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14 : 와인보다 위대한 와인메이커 이야기 / 메를로의 왕국이라 불리는 보르도 우안의 뽀므롤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3-01-03 19:06:49

- 뽀므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 바로 세계 최고가 와인인 페트뤼스(PETRUS)
- 샤또 사미옹 와인은 깊고 진한 루비 빛의 베리류의 풍부한 향이 지배적이며 은은하게 느껴져

[Cook&Chef=조용수 기자] 보르도는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세미용의 세계 최대 생산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품종들의 원산지라 할 수 있다. 특히 메를로는 69,000 헥타르의 재배 면적으로 세계 1위이다. ‘메를로의 왕국’이라는 별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뽀므롤(Pomerol)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의 포도재배의 역사는 로마시대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중세에는 성지 순례길의 중간 기착지로 수도사들이 병원을 세우고 포도 재배를 하고 와인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랫동안 생떼밀리옹 와인으로 판매되었으나 그 우수성으로 19세기에 ‘뽀므롤’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뽀므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 바로 세계 최고가 와인인 페트뤼스(PETRUS)이다. 페트뤼스는 100% 메를로로 만들며 프랑스 보르도 우안 뿐만 아니라,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인정받는 명품와인이다. 빈티지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하며, 1947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결혼식 및 53년 대관식에 쓰인 바 있다.

샤또 사미옹 (Château Samion)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베이비 페트뤼스'로 통하는 와인이다. 페트뤼스로부터 3km거리에 인접한 라랑드 드 뽀므롤 (Lalande-de-Pomerol)지역에서 페트뤼스 와인과 똑같이 메를로 100%를 사용해 만들었기에 그러한 이유도 있지만 이 와이너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유는 와인 메이커에 있다.

위에 언급한대로 샤또 사미옹은 와인을 만든 와인메이커 (양조가)의 이름과 경력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세계최고의 와인 메이커 장 클로드 베루에(Jean Claude Berrouet)가 직접 생산한 와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1942년 라랑드 드 뽀므롤(Lalande-de-Pomerol)에 있는 샤또 사미옹 (Château Samion)에서 태어났다. 1964년부터 페트뤼스를 만드는 장 피에르 무엑스 사(Établissements Jean-Pierre Moueix)에 입사하여 2007년 공식적으로 은퇴할 때까지 페트뤼스(Petrus) 와이너리의 수석 양조가로서 44년간 근무했다. 은퇴한 후에도 일주일에 두 차례 페트뤼스에 조언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가 페트뤼스 양조 책임자를 맡은 나이는 불과 22세였으며, 그가 만들어낸 44개의 빈티지는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그는 세계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메를로의 명장(Master of Merlot)라고 불리 우고 있다.

샤또 사미옹 와인은 44년간 샤또 페트뤼스의 양조를 책임진 세계 최고의 양조가 장 클로드 베루에가 자신이 소유한 샤또에서 직접 만든 와인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샤또 사미옹은 100% 메를로로 만들었다. 깊고 진한 루비 빛이 첫눈에도 이 와인의 무게감을 전해준다. 주로 베리류의 풍부한 향이 지배적이며 은은하게 느껴지는 허브, 오크의 향도 느낄 수 있다. 한 모금하면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의 조화가 부드럽게 입안을 감싼다. 와인 메이커인 장 클로드 베루에는 와인 양조 시 100%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사미옹의 경우 토양이 진흙 땅인 뽀므롤에서는 수확기가 늦어져 메를로를 재배하기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메를로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장 클로드 베루에는 이러한 공로로 2018년 와인업계의 명예의 전당이라 부를 수 있는 ‘와인 메이커스 와인메이커’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매년 전세계 와인메이커들이 와인 메이킹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낸 사람을 선정하는 유명한 상이다. 이 상은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 MW), 양조가, 와인 칼럼니스트, 유통업자, 소믈리에 등 다양한 와인업계 종사자들 중에서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멤버가 되는 단체인 ‘와인 마스터 협회(the Institute of Masters of Wine)’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럽 B2B 분야 주류 전문 잡지인 드링크스 비즈니스(the Drinks Business)가 함께 제정하여 2011년부터 수여해오고 있다. 이 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와인 양조가들과 과거 수상자들로만 구성된 멤버들이 그 업적을 인정하여 선정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어찌보면 같은 와인 분야의 경쟁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래는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수상 소감이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와인의 선구자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나는 선구자가 아니며 보르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있어왔던 와인 스타일을 이어 발전시켰을 뿐이다. 전통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은 포도, 토양, 기후가 합쳐져 떼루아에 맞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와인의 장점은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있는 매장에도 1,500개 이상의 와인이 있는데, 각각의 와인이 각기 다른 스토리를 담고 있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와인이 획일화 되는 것이다. 나와 와인의 관계는 포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포도밭에서 포도를 기를 때 마치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각각의 포도를 파악하고 그 포도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 

The Institute of Masters of Wine (마스터 오브 와인)
1953년 와인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영국 런던에서 Master of Wine이라는 시험을 치르게 하여 당시 21명의 응시생 중 6명이 합격을 했고 이들이 2년 후인 1955년에 이 협회를 조직하면서 탄생한 조직이다. 현재 28개국에 370명이 멤버이고 해마다 교육, 시험,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마스터 오브 소믈리에(Master of Sommelier ; MS)가 주로 업장에서 근무하는 소믈리에들의 자격증이라면 마스터 오브 와인(MW)은 소믈리에뿐 아니라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 사업 종사자, 평론가 등 다양한 와인업 종사자들이 응시하는 자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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