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이젠 민간이 이끈다"... 셰프 육성 '난로 넥스트' 출범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0-31 10:34:54
[Cook&Chef = 이경엽 기자] 한식의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비영리 사단법인 난로학원이 30일 청담동 레스토랑 ‘드레스덴 그린’에서 한식 인재 양성을 위한 펠로우십 프로그램 ‘난로 넥스트(NANRO NEXT)’의 발족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최현석·박가람 셰프의 포핸드 디너와 함께 한식 연구자, 셰프, 산업계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한식 인재를 위한 ‘민간형 펠로우십’
난로학원은 2022년 한식 브랜딩을 위한 업계 내 모임에서 출발해, 2023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샘표 우리맛연구중심의 최정윤 연구실장(World’s 50 Best Restaurant 한국 의장)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조희숙 셰프, 정관 스님, 박정은 아토믹스 대표 등 국내외 인사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새롭게 출범한 ‘난로 넥스트’는 한식의 산업화와 글로벌화를 주도할 차세대 셰프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난로학원에 따르면 첫 번째 펠로우로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더 프렌치 런드리(The French Laundry)와 뉴욕의 아토믹스(Atomix) 출신의 이하성 셰프가 선정됐다. 난로학원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20명의 펠로우를 선발해 요리, 경영, 마케팅, 디자인 등 한식 산업 전반에 걸친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 예산이 아닌, 업계 스스로 만든 플랫폼”
난로학원의 운영은 기존 정부 지원 사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31일 강도연 난로학원 PR 디렉터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 예산을 받지 않는 완전한 민간 비영리 단체로, 업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식이 더 이상 단순한 요리 분야를 넘어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셰프뿐 아니라 매니저, 소믈리에, 경영인, 브랜드 디렉터 등 다양한 업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한식을 매개로 산업화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한식 산업화의 기틀, 민간이 먼저 세운다”...“장기 목표는 한식 전문학교 설립”
강 디렉터는 또 “난로 넥스트는 단기 펠로우십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한식 전문학교 설립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추천 기반의 1기 펠로우 선발로 시작됐으며, 향후 프로그램 구체화는 자문위원단 논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난로학원은 이미 조희숙 셰프와 정관 스님, 그리고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스페인 ‘디스프루타르’의 오리올 카스트로 셰프 등 글로벌 인사들과 협업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향후 교육과 멘토링 과정에도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난로 넥스트’의 출범은 정부와 함께 ‘한식 세계화’에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 브랜드 중심의 ‘한식 수출’에 셰프·연구자·서비스 종사자 등 민간 역량이 더해져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지향해나가는 모양새다.
특히 난로학원의 비전이 “한식 산업화와 글로벌화”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는 단순한 인재 육성의 출발점이 아니라 ‘한식 산업’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난로학원은 특정 기관의 위탁사업이 아닌 독립 운영을 유지하며, 향후 해외 창업을 꿈꾸는 셰프 중심의 교육·멘토링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식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정부 주도의 지원만큼이나 ‘민간 자생적 생태계’의 작동도 중요하다. 난로학원의 등장은 그 실험의 첫 단추다. 다만, 실제 프로그램이 지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급 네트워크형 모임’에 그칠 위험도 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누가, 어떤 철학으로 인재를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난로학원의 다음 행보는 ‘한식의 산업화’를 공허한 구호로 끝낼지, 새로운 한식 세대를 만들어낼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