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소비, 이제는 윤리적 한 끼의 문제”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9-05 12:25:04
[Cook&Chef = 이경엽 기자]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소비자들의 배달앱 이용과 배달서비스 관련 인식」 토론회는 한국인의 식탁에 깊숙이 들어온 음식 배달 문화를 다시 성찰하는 자리였다. 급성장한 시장의 이면에는 과중한 수수료, 노동자의 위험, 소비자의 과도한 편의 추구가 얽혀 있었고, 이날 토론은 ‘한 끼의 공정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었다.
“배달음식은 생활 인프라… 한 끼의 공정성을 논해야”
민병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시 동안구을)은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음식 배달 산업에 대한 철학적 문제의식을 던졌다. 그는 “배달앱은 이제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 생활의 기본 인프라”라며, “음식 배달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비용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특히 “소비자가 효용을 누리면서도 일정한 비용을 수용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결국 점주와 라이더에게 전가된다”며, 배달음식 한 끼의 가격에 ‘보이지 않는 희생’이 포함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또 “안방에서 먹느냐, 매장에서 먹느냐에 따라 효용이 다르듯, 소비자도 합리적인 범위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경험을 들어 즉시 배송 중심의 소비 행태가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긴급성이 있는 음식은 소비자가 더 부담하고, 그렇지 않은 공산품의 경우는 합리적 배분 체계를 마련해 시장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3,800만 명이 주문하는 음식 배달, 소비자는 값싼 한 끼에 민감하다
발제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그는 “국민 73.5%인 3,800만 명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며, 음식 배달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한국인의 식문화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시장 규모는 2019년 9.7조 원에서 2024년 36.9조 원으로 네 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소비자 만족도는 가격과 품질 문제에서 흔들렸다. 2023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8.8%가 “배달음식 이용을 줄였다”고 답했는데, 이유는 △배달비 부담 △음식 가격 상승 △서비스 품질 저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무료 배달 서비스’였다. 2024년 이후 도입된 무료 배달은 소비자 만족도를 36.6%에서 66.1%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무료 배달이 중단되면 “이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70%에 달해, 한국 소비자의 한 끼는 ‘배달비 없는 밥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배달비 없는 밥상은 없다” – 전문가들이 짚은 공정성
토론자들은 음식 배달 시장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전문위원은 “배달앱 만족도는 높지만 가격 공정성은 낮다”며 수수료와 배달비 구조의 투명화를 촉구했다. 그는 “소비자가 음식 가격보다 배달비에 더 민감하다”며, 가격 구조가 합리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는 음식 배달이 가정의 식문화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배달음식은 편리하지만, 가족 식사의 시간과 대화를 줄이고 있다”며, 일회용품 쓰레기와 교통사고 같은 사회적 비용도 강조했다.
안혜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무료 배달은 결국 소비자와 점주가 비용을 떠안는 구조”라며, 실제로 점주 조사에서 배달 수수료 부담이 원자재·인건비·임대료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총수수료 상한제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편익을 줄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동훈 공정위 소비자거래정책과장은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값싼 배달음식 뒤에 누군가의 희생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책은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음식 배달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리적 소비가 한 끼를 살린다
이번 토론회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음식 배달 소비는 “얼마나 편리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한 끼의 대가를 누가 지불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무료 배달은 달콤한 혜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점주의 마진 축소, 라이더의 위험 증가, 환경 오염이 뒤따른다. 음식 배달이 우리 식탁에 가져온 편리함은 분명 크지만, 그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소비자도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민병덕 의원이 강조했듯, 음식 배달은 이미 국민 생활의 핵심 인프라다. 국회와 정부는 제도적 공정성을 세워야 하고, 소비자는 값싼 한 끼의 이면을 직시하며 윤리적 소비를 실천해야 한다. 음식 배달의 미래는 결국 소비자가 어떤 한 끼를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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