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빵집의 온기, 편의점에 스며들다: CU와 삼송빵집이 그리는 새로운 미식 지도

길라떼 기자

cnc02@hnf.or.kr | 2026-01-20 23:13:18

60년 전통의 대구 명물 ‘삼송빵집’과 손잡은 CU의 파격적인 협업,
‘빵지순례’ 문화를 일상으로 끌어들인 편의점 베이커리의 진화
사진 = CU

[Cook&Chef = 길라떼 기자] 차가운 도시의 밤, 환하게 불을 밝힌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공기 속에서 낯설고도 반가운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그것은 바로 갓 구운 빵의 고소하고 달콤한 내음,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동네 빵집에서나 맡을 수 있을 법한 정겨운 온기다. 이제 편의점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공간을 넘어,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작은 성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CU가 대구의 전설적인 베이커리 ‘삼송빵집’과 손을 잡고 펼치는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구를 넘어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전통의 맛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공간인 편의점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빵지순례’라는 MZ세대의 놀이 문화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편의점 베이커리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의미 있는 시도다.

오늘, 길라떼의 미식 노트는 바로 이 특별한 만남이 어떻게 우리의 미식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지, 그 달콤하고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려 한다. 전통과 현대, 지역과 전국을 잇는 이 흥미로운 협업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편의점, 미식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다

언제부터였을까. 편의점의 베이커리 코너가 우리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기 시작한 것이. 과거 편의점 빵은 ‘간편하지만 맛은 아쉬운’ 대용식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 베이커리 못지않은 품질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CU의 빵 매출은 최근 3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3년 28.3%, 2024년 33.0%에 이어 2025년에도 23.1%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꾸준한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는 편의점 베이커리가 더 이상 부수적인 상품군이 아닌, 핵심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차별화 상품’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오직 CU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자적인 기획 상품들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베이커리 매출의 20%를 넘어섰다. 불과 3년 전인 2022년, 이 비중이 2%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무려 10배 이상 급증한 놀라운 수치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평범한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편의점 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스토리와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CU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지역 명물과의 협업’이다.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맛과 두터운 팬덤을 확보한 지역 베이커리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되기 때문이다.

60년 전통의 맛, CU에서 재탄생하다

이번 협업의 파트너인 ‘삼송빵집’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다. 1957년 대구에서 시작해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사랑받아온, 이른바 ‘전국 5대 빵집’의 명성을 지닌 살아있는 역사다. 특히 마약빵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통옥수수빵’은 삼송빵집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메뉴로, 대구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맛봐야 할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CU는 바로 이 전설적인 맛을 편의점이라는 현대적인 플랫폼 위에서 새롭게 재해석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삼송빵집의 핵심 레시피와 정신은 계승하되, 최신 디저트 트렌드와 편의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절묘하게 결합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옥수수 크림치즈 쫀득빵’과 ‘옥수수 크림번’이다.

‘옥수수 크림치즈 쫀득빵(3,000원)’은 최근 디저트 시장을 휩쓴 ‘쫀득’ 열풍을 정확히 겨냥한 제품이다. 마치 모찌를 베어 무는 듯한 쫄깃한 식감의 빵을 한 입 베어 물면, 톡톡 터지는 옥수수 알갱이와 부드럽고 고소한 옥수수맛 크림치즈가 입안 가득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는 삼송빵집의 DNA에 젊은 감각을 더해 새로운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려는 영리한 시도다.

‘옥수수 크림번(3,400원)’은 전통에 대한 존중과 혁신이 공존하는 메뉴다. 삼송빵집의 상징인 통옥수수빵 속 앙금 레시피를 바탕으로, CU가 오랜 시간 쌓아온 크림빵 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한층 더 진하고 부드러운 옥수수맛 유크림을 완성했다. 여기에 빵 위에 살포시 올라간 바삭한 옥수수 크럼블은 먹는 내내 즐거운 식감을 더하며,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진화를 보여준다.

간식을 넘어 한 끼 식사로, 고로케의 화려한 변신

CU와 삼송빵집의 협업은 달콤한 디저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편의점이 바쁜 현대인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삼송빵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고로케를 활용해, 간편하면서도 만족감 높은 식사 대용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달 중 순차적으로 출시될 ‘콘마요 고로케’ 2종(햄모짜렐라, 떡갈비)은 전통적인 고로케의 틀을 깬 새로운 형태를 제안한다. 바삭하게 튀겨낸 고로케 빵을 버거처럼 반으로 갈라, 그 안에 삼송빵집의 특제 레시피로 만든 콘마요 소스와 햄, 떡갈비, 모짜렐라 치즈 등 풍성한 재료를 가득 채웠다.

이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하나의 완결된 요리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한다. 든든한 포만감은 물론, 다채로운 맛의 조화까지 고려한 이 제품은 편의점 베이커리가 디저트의 영역을 넘어 식사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바쁜 아침, 든든한 점심, 혹은 출출한 저녁까지, 이제 삼송빵집의 맛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의 일상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BGF리테일 임형근 상품본부장은 “CU의 베이커리 제품들이 전문점에 비견하는 퀄리티로 고객들의 기대 수준을 높이면서, 이번에는 지역 유명 빵집과 함께 개발한 차별화 상품들로 고객 경험을 확장하게 됐다”고 이번 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만남은 단순한 상품 출시가 아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CU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빵지순례’ 문화,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빵지순례’는 이제 하나의 소비 문화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전국의 이름난 빵집을 찾아다니며 그곳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행위는 그들에게 단순한 미식 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특별한 경험을 수집하며, 다른 이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빵지순례에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대구의 삼송빵집,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 등 전설적인 빵집의 맛을 보기 위해선 큰마음을 먹고 여행을 떠나야만 했다. CU와 삼송빵집의 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아도, 집 앞 편의점에서 전설적인 빵집의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경험의 민주화’라고도 부를 수 있다. 소수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별한 미식 경험을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쉽게 제공함으로써, 빵지순례의 문턱을 낮추고 그 즐거움을 더욱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다. 편의점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유통 채널이 지역 명가의 브랜드 파워와 만나 만들어내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다.

물론, 현지에서 갓 나온 빵을 맛보는 감동을 100% 재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협업은 단순히 맛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 삼송빵집이 가진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제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빵 하나를 고르면서도, 그 안에 담긴 60년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함께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편의점 베이커리의 미래, ‘큐레이션’에 있다

이번 CU와 삼송빵집의 성공적인 만남은 앞으로 편의점 베이커리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큐레이션(Curation)’이다. 무수히 많은 제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컨셉과 스토리를 가진 제품들을 선별하고 조합해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지역의 숨은 맛집들이 편의점과 손잡고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전주의 초코파이, 안동의 맘모스빵, 강릉의 커피콩빵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베이커리들이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뽐낼 수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생 모델이기도 하다.

BGF리테일 측 역시 “앞으로도 국내 유수의 다양한 맛집들과 협업을 확대함으로써 편의점 베이커리 시장에서 지속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러한 전략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편의점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을 넘어, 전국의 다채로운 식문화를 연결하고 소개하는 ‘미식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CU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환한 조명 아래 진열된 ‘옥수수 크림치즈 쫀득빵’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 당신은 단순히 빵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다. 대구의 한 작은 빵집에서 시작된 60년의 이야기와, 그 맛을 지키기 위한 장인의 땀방울, 그리고 그것을 우리 곁으로 가져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골목 빵집의 따스한 온기가 차가운 도시의 밤을 데우는 마법, 그것이 바로 오늘 편의점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달콤한 행복이다.

Cook&Chef / 길라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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