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중국 김치 33만톤이나 먹나?
안정호 기자
82zebo@gmail.com | 2026-09-04 15:27:57
2배 가격차 간극을 메울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Cook&Chef = 안정호 기자] 중국에서 배추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유통 중인 중국산 배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파장은 단순히 중국산 배추를 넘어 국내산 김치까지 번졌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중국산 배추 15건, 배추김치 124건을 검사한 결과, 포름알데히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발표로 일단락된 이번 파장으로 드러난 건 중국산 배추에 대한 안전 문제뿐만이 아니다. 그 이면엔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정작 김치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김치 수입 33만톤 중 99%가 중국산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33만6221톤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도 7월까지 19만4000톤이 들어와 다시 최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약 99%가 중국산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입된 김치는 식당을 포함한 식생활 전반에서 접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발표한 '2025 김치산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수입 김치를 쓰는 식당의 49%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김치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국내 외식업 구조에서 수입 김치 사용은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김치 업계에 따르면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이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윤영채 대한민국김치협회 실장은 통화에서 "완전히 국산 농산물로 담근 김치는 소비자가 기준 1㎏당 4000원 전후인데 중국산은 2000원 전후로 2배 정도 차이 난다"며 "(국산 김치라도) 수입산 고춧가루를 쓰는 경우에도 kg당 3000원에서 3500원 정도로 형성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가격 차가 소비자의 선택권이 적은 곳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윤 실장은 "식당이나 도시락처럼 선택권이 없는 쪽은 수입산 비중이 높다"면서 "2024년 기준, 식당이 쓰는 김치의 수입산 비중이 이미 50%를 넘었고, 지금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배추김치뿐 아니라 깍두기, 열무김치, 파김치까지 수입산으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표시·유통·자구책, 다각도 대응도
눈에 띄는 가격 차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값싼 중국산을 국산으로 바꾼 원산지 눈속임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공개한 원산지이력위반공표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기준 올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처분된 1009건 가운데 배추김치류는 350건에 달한다. 배추김치의 원산지를 속여 표시하거나 배추를 국내산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이 같은 위반은 매년 되풀이되는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여러모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원산지 표시와 단속을 강화한다. 지난 3월 국회는 배달앱 등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입점업체 대상 원산지 표시 고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원산지표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원산지 위반 업체가 입점한 플랫폼 명칭을 공표할 수 있는 규정도 정비했다. 다른 하나는 유통 구조 자체를 손보려는 시도다. 복잡한 유통 단계가 식자재 가격과 외식업체 원가 부담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에서, 식자재 유통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식자재유통산업진흥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업계도 자구책에 나섰다. 대한민국김치협회는 지난 5월부터 '1사(社) 5식당'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치업체 1곳이 식당 5곳을 발굴해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국산 김치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윤 실장은 "생산비, 인건비를 감안하면 ㎏당 2000원에 국산을 공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자발적 캠페인으로 한 업체가 5곳 정도는 감당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검사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검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검사는 이번 사건을 걸러낼 뿐 값싼 수입에 기댄 구조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지난 2021년 탈의한 사람이 배추를 절이는, 이른바 '알몸 김치' 파동 때도 수입이 잠시 주춤했다가 이내 회복됐다. 사건이 터지면 놀랐다가 가격 앞에서 다시 중국산으로 돌아가는 일이 되풀이돼 온 셈이다.
표시와 단속, 유통 구조를 손보고, 업계가 자구책을 펴도 넘어야 할 벽은 결국 '가격차'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과 김치를 33만톤씩 사 오는 현실 사이의 간극. 실효 있는 대책으로 그 간극을 메우지 않는 한, '발암 배추' 같은 불안은 언제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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