿐만 아니라 껍질도 생활 속에서 활용이 가능하니 버릴게 하나 없다. 꽃게 속의 칼슘 성분은 신 김치의 젖산과 결합해 중화되는데 이는 젖산의 농도를 낮춰줘서 신 김치의 신맛을 줄여준다. 김치의 산성을 꽃게껍질이 잡아준 효과이다. 살을 다 발라먹고 처치 곤란이 된 꽃게 껍질을 곱게 빻아 신 김치 통에 하루 동안 넣어 두면 효과를 보니 방법도 간편하다.

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다. 꽃게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아도 직접 맛보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꽃게로 건강을 챙기고자 한다면 서해바다로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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