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 않아도 맛있을 수 있는가
노하빈 기자
cnc02@hnf.or.kr | 2025-07-24 12:00:30
[Cook&Chef = 노하빈 기자] 건강을 위해 설탕을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저당’, ‘무가당’, ‘제로슈거’라는 표기가 제품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아이스크림처럼 당 함량이 높은 디저트 시장에서 ‘단맛 없이도 맛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 아이스크림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총 30개 저당·제로 표시 아이스크림을 대상으로 표시실태, 당류 함량, 감미료 사용, 미생물 기준 및 품질 안전성을 시험한 결과, 전반적으로 ‘영양표시 및 위생 기준에는 모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저당’, ‘제로’ 맞춤법은 지켜졌나?
식약처 조사 결과, 30개 제품 모두 ‘영양성분 등 표시기준’과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을 준수했으며, 제품명 또는 포장에 표시된 ‘저당’, ‘무가당’, ‘제로슈거’ 등 광고 문구도 현행 식품표시 기준에 적합했다. 다만, 일부 제품은 “당류 0g”이라는 문구와 함께 당류 외의 다른 당류 대체 감미료(에리스리톨, 말티톨 등)가 들어 있음에도 이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표시해 오해 소지가 있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당류는 0g이지만, 무당류 제품은 아니라는 점을 제품 뒷면에 더 명확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당류 함량은 어느 정도였나?
저당·제로 아이스크림 30개 제품 중 28개 제품에서 당류가 검출되었으며, 평균 당류 함량은 100g당 8.8g으로 나타났다. 일반 아이스크림 평균(15.6g) 대비 약 43% 낮은 수치다. 특히 제로슈거로 표시된 7개 제품은 평균 3.8g으로, 일반 제품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에너지 함량도 평균 100g당 108kcal로, 일반 아이스크림(197kcal)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감미료로는 에리스리톨, 말티톨, 스테비올배당체 등 10종이 검출됐으며, 모두 허용 기준 이내로 적합했다.
위생과 안전성은 어땠나?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는 위생과 안전성 측면에서는 양호한 결과가 나왔다. 미생물 기준(일반세균, 대장균, 대장균군) 및 보존료, 착색료, 이물질 등 모든 항목에서 기준치 이내로 확인됐다. 특히 기온 상승으로 아이스크림 소비가 증가하는 여름철을 맞아, 제조·유통 과정의 위생관리 실태도 함께 확인한 점이 눈에 띈다.
‘덜 단 맛’의 시장, 맛과 신뢰는 동시에 가능할까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안전성 확인을 넘어, ‘덜 단’ 제품이 실제로 어느 정도 단맛을 줄이고 있는지, 그리고 소비자가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제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쿡앤셰프 관점에서 보면, 당류 감축이 단순히 ‘표시와 수치’의 문제를 넘어 조리의 균형과 풍미의 설계로 이어질 수 있는가가 다음 과제다.
식약처는 “저당, 제로 등 소비자 요구가 증가하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신뢰받는 식품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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