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전통을 지키며 오늘의 떡을 빚다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4-26 16:30:24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병과를 배운다는 것은 단지 한 가지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오래 이어져 온 시간과 정성의 결을 손끝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다. 중병과원에서 병과의 전통과 역사를 배우며, 우리 병과가 지닌 깊이와 단아한 아름다움을 새삼 배워가고 있는 이도가의 김경화 선생님의 작업은 늘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전통 병과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오늘의 감각으로 모던한 떡을 빚어내고, 색과 형태, 그리고 담아내는 방식까지도 섬세하게 완성해 가는 선생님의 병과에는 오랜 공부와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인터뷰는 병과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지금의 시선, 그리고 한국 병과가 세계 속에서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까지 차분히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 본다.
Q.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병과를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이도가 자매들의 까로운 식성과 재료 선택으로 자유롭게 이어지지 못하는 외식문화가 번거로움을 안고도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게 되었고, 그런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판매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Q. 궁중음식병과원에서 병과를 체계적으로 배우시게 된 계기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병과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여러 기관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병과원을 알게 되었고, 떡과 한과라는 전통 디저트를 이론을 바탕으로 실기까지 체계적으로 배우며, 이어 고조리서를 통해 원장님의 켜켜이 쌓인 주옥같은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 디저트에 대한 깊이를 알고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병과를 처음 시작하셨을 당시 선생님께 병과는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합니다.
A. 떡은 떡집에서만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라 여기고 지금껏 생각해 왔는데,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수업으로 전하며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시장이었고 그 반응 또한 아주 좋았습니다. 신세계였죠.
Q. 병과를 시작하셨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병과를 바라보는 생각도 많이 달라지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병과를 처음 접했을 당시엔 확신보다는 작은 가능성이 비집고 나오던 시점이었습니다. 각 가정에서도 크고 작은 행사에 서구의 케이크보다는 우리 전통 디저트가 더 우아하게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랐고, 나아가 하나쯤은 손수 만들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마음과 함께 전할 수 있는 도구이자 음식이 된 것 같습니다.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받았을 때 느끼는 감동, 먹었을 때 입에 감기는 맛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Q. 병과를 오래 만들어 오시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이나 느끼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스윗하고 예쁜 빵이 기본이 되는 케이크는 고가의 금액에도 망설임 없이 취하는데, 못지않게 손이 가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우리 떡케이크에 대한 지불 여부는 아직도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있는 숙제이지만, 스스로가 참으로 음식을 만들고 모던한 디자인을 입혀 마무리까지 정성을 다해 전달할 수 있다면 머지않은 시간에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Q. 지금 병과를 만드실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재료나 형태, 색감 등 어떤 부분이든 좋습니다.
A. 떡한과라는 전통음식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첫번째로 음식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무엇을 하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정체성이 없으면 순간순간 다가오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는 좌우명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귀하게 찾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음식을 전하고 싶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두번째로 음식에 쓰일 재료의 선택과 그 재료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어떤 용도로, 어느 분이 드시는 것인지에 따라서도 재료와 요리 과정과 결과물들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사시사철 취할 수 있는 좋은 재료를 찾아 여행지, 시장 등등, 발길 닿는 곳, 정보가 닿는 곳에 늘 음식으로 쓰일 재료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언젠가부터 자연을 벗 삼은 여행은 핑계, 식재료가 우선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번째로 디자인과 색감입니다. 디자인은 과하지 않게 모던함 속에 한 포인트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하나를 더하는 것, 보는 멈춤으로 선을 긋습니다. 색을 표현하기 전에 창밖을 봅니다. 오늘의 색은 거기에 있고, 그 시선을 안으로 들여 놓으며 최대한 가까워지려고 애를 씁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취하여 최소한의 가공으로 색을 표현하는 중입니다.
Q. 최근 해외에서도 한국 병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수업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A. 해외 수업 문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초청 수업들이 있어서 현지인 수업과 해외로 이민 가시는 분들의 수업이 이어졌었는데, 이후로는 일본, 벨기에,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현지인과 결혼하신 분들과 교포 2세, 3세, 특이하게는 사우디에 거주하시는 한인분까지 문의가 이어지면서 그들을 통해 현지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Q. 해외에서 병과 수업을 문의하시는 분들은 어떤 병과에 관심을 많이 보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순수한 전통음식을 요구하지만 현지에서의 재료 수급에 대한 한계점과 식감의 경계점이 있어서 종류가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가 있고, 그냥 한국 음식이면 다 된다는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다가오는 경우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떡케이크, 송편, 절편, 증편, 바람떡, 주악, 약과 등으로 예쁘게 수를 놓거나 병과가 결합되어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과자들입니다.
Q. 특히 문의가 많은 나라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미국과 일본에서 교포나 이민자들의 문의가 많지요. 현지인들의 K-food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 주고, 재외국민들의 그리움에 동승하여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더불어 우리 음식을 알리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든든히 하려는 듯도 보입니다.
Q. 해외 수강생들이 병과를 처음 접했을 때 보이는 반응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 떡으로 만든 케이크나 송편을 보면서 선과 맛으로의 결과물을 만났을 때 감동과 신기함으로 이어지는 표현들, 떡의 마지막 한 끝 포인트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 등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어떤 병과인가 보다는 K-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유명 배우를 만나는 것 같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현재 한국 병과가 세계 식문화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이 K-디저트로 연결되고 있는 중이고, 해외에서 오시는 분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디저트를 익히고 돌아가서도 그대로 현장감 있게 전달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식은 이미 세계 속에서 트렌드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Q. 다른 나라의 디저트와 비교했을 때 한국 병과가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밀이 아닌 쌀이 주재료가 되고, 덧붙이는 부재료들까지도 합을 맞추기에 적절한 관계들, 즉 서로를 보완하여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좋은 결과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발효라는 과학적이고 건강한 방법을 통해 얻어지는 떡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매력입니다.
Q. 한국 병과가 더 널리 알려지기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보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A. 해외에서 한국 식재료에 대한 한계에 많이 부딪힙니다. 수급이 원활하다면 지금보다 나은 세계가 펼쳐지고 더불어 자리도 잡아 가겠지요. 또한 현지인들이 느끼는 떡에 대한 식감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부분만으로도 호기심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데 보여지는 것과 상상했던 맛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결국 짧은 수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개선, 그리고 본질을 잃지 않는 자제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Q. 앞으로 한국 병과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발효문화, 미의문화, 식의문화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정성 어린 손맛을 멈추지 않고 전함에 진심을 다할 수 있다면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선생님께서 앞으로 해 보고 싶은 병과 작업이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새로운 맛을 더하기보다는 재료 본연의 가장 깊고 순수한 맛을 찾아 모던하게 표현해 내고 싶어요.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귀한 전통 디저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 고서에 기록되어 있지만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음식, 이런 것들을 찾아 예쁘게 다듬어 귀하게 만들고 보는 이로 하여금 우리 디저트에 대한 자긍심이 일도록 하고 싶어요.
김경화 선생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병과는 단지 오래된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감각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살아 있는 문화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손으로 빚고, 색을 고르고, 재료를 살피는 그 모든 과정 안에 전통을 향한 존중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 인터뷰 곳곳에서 선명하게 전해졌다. 궁중병과원에서 병과의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선생님의 작업을 오래 존경해 온 입장에서 이번 인터뷰는 병과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것을 지켜내는 마음의 깊이까지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오래된 것을 귀하게 여기되 현재의 언어로 정성스럽게 풀어내는 선생님의 작업이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한국 병과의 품격과 온기를 전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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