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맛은 ‘엄지척’, 운영은 ‘비지땀'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 2026-09-14 15:00:51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 옥토버페스트 현장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서울 한복판, 마포구 문화비축기지는 독일 뮌헨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옥토버페스트 축제의 열기로 가득 찼다.  사진 = 이승우 기자

[Cook&Chef = 이승우 기자]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서울 한복판, 마포구 문화비축기지는 독일 뮌헨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축제의 열기로 가득 찼다. 과거 석유를 비축하던 거대한 탱크 사이로 다채로운 볼거리와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고, 맥주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인파로 행사장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는 성황을 이뤘다.

파울라너부터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까지

이번 옥토버페스트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축제의 본질인 ‘맥주의 맛’과 풍성한 볼거리였다. 파울라너(Paulaner)를 비롯해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Original Beer Company) 등 프리미엄 브루어리들이 참여한 부스에서는 훌륭한 퀄리티의 맥주를 선보였다. 신선한 맥주의 풍미는 가을밤의 정취와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과 공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방문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기획의 의도와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매력적인 행사였다.

1시간의 웨이팅과 코인 시스템의 미비

그러나 폭발적인 호응에 비해 현장을 뒷받침하는 운영 측면에서는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한 실질적인 대응책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병목현상이었다. 기본적으로 맥주 한 잔을 주문하기 위해 무려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판매 부스의 수와 현장을 빠르게 통제하고 주문을 쳐낼 운영 인력의 부재가 낳은 결과였다.

결제 방식 역시 혼란을 가중시켰다. 주최 측은 현금이나 카드 대신 ‘코인’이라는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이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코인을 구매하고 긴 줄을 섰음에도, 정작 부스 내부의 맥주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돈(코인)을 내고도 맥주를 받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원활한 축제 진행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오히려 방문객의 불편을 초래하는 허들로 작용한 셈이다.

공간과 좌석 배치의 디테일 부족도 아쉬움

공간과 좌석 배치에 대한 디테일 부족도 아쉬운 대목이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지만, 대형 앰프 바로 앞까지 무리하게 좌석을 배치한 것은 명백한 패착이었다. 해당 구역에 자리 잡은 방문객들은 무대의 음악을 기분 좋게 즐기기는커녕, 귀가 아플 정도의 극심한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수용하려는 욕심보다는, 방문객들이 어떤 자리에서도 쾌적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음향의 도달 거리와 데시벨을 고려한 세심한 동선 및 좌석 기획이 필요했다.

오는 21일까지 이어지는 축제, 긴 줄 피하고 현명하게 즐기는 법

지난 12일 막을 올린 이번 옥토버페스트는 오는 21일(월)까지 이어진다. 아쉬운 운영 속에서도 남은 축제를 현명하게 만끽하고 싶다면, 주최 측이 마련한 공간 분리와 티켓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우선 긴 웨이팅이 부담스럽거나 가볍게 축제 분위기만 엿보고 싶다면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야외 비어가든’이 훌륭한 선택지다. 반면, 재즈 밴드부터 독일 정통 옥토버밴드, DJ 공연까지 축제의 정수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유료 빅텐트’를 공략해야 한다. 빅텐트는 쾌적한 관람을 위해 하루 2부제(1부 12:00~16:30, 2부 17:30~22:00)로 운영된다.

티켓은 인원수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1~2인 방문객이라면 500ml 맥주 한 잔이 포함된 스탠다드 존(평일 2만 원, 주말 2만 5천 원)이 적합하다. 만약 4인 일행이라면, 테이블당 4,000ml의 넉넉한 맥주와 기본 음식 세트가 제공되는 프리미엄 존(20만 원)을 예약하는 것이 맥주 수급의 번거로움을 피해 여유롭게 축제를 즐기는 지름길이다.

현장을 방문할 때는 두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행사장 내 외부 음식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며, 별도의 주차 공간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훌륭한 맥주를 마음껏 들이켜기 위해서라도 차는 과감히 두고, 인근 지하철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 월드컵경기장역)을 이용해 홀가분하게 방문할 것을 권한다.

탁월한 기획과 양질의 수제 맥주가 준비된 만큼, 오는 21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뼈아픈 현장 피드백을 발 빠르게 수용해 운영의 디테일을 다잡기를 바란다. 이번 성장통을 무사히 넘긴다면, 문화비축기지 옥토버페스트는 서울을 대표하는 완벽한 가을 축제로 굳건히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Cook&Chef /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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