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8) 계절을 일깨워주는 제철 바다생선집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8-21 15:11:46

강경순 계절맛집’ ... 주인의 이름을 건 맛과 서비스 무한 책임감
당산역 인근의 강경순계절맛집은 그런 의미에서 이름부터 정직한 집이다. 계절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 평소에는 생선조림과 생선구이, 갈치조림, 코다리찜 같은 음식으로 밥상을 차리지만, 예약하면 그 시기에 가장 좋은 제철 생선과 해산물로 특별한 음식을 내놓는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우리가 제철 음식을 이야기할 때 많이 등장하는 것이 수산물이다. 봄이면 산에서 나는 봄나물이 떠오르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역시 바다에서 올라오는 생선과 해산물이다. 그래서 식도락가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금 무엇이 제일 맛있을까’를 찾아 나서고, 저마다 믿고 찾는 단골집 하나쯤은 갖게 된다.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담은 집

당산역 인근의 강경순계절맛집은 그런 의미에서 이름부터 정직한 집이다. 계절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 평소에는 생선조림과 생선구이, 갈치조림, 코다리찜 같은 음식으로 밥상을 차리지만, 예약하면 그 시기에 가장 좋은 제철 생선과 해산물로 특별한 음식을 내놓는다.

봄 도다리 쑥국과 여름 민어탕, 가을 전어와 겨울 대방어처럼 계절을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진짜 단골들은 뭘 먹을지 고민하는 법이 없다.

봄 도다리 쑥국과 여름 민어탕, 가을 전어와 겨울 대방어처럼 계절을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진짜 단골들은 뭘 먹을지 고민하는 법이 없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오늘은 민어회 조금 하고 탕 드세요.”

단골 손님들이 묻기도 전에 강경순 여사가 먼저 메뉴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사계절 밥상의 지휘자, 강경순 여사

음식점은 주방의 위치가 좋아야 한다. 손님들이 무엇을 잘 먹는지, 무엇을 남기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강경순 여사는 마치 주방의 관제탑처럼 손님을 살피다가 직접 음식을 챙겨준다.

“이모님, 4번에 국자 좀 갖다 주세요.”

손님들이 손을 들기도 전에 먼저 알아채고 필요한 걸 해결한다. 주방은 물론 홀 구석구석까지 꿰뚫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한다.

상호에 사장님의 이름 석 자를 걸었다는 건 음식에 대한 무한 책임 자세. 단골들이 사장님의 세심한 응대와 손맛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작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내놓는 세심함, 단골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까지 음식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 가운데 하나는 생아귀 수육이었다. 아귀는 선도 관리가 중요한 생선이라 냉동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겨울 생아귀로 만든 수육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사장님의 비밀 병기, 생아귀 수육

무엇보다 강경순계절맛집은 원물의 선도를 중시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 가운데 하나는 생아귀 수육이었다.

아귀는 선도 관리가 중요한 생선이라 냉동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겨울 생아귀로 만든 수육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살뿐 아니라 간과 위까지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바다의 푸아그라라 불리는 아귀 간의 고소함과 선도 좋은 위의 독특한 식감은 양념에 버무린 아귀찜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또 하나의 주인공은 김치다. 사이다처럼 청량한 맛이 있어 무엇을 싸 먹어도 잘 어울린다. 강한 양념으로 맛을 덮기 보다는 재료 고유의 맛을 은은하게 살린다.

강경순계절맛집은 메뉴가 정해져 있는 식당이라기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기는 집이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계절마다 만나는 좋은 재료

봄이 오면 다시 도다리를 기다리게 된다. 이 집에서 맛본 봄 도다리 쑥국에는 껍질이 검은 문치가자미가 들어 있었다. 봄철 서울에서는 돌가자미나 강도다리가 도다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도다리와 향긋한 쑥이 만나니 남도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봄의 맛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이다. 이 계절에는 민어와 생선탕, 제철 숙성회가 기다린다. 여름이 지나면 전어와 대하가, 겨울에는 다시 방어와 대구, 생아귀가 차례로 밥상에 오른다.

자연산 감성돔으로 만든 숙성회에서는 수족관 생선과 다른 결이 느껴지고, 전가복 재료를 가볍게 볶아낸 음식과 쫄깃한 잡채도 기억에 남는다.

평소의 생선조림과 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자박한 양념에 생선과 무를 함께 졸여내면 양념이 밴 무가 또 하나의 별미가 된다. 코다리찜, 갈치조림, 생선구이에 겉절이 같은 반찬이 더해지면 화려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집밥 한 상이 된다.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하는 집

강경순계절맛집은 메뉴가 정해져 있는 식당이라기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기는 집이다.

“다음에는 뭐가 나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 집의 매력이다. 그 계절에 가장 좋은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밥상에 올리는 사람이 강경순 여사다.

결국 이 집의 경쟁력은 음식 이름보다 ‘강경순’이라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제철 식재료를 기다리는 손님과 그 손님을 위해 좋은 재료를 준비하는 주인이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는 것.

예약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맛있는 메뉴가 있어서 단골이 생긴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의 맛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