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년 전통 씨간장, 미슐랭 셰프의 창작을 자극하다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5-30 11:46:37
전남 담양 양진재 종가의 ‘장맛’, 세계 셰프들과 조우… “철학이 있는 맛”
[Cook&Chef = 이경엽 기자] “이 장은 그저 발효된 간장이 아닙니다. 요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원료입니다.”
세계적 미슐랭 셰프인 토라익 츄아는 장맛을 본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전통 장의 깊은 풍미는 셰프의 감각을 넘어, 창작의 영감을 자극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전라남도는 30일, 담양 ‘기순도 전통장체험관’에서 국내외 유명 셰프들과 함께 ‘남도 명인(명장) 종가 미식클래스’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370년 내력의 씨간장을 보유한 양진재 종가의 기순도 대한민국식품명인을 비롯해 국내외 셰프 13명과 목포과학대 식품영양학과 학생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참여 셰프는 프레데릭 안톤(프랑스·미슐랭-3스타), 게르트 드 망리에(벨기에·미슐랭-3스타), 토라익 츄아(싱가포르·미슐랭-3스타), 장 프랑수아 후케트(프랑스·미슐랭-1스타) 등 해외 셰프 8명과 최해영(전 미슐랭-1스타) 등 국내 셰프 5명이다. 이들은 장을 직접 담그고 그 철학과 발효 과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미식클래스의 중심에는 370년 전통의 씨간장을 지켜온 양진재 종가의 기순도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5호)이 있었다. 그녀가 소개한 전통 장의 제조 방식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닌 ‘시간과 자연, 사람이 함께 짓는 발효 철학’ 그 자체였다.
기순도 명인은 “장 하나에 최소 1년, 씨간장은 10년을 넘어간다”며 “온도·습도·사람의 손이 만든 이 미묘한 균형은 기술이 아닌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직접 장을 담가본 셰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토라익 츄아 셰프는 “전남의 전통장은 콩의 깊은 풍미와 발효의 우아함이 완벽히 어우러진 특별한 맛이다”며 “이는 단순한 ‘소스’가 아니라 요리 전체의 철학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체험은 전통장에 대한 ‘감상’에서 머무르지 않고, 세계 미식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과 세계화 방안까지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장을 소재로 한 메뉴 시연과 국제 셰프 간의 토론은 ‘전통 발효식품’이 미래 푸드트렌드와 만나는 실질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편, 전라남도 유현호 관광체육국장은 “전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으로,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7억 8천만 달러를 넘는 등 남도 미식이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라며 “오는 10월 목포에서 열리는 ‘남도 국제미식산업박람회’를 통해 남도의 장맛을 글로벌 무대에 정식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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