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입춘, 명태순대를 먹다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2-05 17:14:38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명태순대는 입춘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이는 단순히 제철 재료를 사용한 향토 음식이 아니라, 겨울의 끝자락에서 몸을 정비하고 봄을 맞이하기 위한 식생활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기 때문이다. 명태순대의 기원과 지역적 배경, 그리고 조리법을 살펴보면 왜 이 음식이 ‘입춘의 음식’으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명태순대의 기원은 북방 한반도의 식문화와 깊이 맞닿아 있다. 명태는 한류성 어종으로, 동해 북부와 함경도 연안에서 대량으로 잡히던 대표적인 겨울 생선이었다. 특히 함경도 지역에서는 소·돼지 사육이 제한적이었고, 혹독한 기후로 인해 육류 확보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명태는 단백질 공급원이자 저장성이 좋은 식재료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말린 명태(북어), 얼린 명태(동태), 내장을 활용한 창난젓 등 명태를 남김없이 활용하는 조리법이 발달했으며, 명태순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명태순대는 돼지창자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순대와 달리, 명태의 배를 갈라 속을 채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순대’라는 조리 개념이 특정 재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속을 채워 쪄내는 조리법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이었음을 보여준다.
명태의 배 속에 채워지는 재료는 지역과 가정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주로 두부, 삶은 당면, 숙주, 김치, 부추, 명태 내장이나 다진 생선살 등이 사용되었다. 육류가 귀했던 지역 특성상, 콩과 채소를 활용해 단백질과 섬유질을 보완하는 구성이 특징적이다.
명태순대가 특히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일대에서 발달한 이유는 계절성과 저장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명태는 겨울철에 가장 많이 잡혔고, 추운 기후 덕분에 자연 냉동과 건조가 가능했다. 겨우내 저장해 둔 명태를 입춘 무렵 다시 꺼내 조리하는 것은, 겨울 식량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절로 넘어가는 식생활의 전환을 의미했다. 이 시기에 명태순대를 먹는 행위는 단순한 포만이 아니라, 겨울의 기운을 정리하고 봄을 맞이하기 위한 의례적 식사에 가까웠다.
영양학적으로도 명태순대는 입춘 음식으로서의 성격이 분명하다. 명태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여기에 두부와 채소, 발효 김치가 더해지면서 소화 부담을 줄이고, 겨울 동안 정체되었던 몸의 대사를 서서히 깨우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입춘 음식이 ‘봄을 먹는다’기보다 ‘봄이 들어올 자리를 만든다’는 개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전통적인 명태순대의 조리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재료 손질과 수분 조절이 핵심이다. 먼저 신선한 명태의 배를 갈라 내장을 조심스럽게 분리하고, 껍질이 찢어지지 않도록 정리한다. 속 재료로는 물기를 꼭 짠 두부와 삶아 잘게 썬 당면, 다진 김치와 숙주, 부추를 섞고, 소금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이때 명태 내장이나 다진 명태 살을 소량 섞으면 풍미가 깊어진다. 완성된 소를 명태 배 속에 너무 꽉 차지 않게 채운 뒤, 김이 오른 찜기에 올려 중약불에서 천천히 쪄낸다. 지나친 고온은 명태 껍질을 터지게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충분히 식힌 후 썰어내면 단면이 흐트러지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오늘날 명태순대는 실향민 음식 문화와 함께 강원도 동해안 지역으로 전해져 ‘아바이순대’의 한 갈래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본래의 명태순대는 육류 대체 음식이 아닌, 북방 식문화가 만들어낸 계절 음식이라는 점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입춘에 명태순대를 먹는다는 것은 겨울의 저장 식재를 정리하고, 몸을 가볍게 비워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행위에 가깝다. 이러한 맥락에서 명태순대는 단순한 향토 음식이 아니라, 계절과 몸의 변화를 읽어낸 전통 식생활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명태 순대 만드는 방법
재료 : 명태 2마리,두부 300g, 당면 40g, 숙주 100g, 배추김치 80g, 부추 30g명태 내장 또는 다진 명태 살 50g(선택)
양념: 새우젓 10g, 소금 2g, 참기름 5g, 후추 0.5g
만드는 방법
1.명태 손질
명태는 비늘을 제거하고 배를 길게 갈라 내장을 분리한다. 껍질이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배 속을 흐르는 물에 빠르게 헹군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2. 당면 준비
당면은 끓는 물에 6~7분 삶은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하고 0.5cm 길이로 잘게 썬다.
3.두부 물기 제거
두부는 면포에 싸서 손으로 눌러 수분을 충분히 짠다. 완성 후 속이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핵심 공정이다.
4.채소 손질
숙주는 끓는 물에 30초 데쳐 찬물에 식힌 뒤 물기를 짠다.
김치는 잘게 다져 면포에 싸서 수분을 제거한다.
부추는 0.5cm 길이로 송송 썬다.
5.속 재료 혼합
볼에 두부, 당면, 숙주, 김치, 부추, 명태 내장 또는 다진 명태 살을 넣고 고루 섞는다.
새우젓 10g, 참기름 5g, 후추 0.5g을 넣고 섞은 뒤 맛을 보고 부족한 간은 소금 2g 이내에서 조절한다.
6.속 채우기
명태 배 속에 준비한 소를 70~80%만 채운다. 찌는 과정에서 팽창하므로 여유 공간을 남긴다. 배를 실로 느슨하게 묶거나 이쑤시개로 고정한다.
7.찌기
찜기에 물을 올려 충분히 김을 낸 후 명태순대를 넣고 중약불에서 25~30분간 찐다. 물이 마르지 않도록 중간에 보충한다.
8.식힘 및 썰기
찐 명태순대는 꺼내어 완전히 식힌 후 1.5~2cm 두께로 썬다. 뜨거울 때 자르면 속이 무너질 수 있다.
조리 포인트
명태 손질 후 수분 제거가 부족하면 비린 향이 남고 껍질이 쉽게 터진다. 속 재료는 반드시 손으로 쥐었을 때 형태가 유지될 정도의 수분 상태를 유지한다. 새우젓은 감칠맛을 주는 핵심 재료이므로 과량 사용을 피하고, 부족한 간만 소금으로 보완한다. 센 불에서 찌면 명태 껍질이 갈라지므로 반드시 중약불에서 천천히 쪄낸다. 완전히 식힌 후 썰어야 단면이 정갈하게 유지된다.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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