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계절을 기록하는 가이세키 레스토랑, 미쉐린의 선택 ‘가겐’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20 19:17:32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기온이 뚝 떨어지는 11월을 대표하는 음식은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제철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이 담긴 음식을 선보이는 ‘가겐 by 최준호’는 가이세키 전문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에 신규 등재됐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레스토랑 ‘가겐’의 이름은 최현아 셰프의 ‘아(雅)’와 원진희 셰프의 ‘원(元)’을 일본식 발음으로 조합한 것으로, 두 사람이 수련하며 배운 음식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가겐은 ‘가겐 by 최준호’로 간판을 바꾸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겐의 뒷부분은 투자자인 패션기업 형지그룹의 총괄 부회장 이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제철 식재료의 맛이 가장 뛰어날 때,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요리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원진희·최현아 셰프는 한국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식재료의 미세한 차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코스 전체의 흐름에 반영한다. 실제로 가겐의 코스는 철이 바뀔 때마다 전면 재구성되며, 메뉴 하나하나에는 제철 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과 향이 정갈하게 녹아 있다. 2023년 오픈 당시만 해도 ‘고급 일식=스시 오마카세’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가겐은 가이세키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서울에 자리 잡게 한 레스토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겐의 주축인 원진희·최현아 셰프는 각각 도쿄의 명문 일식당 쿠로기, 미쉐린 3스타 칸다에서 수련하며 정통 일본 요리의 기술과 경험을 쌓았다. 이들이 귀국 후 선보인 가이세키는 한국 재료의 특성과 기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국은 일본보다 위도가 짧은 탓에 같은 계절이라도 재료의 출하시기가 한 달씩 늦춰지기도 하는데, 두 셰프는 이런 차이를 몸으로 익히며 “이제는 계절에 맞춰 어떤 재료를 써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말한다.
가겐의 특징은 방문 시기에 따라 메뉴가 다르고 계절감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봄에는 봄나물 코스를, 여름에는 이세에비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코스를, 가을에는 송이버섯 코스, 겨울에는 대게 코스를 진행하는 식이다.
대표 메뉴인 ‘쿠로기 소면’, 숯불에서 향을 살린 은어 소금구이, 계절의 정수를 한 접시에 담는 핫슨, 고사리 전분으로 만드는 와라비 모치 등은 가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자적인 코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쿠로기 소면은 가겐의 시그니처 메뉴로 부드럽고 고소한 성게알, 짭짤한 캐비어, 여기에 쯔유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고급스러운 풍미를 남긴다. 탱글하게 삶아낸 소면은 입맛을 당긴다. 가이세키의 꽃, 핫슨이 나올 때쯤이면 조명이 어두워지며 분위기가 한층 깊어진다.
공간 또한 ‘계절의 요리’라는 철학을 완성한다. 가겐에서 사용하는 식기 대부분은 일본 장인의 작품으로, 평균 6개월 이상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테이블 위에 올리는 식기도 메뉴만큼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일식이지만, 한국에서, 한국 식재료로, 한국 손님에게 선보이는 가이세키”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가게 로고나 표기에도 일본어는 배제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제공되는 식전주, 오롯이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 셰프의 설명과 따뜻하면서 편안한 접객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한 끼가 아닌 계절의 흐름과 재료의 깊이를 경험하는 순간이 된다.
다음 계절의 가겐은 또 어떤 맛과 이야기로 반겨줄지 기대를 모으는 곳이다. 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영업하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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