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완의 100세 건강식탁] (6) 내 몸의 배기량
채수완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9-14 15:00:19
차량은 고정 수치...사람은 운동하면 키울 수 있어
[Cook&Chef = 채수완 칼럼니스트] 지난 식탁에서 이런 질문을 남겼습니다.
“여든 살에도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요?”
그 날의 여행을 가능하게 할 체력이 지금 내 몸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숫자로 알아보겠다고도 했습니다. 오늘 그 건강연금 통장을 열어보겠습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의 이름은 최대산소섭취량(VO₂max)입니다. 이름도 단위도 어렵지만 저는 이것을 쉽게 ‘내 몸의 배기량’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사람에게도 배기량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1,600cc, 2,000cc가 있듯 사람에게도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폐가 산소를 받아들이고 심장이 피를 보내면, 혈액과 혈관이 이를 운반해 근육이 사용합니다. 이 모든 과정의 능력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숫자이니 우리 몸의 ‘종합성적표’라 할 만합니다.
자동차는 출고된 뒤 배기량을 바꾸기 어렵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운동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배기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내 배기량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운동검사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최대산소섭취량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운동 강도를 높여가며 우리 몸이 최대로 얼마나 많은 산소를 받아들여 사용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숫자만 들으면 어렵습니다. 생활 속 속도로 한번 바꾸어 보겠습니다.
평지에서 시속 7.2km로 가볍게 달릴 때 필요한 산소량을 운동생리학 공식으로 계산하면 약 27.5mL/kg/min입니다. 이것이 그 사람의 최대산소섭취량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20이나 25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내 배기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연구와 성별, 운동 습관에 따라 차이가 커서 하나의 정상값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70대에서도 최대산소섭취량은 20 전후에서 30 이상까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제 배기량이 25인 70대 한 사람을 떠올려보겠습니다. 25는 특정한 정상 기준이 아니라 설명을 위한 예입니다.
이 배기량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듭니다. 개인차는 있지만 고령기에는 한 해 약 0.4~0.5씩 감소하기도 합니다. 매년 0.5씩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현재 25 → 10년 뒤 20 → 15년 뒤 17.5가 됩니다.
고령자의 독립적인 생활에 필요한 심폐 체력은 여러 연구에서 대략 15~18 부근으로 제시되어 왔습니다. 18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절대적인 숫자는 아니지만, 숫자가 낮아질수록 걷고 씻고 장을 보고 계단을 오르는 평범한 일에도 내 체력의 더 많은 부분을 써야 합니다.
젊을 때는 몇 층쯤 가볍게 오르던 계단에서 어느 날 숨이 차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관심 있는 숫자는 18이 아니라 25와 18 사이에 남아 있는 7입니다.
그 7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혼자 장을 보고, 계단을 오르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내 발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독립의 여유’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체력은 건강연금입니다.
그럼 배기량이 큰 사람은 더 오래 살까요?
2022년 미국에서 30세부터 95세까지 75만 명의 운동능력을 측정하고 10년 넘게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체력이 낮은 20%의 사람들은 최상위 체력군에 비해 사망위험이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체력은 운동을 잘하는 사람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살아갈 것인가와 연결된 숫자인 셈입니다.
■ 채수완 박사의 한 줄 처방
내 몸의 배기량을 유지 또는 조금이라도 끌어 올리려면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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