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식 컨퍼런스] “김치는 반찬이 아니다, 산업이다”…권우중 셰프, 한식 발효의 미래를 선언하다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0-29 10:34:16

사진 = 이경엽 기자

[Cook&Chef = 이경엽 기자] “발효는 모든 나라에 있지만, ‘채소 발효’를 문화의 중심에 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우리는 세계가 가지지 못한 유산을 이미 갖고 있다. 이제는 그것을 지키는 시대가 아니라, 미래의 식탁을 설계하는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29일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2025 한식 컨퍼런스’에서 권우중 셰프(권숙수)가 던진 메시지는 단호했다. 이는 단순한 식문화 찬사가 아니라, 한국 발효의 정체성을 글로벌 미식 시스템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강력한 선언이었다.

권 셰프는 발효를 "기다림의 철학"으로 정의하면서도, 이제는 이를 ‘산업 전략’과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김치, 장, 장아찌는 하나의 지식 생태계”이며, “기후, 시간, 균주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터 산업”이라고 진단했다. "발효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기술"이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김치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그는 ‘공짜 반찬’ 문화 와 중국산 저가 김치 의존을 꼽았다. “김치는 재료비만 해도 고가인 고품질 발효식품인데, 우리는 그것을 무료라는 프레임에 가둬 시장 가치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미래 전략으로, 샐러드형이나 저염식, 하나의 완성된 메뉴로 개발하는 ‘단품요리화’를 제안했다. 또한 해외 셰프들이 직접 김치를 만들어보는 경험형 상품인 ‘밀키트·DIY 키트의 글로벌화’, 품종과 젓갈, 숙성 온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발효 데이터 연구’, 그리고 단순 조리 교육이 아닌 문화 교육으로서의 ‘김치 교육 인프라 구축’을 촉구했다. “김치를 요리로 인정받지 못하면 한식은 결코 제값을 받을 수 없다” 고 단언했다.

이 비전은 장아찌와 장류로 이어졌다. 권 셰프는 이들이 밥반찬으로만 고정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류는 ‘문화 플랫폼’으로서 소스 산업이나 레스토랑 컬처로 확장되어야 하며, 장아찌는 단순 반찬을 넘어 프리미엄 미식 소스로, 식초는 홈메이드 키트나 디저트·샐러드 시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셰프의 결론은 한식 발효가 ‘기후변화 시대의 생존 전략’이라는 데 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문제를 마주한 지금, 냉장고 없이도 저장이 가능한 발효기술은 ‘지속가능한 음식의 정답’이라는 것이다. "발효는 기술이며, 기술은 산업이 된다. 한국은 이미 세계가 부러워하는 발효 DNA를 갖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일"이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권우중 셰프의 발표는 발효가 문화 가치를 넘어 구체적인 산업 전략이 되어야 함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는 국가 차원의 '발효 산업 혁신 플랜'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국가 주도의 '발효 데이터 뱅크' 구축, 지역 장인과 청년 셰프를 연결하는 '발효 스타트업 플랫폼' 신설, 한식 발효 교육을 문화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아카데미 설립', 그리고 김치와 장류를 '전략식품산업'으로 지정하는 법제화 등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

2025 한식 컨퍼런스는 "한식 발효가 세계 미식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공식 선언의 장이 됐다. 한식의 미래는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발효를 지식과 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상상력'에 달려있다. 우리는 이미 정답을 가졌다. 이제는 답을 쓰는 용기만 필요하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