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셰프 리포트] 아스마 칸, 요리로 바꾼 여성들의 삶

허우주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5-25 16:30:22

‘말돈 솔트 50’ 선정… 이민자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방으로 끌어 올리다
여성만의 주방·무굴 요리·공동체 정신으로 세계 미식계 변화 이끌어

사진 = darjeelingldn 인스타그램

[Cook&Chef = 허우주 전문기자] 영국의 전통 소금 브랜드 말돈이 발표한 ‘Maldon Salt 50’에 인도 출신 영국 셰프 아스마 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리스트는 오늘날 음식과 음료 산업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아이콘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다. 떠오르는 신예 셰프부터 레스토랑 경영자, 콘텐츠 크리에이터까지 미식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을 선정하는데, 올해 명단에는 음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만들어온 아스마 칸이 포함됐다.

아스마 칸은 런던의 인도 레스토랑 다즐링 익스프레스(Darjeeling Express)의 오너 셰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뛰어난 요리 실력만이 아니다. 그는 음식이 사람을 연결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다즐링 익스프레스의 직원은 전원 여성으로, 대부분 남아시아 출신이며 사회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둘째들이 많다.

“음식은 사랑의 언어”

아스마 칸의 요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그는 벵골 문화와 무굴 제국의 음식 전통을 함께 경험하며 성장했다. 어머니가 케이터링 사업을 운영했기에 집안 부엌에서는 늘 대규모 요리가 이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 냄새를 맡고 자랐기에 요리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그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법학을 공부하며 꿈을 묻어 두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건 영국 이주 이후였다. 1991년 결혼하며 케임브리지로 이주한 뒤 극심한 외로움과 향수병을 겪으면서다. 휴대전화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 고향 음식은 그가 가족과 연결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감각이었다. 그는 몇 달 동안 인도에서 어머니에게 무굴 제국의 왕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 모임을 개최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지인의 제안으로 프라이빗 다이닝을 제공하는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아스마 칸은 The Talk와의 인터뷰에서 “요리는 나를 치유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집에서 맨발로 수피 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요리하는 시간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는다. 요리에 들어가는 가장 값비싼 재료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료 하나하나를 존중하고, 천천히 맛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즐링 익스프레스의 대표 메뉴. 시계방향으로 푸츠카, 모모, 탕그라 새우, 차나 차트. 사진 = darjeelingldn 인스타그램

무굴 요리와 가정식의 경계를 허물다

다즐링 익스프레스의 메뉴는 화려한 재료보다 풍성한 맛을 내는 데 집중한다. 벵골식 염소 커리 ‘코샤’, 새우 커리 ‘말라이카리’처럼 오랜 시간 천천히 끓여내는 요리가 대표적이다. 향신료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 재료를 버리지 않는 조리법 역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특히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탄소발자국도 줄이기 위해 인도에서 재료를 공수하지 않는다. 재료를 대체할 뿐 본래의 향과 조리 방식은 유지한다. 벵골 요리를 만들며 영국산 아스파라거스를 넣거나 인도 채소인 투라이 대신 식감이 비슷한 애호박을 넣는 식이다. 인도 요리의 본질을 현재의 환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방식이다.

주방 문화 역시 독특하다. 다즐링 익스프레스의 주방에서는 팀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아스마 칸은 노래가 팀을 하나로 묶고 긴장을 풀어준다고 말한다. 그는 셰프 한 명의 천재성보다 팀 전체의 호흡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스 테이블> 출연 당시에도 자신의 팀원들을 전면에 내세운 몇 안 되는 셰프로 주목받았다.

여성들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주방

아스마 칸은 늘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말한다. 이민자 여성, 무슬림, 비정규 경력의 셰프라는 조건은 영국 요식업계에서 결코 유리한 배경이 아니었다.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을 때 “취미 활동 열심히 하시네요”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과 이민자들이 겪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남성 중심적 레스토랑 문화, 폭언과 차별이 반복되는 주방 구조, 여성 셰프의 낮은 대표성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그가 여성 팀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됐으나 결성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저녁 식사 모임을 돕던 동료들이 팝업 준비를 돕다가 레스토랑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바탕에는 모두가 함께 성공해야 나도 성공한다는 철학이 있다. 실제로 다즐링 익스프레스는 팀원 모두가 레스토랑을 자신의 공간처럼 느끼도록 운영된다. 메뉴 하나까지도 셰프 개인이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팀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함께 완성한다.

사진 = darjeelingldn 인스타그램

미식 아이콘에서 문화 아이콘으로

아스마 칸은 이제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넷플릭스 <셰프스 테이블> 출연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2024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의 다음 행보 역시 음식을 통해 추억을 선물하는 데 맞춰져 있다. 오는 11월에는 인도 전역을 여행하며 현지 음식과 직물, 공예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특별 미식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델리의 길거리 음식부터 자이푸르의 전통 공예, 알리가르에 있는 아스마 칸의 고향까지 함께 찾는 여정이다.

말돈이 올해 아스마 칸을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맛있는 인도 요리를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음식을 통해 공동체를 구성하고, 여성들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는 법을 아는 셰프이기에 올해의 아이콘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

Cook&Chef / 허우주 전문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