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빵, 버릴까 팔까…빵집마다 다른 마감 할인법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 2026-09-16 15:00:28

폐기량 감소부터 원가 회수까지…마감 할인 활용하는 동네 빵집들
정욱이네 제빵소 ‘오늘의 빵’ 판매 화면. 상품은 급속냉동빵으로 제공되며, 할인 전 1만8,500원인 상품이 8,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 = 마감히어로 앱

[Cook&Chef = 송미연 기자] 서울 송파구 정욱이네 제빵소. 마감 할인 앱 마감히어로를 열어보니 ‘오늘의 빵’ 랜덤팩이 8,3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화면에 표시된 할인 전 가격은 1만8,500원. 사워도우와 포카치아 등이 담기는 이 상품의 설명란에는 “모든 제품은 급속냉동빵으로 제공된다”고 적혀 있다. 마감 할인 상품이라고 해서 모두 당일 구운 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럭키밀과 마감히어로 같은 플랫폼은 매장에 남은 식품을 할인 판매하고, 고객이 직접 방문해 수령하도록 연결한다. 빵집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은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어떤 상품을 내놓고 어떤 효과를 얻는지는 매장마다 달랐다.

마감히어로의 경우 판매 방식은 둘로 나뉜다. 가격과 픽업 시간을 미리 정해두는 예약 판매, 당일 잔여 재고를 즉시 등록하는 실시간 판매다. 할인율(30~60%)과 판매 수량은 매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한다. 수량 예측이 까다로운 베이커리에서는 여러 종류의 빵을 묶어 파는 ‘랜덤팩’ 방식도 활용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 6월 15일부터 플랫폼 사업자·식품 판매 업계와 함께 ‘미판매 식품 마감할인 서비스’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소비기한이 임박하거나 당일 판매되지 않은 식품의 재고 정보를 공유해 판매를 돕고, 음식물 폐기물을 줄이려는 취지다. 이처럼 제도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민간 플랫폼을 이용해 온 동네 빵집들은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소소베이크하우스의 럭키밀 ‘럭키백’ 판매 화면. 1만원 상당의 빵이 50% 할인된 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 = 럭키밀 앱

당일 남은 빵 판매해 폐기 줄여

서울 마포구 ‘소소베이크하우스’는 그간 ‘당일 생산·당일 판매’ 원칙에 따라 남은 빵을 전량 폐기해 왔다. 럭키밀을 도입한 지는 1년 남짓. 매장 측은 정확한 수치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서비스 이용 후 체감상 “폐기량이 8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소소베이크하우스 측은 처음에는 랜덤박스 형태의 판매를 망설여 입점 제안을 고사했지만, 럭키밀 측의 설명을 다시 들은 뒤 참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후 남은 빵을 할인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폐기 부담을 덜고 있다.

냉동 사워도우 판매로 원가 일부 회수

 ‘정욱이네 제빵소’는 냉동 빵 판매에 마감 할인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 초 마감히어로를 도입한 박정욱 대표는 “전에는 남은 빵을 폐기하거나 냉동 보관해 뒀다가 기부하곤 했다”고 전했다. 현재는 앱을 통해 냉동 사워도우 등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정욱이네 랜덤팩에는 급속냉동빵이라는 안내와 함께 데워 먹는 방법도 명시돼 있다. 마감히어로 측은 “냉동 여부나 보관 방법 등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는 매장 소개와 상품 공지를 통해 구매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기본 재고량이 많아 서비스 이용 후 폐기량이 확실히 줄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반값이라도 받고 파는 게 훨씬 이득”이라며 원가 일부를 회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같은 마감 할인 서비스라도 매장이 체감하는 효과는 달랐다. 소소베이크하우스가 당일 남은 빵의 폐기량을 줄이는 데 효과를 봤다면, 정욱이네 제빵소는 냉동 보관한 빵을 판매해 원가 일부를 회수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늦은 픽업·미수령 부담…신규 고객 유입도

정해진 시간에 상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현장의 불편도 있었다. 소소베이크하우스에서는 늦게 방문한 고객이 환불을 요구하거나 상품 품질에 불만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매장 측은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고, 럭키밀이 고객 응대에 신경 쓰고 있어 앞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욱이네 제빵소 역시 고객의 방문 지연이나 미수령을 경험했다. 박 대표는 초기에는 픽업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 다소 번거로웠지만, 운영에 익숙해진 뒤에는 큰 어려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 판매가 추가 구매나 재방문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소소베이크하우스에서는 할인 상품의 픽업을 확정한 손님이 매장에 오기 전 전화로 다른 빵을 문의하고 추가 구매했다. 정욱이네 제빵소에서도 할인된 가격으로 사워도우를 처음 접하거나, 앱에서 매장을 알게 된 뒤 재방문하는 손님이 생겼다. 

소비자 후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다. 한 이용자는 마감 상품을 수령하러 갔다가 다른 빵을 추가로 구매했다고 후기를 남겼다. 남은 빵을 처리하려고 시작한 판매가 신규 고객 유입과 추가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 셈이다. 박 대표도 당분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감히어로 이용자가 남긴 베이커리 구매 후기. 해당 이용자는 마감 상품을 픽업하러 매장을 찾았다가 다른 빵을 추가로 구매했다고 적었다.  사진 = 마감히어로 제공

빵집 입장에서 재고를 완전히 없애기란 쉽지 않다. 날씨나 방문객 수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는 데다, 폐기를 피하려 생산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필요한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감히어로 원요한 대표는 “정상 판매를 우선하되, 영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남게 된 상품이 있다면 버리는 대신 새로운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Cook&Chef /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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