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못생겨도 당신은 꽃입니다! 황용순 시집 《어글리플라워》

임요희

cooknchefnews@naver.com | 2022-06-26 16:49:05

- 죽을 줄 알고 5살까지 미뤄진 출생신고
- 신경계통 질환으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고통 그리고 시
- 오감은 신의 선물! 주어진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삶

[Cook&Chef=임요희 기자] 태어나 보니 사지가 뒤틀려 있고, 사람들은 죽은 아이라고 하고, 부모도 출생신고를 포기했다면? 5세가 되어 간신히 출생신고를 마쳤으나 다시 사지가 마비되는 고통 속에 버려졌다면? 꿈 많은 청소년기에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면?

곧 죽을 거라는 말에 학교도 그만두고 세상을 떠돌던 그가 끝까지 살아남아 억대 연봉을 받는 사회인이 되었다. 그리고 시집을 펴냈다. 어글리플라워》는 시로 쓴 자서전이다. 그는 가난에서는 벗어났지만 신경 계통의 질환은 천형처럼 남겨졌다. 그는 지금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고통과 싸운다. 시도 그렇게 그를 찾아온 걸까?

“폭설이 내리는 사막의 밤/ 너의 신음소리가 음악이 되어/ 초록 코끼리와 수줍음이 많은 악어와 분홍빛 사자를 불러들인다/ 너의 신음에 맞춰 춤을 추는 코끼리와 악어와 사자”

<폭설이 내리는 사막의 밤> 부분이다. 어떤 사막에서는 실제로 눈이 내린다고 한다. 타들어 가는 목마름 뒤에 벌거벗은 추위가 찾아오는 어이없는 상황이라니. 폭설이 내리는 사막의 밤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혹독한 시련일 것이다. 세상이 황용순이 호의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음소리를 음악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었다. 피할 수도 방어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올 때면 시도 함께 찾아와 그를 살게 해주었다.

“태어나기도 전에 무릎 꿇어버린 삶에서도 바랄 게 있다면/ 나에게 그리움을 안겨준 당신들을 위해/ 당신들이 숨어 있기 좋은 방 하나 마련하는 거”

그가 시집을 펴낸 이유도 이와 같다. <잠들지 않는 이별>의 한 구절처럼 시는 사람들이 숨어 있기 좋은 방이다. 시를 읽다 보면 그런 방에 들어가게 된다. 그 방에서 위안을 받은 것처럼 시인도 누군가에게 그 방을 제공하고 싶었다.


시인은 곧 죽는다는 생각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았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다 느끼고자 했다. 느끼니 살아졌다. 산다는 것은 결국 느낀다는 것이다. 사는 일이 어렵다면, 아니 느끼는 일이 어렵다면 황용순의 시집 《어글리플라워》가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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