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초록색 가고 보라색 오나? 세계 디저트 시장을 흔드는 ‘우베’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10 23:59:54

필리핀에서 시작된 보라색 식재료
항산화와 식이섬유를 동시에 품은 건강 디저트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한동안 카페와 디저트 시장의 상징적인 색은 ‘초록’이었다. 말차가 그 중심이었다. 일본 녹차 가루를 활용한 말차 라떼와 디저트는 세계적인 유행이 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식음료 시장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식음료 업계에서는 또 하나의 색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선명한 보라색이다. 그 중심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뿌리채소 ‘우베(Ube)’가 있다.

우베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먹어 온 식재료다. 자주빛을 띠는 참마의 일종으로, 학명은 디오스코레아 알라타(Dioscorea alata)다. 겉껍질과 속살이 모두 보라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며, 최근에는 이 독특한 색감과 풍미 덕분에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식음료 시장에서도 우베를 활용한 메뉴가 늘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는 우베를 활용한 코코넛 마키아토를 선보였고, 미국 대형 식료품 체인에서는 우베 아이스크림이 판매되고 있다. 필리핀의 마 수출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우베가 단순한 지역 식재료를 넘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색 고구마와 닮았지만 다른 식물

우베를 처음 보면 자색 고구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우베는 마과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 식물이며, 고구마는 메꽃과 식물이다. 같은 뿌리채소처럼 보이지만 계통 자체가 다르다.

외형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베는 고구마보다 껍질이 거칠고 수분 함량이 많은 편이다. 속살은 진한 보라색을 띠며 익히면 더욱 선명한 색을 드러낸다. 또 다른 뿌리채소인 타로와도 종종 혼동되지만, 타로의 속살은 연한 흰색에 보라색 점이 섞여 있는 반면 우베는 전체가 자주빛을 띤다.

이처럼 우베는 고구마나 타로와 구분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식재료다. 특히 보라색 색감은 디저트에 시각적인 매력을 더해 최근 식음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되었다.

보라색이 의미하는 영양

우베의 보라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이 색을 만드는 성분은 안토시아닌이다. 안토시아닌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식물 색소로, 블루베리나 자색 고구마에도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이다.

항산화 성분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활성산소는 세포 손상을 유발하고 노화와 다양한 만성 질환과 관련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식품은 건강 식단에서 자주 언급된다.

연구에 따르면 안토시아닌은 혈관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만성 염증을 완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베는 단순한 디저트 재료가 아니라 항산화 식재료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혈당 관리에 도움 되는 탄수화물 구조

우베는 탄수화물을 주요 영양 성분으로 가진 뿌리채소지만, 그 구조가 비교적 건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편이다. 우베 100g에는 약 4g 정도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고구마나 바나나보다 높은 수준이다.

식이섬유는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 흡수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베에 포함된 전분이다. 우베에는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이 포함되어 있다. 저항성 전분은 일반 전분과 달리 소화 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고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우베의 혈당지수(GI)는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베는 비교적 안정적인 탄수화물 식품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장 건강을 돕는 식이섬유

우베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장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섬유질은 장 운동을 촉진하고 대변의 양을 늘려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장내에서 발효된 저항성 전분과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장내 유익균이 충분히 활동하면 장 환경이 안정되고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식이섬유와 저항성 전분이 함께 들어 있는 식품은 장 건강 식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리핀 디저트의 핵심 재료

우베는 생으로 먹기보다는 주로 익혀 먹는다. 삶거나 쪄서 으깬 뒤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우베를 이용한 디저트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음식은 우베 할라야(Ube halaya)다. 삶은 우베를 으깨어 연유나 코코넛 밀크와 함께 졸여 만드는 디저트로, 잼처럼 진한 질감을 가진다. 이 할라야는 케이크, 빵, 아이스크림 등의 기본 재료로 활용되며 필리핀 디저트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베는 바닐라 향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향과 함께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를 지닌다. 이 독특한 맛 덕분에 최근에는 라떼,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로 확장되고 있다.

보라색은 단순히 화려한 색이 아니다. 우베의 자주빛은 항산화 성분을 품은 색이다. 말차가 초록색 식재료의 유행을 만들었다면, 이제 디저트 시장에서는 보라색 뿌리채소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베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식재료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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