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 국간장 회수 사태, B2B 식자재 안전망에 켜진 적신호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2026-01-22 19:53:10

사진 =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Cook&Chef = 오요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삼화식품공사의 '삼화맑은국간장'에 대해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단행했다. 해당 제품에서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1,2-디올)가 기준치를 현저히 초과해 검출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준치 초과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는 3-MCPD가 허용치의 46배 이상 검출됐다는 사실은 외식 산업 전반에 심각한 경종을 울린다.

이번 사태는 한 기업의 식품 안전 관리 실패를 넘어선 복합적 문제를 드러낸다. 회수 대상 제품의 포장 단위가 1.8L 대용량이라는 점은 주 소비처가 일반 가정이 아닌 식당, 급식소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임을 명확히 시사한다. 이는 최종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외식 산업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회수 조치는 저가 식자재에 의존하는 일부 외식업계의 관행과 B2B 식자재 유통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가 됐다. 원가 절감 압박 속에서 식품 안전이 후순위로 밀리는 현상, 그리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시스템의 작동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3-MCPD, 산분해 간장의 ‘숨은 그림자’


사태의 핵심 물질인 3-MCPD는 대두 등 식물성 단백질을 염산으로 가수분해하는 '산분해' 공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생성되는 화학적 오염물질이다. 이는 전통 발효 방식의 양조간장이나 한식간장에서는 거의 생성되지 않으며, 주로 산분해간장을 원료로 쓰는 혼합간장에서 문제가 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3-MCPD를 'Group 2B' 물질로 분류한다. 이는 '인체 발암 가능 물질(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을 의미하며, 동물실험에서는 발암성이 확인됐으나 인체 자료는 불충분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해 각국 규제 기관은 식품 내 3-MCPD 함량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혼합간장 내 3-MCPD 기준은 0.02mg/kg 이하다. 이는 소비자의 장기 섭취를 고려한 엄격한 기준이다. 그러나 회수된 삼화맑은국간장에서는 기준치의 46.5배에 달하는 0.93mg/kg이 검출됐다. 이는 명백한 규격 위반이자, 제조 공정의 심각한 관리 부실을 시사하는 수치다.

산분해간장은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원가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외식 및 가공식품 산업에서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3-MCPD는 저렴한 가격 이면에 존재하는 잠재적 위험성으로 꾸준히 지적됐다.


기준치 46배 초과, 명백한 안전 관리 실패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회수 대상은 소비기한이 '2027년 12월 21일'로 표시된 1.8L 용량 제품이다. 해당 날짜 생산 물량은 총 4,297리터로, 1.8리터 제품 기준 2,387개에 달한다. 식약처는 관할 지자체인 대구 달서구청을 통해 신속한 회수를 지시하고, 구매 소비자에게는 즉각 섭취 중단 및 반품을 권고했다.

검출 수치 0.93mg/kg은 단순 오차 범위를 넘어선다. 이는 원료 관리, 중화, 정제 등 산분해간장 제조 핵심 단계에서 통제 불능의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3-MCPD 생성을 억제하려면 공정 전반의 온도, 압력, 시간, 원료 지방 함량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고도 기술과 설비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해당 생산 라인의 기본 공정 관리가 부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삼화식품공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장류 전문 제조업체라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은 더 크다. 기업의 명성과 연혁이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외식업체들이 더 이상 제조사 이름만 믿고 제품을 선택해서는 안 되며, 자체 검증 시스템이나 납품업체에 대한 안전성 증빙 요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식약처는 불량식품 신고전화(1399) 등을 통해 사후 관리를 강조했지만, 이는 사전 예방 및 상시 감시 시스템 강화라는 근본적 과제를 부각시킨다.


외식업계, 원가와 안전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


적발된 제품이 1.8L 대용량이라는 점은 외식업계에 직접적 파장을 예고한다. 한식당, 분식점, 구내식당 등 국물 요리를 취급하는 수많은 업소에서 국간장은 필수 식자재다. 이들 업소는 치열한 가격 경쟁과 원가 상승 압박 속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혼합간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외식업 경영자에게 산분해간장이나 혼합간장은 전통 양조간장보다 30~50%가량 저렴해 원가 절감에 직접적 도움이 된다. 매일 대량의 식자재를 소비하는 업소일수록 가격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러한 원가 절감 노력이 고객 건강과 업소 신뢰를 담보로 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문제가 된 간장을 사용한 식당들은 즉각적인 재고 폐기와 대체품 확보라는 운영상 혼란을 겪는다. 당장 메뉴의 맛이 미묘하게 달라져 단골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잠재적 법적 책임과 평판 하락이다. 식당이 제조사의 과실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유해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식업계 내 식자재 공급망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 있다. 납품받는 모든 장류의 성분과 안전성 검사 성적서를 요구하는 등 공급업체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운영 부담을 가중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반의 식자재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 소비자 불안은 증폭


최종 소비자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원재료를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원산지 표시 의무 품목을 제외하면, 사용된 간장, 고추장 같은 기초 조미료의 브랜드나 종류까지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소비자들은 식당의 양심과 브랜드를 믿고 비용을 지불할 뿐이다.

이번 사태는 소비자와 식당 간의 신뢰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즐겨 찾던 식당의 국물 맛이 저렴한 산분해간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는 사이 유해 물질을 섭취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이 싹튼다. 이러한 불안은 특정 식당을 넘어 외식 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가치 소비'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원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식당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소비자에게 '값싼 음식'의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비용', 즉 건강상의 위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는 외식 시장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기업들에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인지시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전망: B2B 식자재 투명성 강화와 규제 혁신 시급


삼화맑은국간장 회수 사태는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와 식품 산업에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향후 식품 안전 시스템과 외식 산업의 변화는 다음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첫째, 정부의 B2B 식자재 유통 및 제조 공정에 대한 감시 체계가 대폭 강화될 것이다. 현재의 사후 적발 및 회수 조치만으로는 근본적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3-MCPD와 같은 공정 오염물질에 대해 제조업체의 자체 검사 의무를 강화하고, 불시 점검 빈도를 높이며, B2B 시장에 대량 유통되는 제품의 표적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둘째, 외식업계의 식자재 구매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의 원가 절감보다 장기적인 신뢰 확보와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경영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이는 전통 방식의 양조간장이나 프리미엄 조미료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HACCP 등 식자재 안전성 인증 여부가 납품업체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셋째,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적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 가공식품처럼 식당에서 사용하는 주요 원재료나 조미료 정보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지만, QR코드 등을 활용해 주요 식자재 정보를 제공하는 등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투명성 확보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생산 방식 이면의 식품 안전 그림자를 드러냈다. 이는 생산자에게는 철저한 공정 관리 책임을, 외식업 경영자에게는 현명한 식자재 선택의 중요성을, 소비자에게는 식탁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한다. 이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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