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의 서울식 미각 외교…자개함으로 완성한 한입의 서울

민혜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16 12:03:20

‘서울마이소울 자개함’ 담은 디저트, 美 워싱턴 D.C. 시아 레스토랑에서 선보여

레스토랑 시아에서 서빙되는 디저트 ‘한입’   사진 = 서울시

[Cook&Chef = 민혜경 기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계급전쟁> 준우승, 제로 플라스틱 파인다이닝 실천,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하는 미국의 셰프 에드워드 리(Edward Lee).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감을 담은 한 접시 디저트로 세계 무대에 서울을 알리고 있다. 장소는 미국 워싱턴 D.C., 무대는 그가 운영하는 한식 기반 레스토랑 ‘시아(SHIA)’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지난 5월 7일 서울특별시로부터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당시 서울시가 준비한 위촉식 오찬 디저트는 한국의 전통 공예품인 ‘자개함’에 담겨 나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상징적인 상자는 처음 본다”며 감동을 표했고, “이 자개함을 나의 레스토랑에서 그대로 활용해 서울의 맛을 소개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 한마디가 문화외교형 협업으로 이어졌고, 결국 자개함은 11,000km를 건너 워싱턴 D.C.의 식탁 위에 오르게 됐다.

전통 공예와 한식 디저트의 결합, ‘한입(Hanip)’이라는 메뉴로 태어나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시아의 저녁 코스 마지막 디저트로 ‘한입(Hanip)’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식의 미감을 담은 두 가지 창작 디저트가 바로 서울시 자개함 안에 정갈히 담겨 서빙된다.


첫 번째는 구운 잣에 생강 크러스트를 곁들인 ‘Roasted Pine Nut Pie’, 두 번째는 된장의 발효 풍미를 응용한 ‘Doenjang Caramel with Injeolmi’(된장 캐러멜 인절미)다. 잣, 생강, 된장, 인절미. 한국의 식문화 DNA가 담긴 이 네 가지 식재료는 에드워드 리 셰프의 손에서 재구성되어,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서울의 맛’과 ‘서울의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자개함을 여는 순간 손님들의 얼굴이 바뀝니다. 그것은 단지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아름다움, 서울의 전통, 그 섬세한 정서를 경험하는 순간이죠.”

그는 자개함을 단지 서빙 도구로 보지 않는다. 디저트를 담는 그릇이 곧 서울이라는 도시를 설명하는 매개체이자, 자신이 추구하는 문화외교의 수단인 셈이다.

서울시 굿즈를 ‘콘텐츠’로 만든 셰프…에드워드 리, 정체성과 철학을 요리하다

이번에 사용된 ‘서울마이소울 자개함’은 서울시 공식 굿즈로, 전통 나전칠기 장인이 제작한 소장형 공예품이다. 뚜껑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한강버스, 서울달, 남산타워와 광화문 등 서울의 상징적 풍경이 어우러져 있고, 옆면에는 개나리(서울의 꽃), 은행나무(나무), 까치(새) 등 서울의 상징이 정밀하게 새겨져 있다.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감과 정체성을 하나의 오브제로 구현한 작품이다.

서울시 민수홍 홍보기획관은 “이번 협업은 서울의 정체성과 감성을 전통 공예와 셰프의 창의성으로 연결한 이상적인 사례”라며 “굿즈가 단순한 상품을 넘어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셰프의 철학이 서울의 미를 입고…‘디저트 외교’로 세계를 향하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그간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물론, 한식의 지속 가능성, 젠더 형평성, 지역 농산물 활용 등 진보적 조리 철학을 꾸준히 실천해온 인물이다. 그가 서울시 홍보대사로서 선택한 방식은 서울을 재료와 공예,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조리하는 것이었다.

“서울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요리로 번역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셰프로서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자개함은 그 이야기를 담기에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었습니다.”

서울의 자개함, 한식 디저트, 그리고 셰프의 철학이 만난 자리에서, 서울은 지금 가장 섬세한 방식으로 세계인의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에드워드 리 셰프  사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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