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스낵이 된 한국의 해조류, 규제가 된 한국의 해조류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06 07:47:18

미국 마트 진열대에서 ‘일상식’이 되고, 유럽에선 요오드·중금속 기준으로 ‘관리 대상’이 되는 순간 [사진=완도라이브 / 김양식장]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해조류에 대한 2026년의 인식은 한 문장으로 요약되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슈퍼푸드’와 ‘지속가능한 블루푸드’로, 다른 한쪽에서는 ‘요오드·중금속을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 식품’으로 동시에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 인식의 분화는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유통 현장과 제도 변화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 미국에선 해조류가 더 이상 ‘아시안 마켓의 특수 재료’가 아니라 스낵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사진=https://www.kroger.com/ 김스낵]

대표적으로 Kroger는 자체 상품으로 “Roasted Seaweed Snack”을 판매하며 원재료·영양정보를 일반 스낵처럼 표기한다.  같은 유통망 안에서 Simple Truth Organic 같은 PB 라인도 “Organic roasted seaweed snack”을 상시 품목처럼 운영한다.  해조류가 ‘건강식’이라서가 아니라, “한 봉지 단위로 뜯어 먹는 간편식”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다. Wegmans는 이 흐름을 더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단품이 아니라 12개입 패밀리팩, 멀티팩으로 “Roasted seaweed snacks”를 판매한다.  

패밀리팩은 ‘한 번 호기심에 사는 제품’이 아니라 ‘반복 구매되는 식료품’일 때 등장하는 포맷이다. 즉, 해조류 인식의 한 축은 이미 “가끔 먹는 이국적 재료”가 아니라 “스낵 진열대의 일상식”으로 이동해 있다.

브랜드 전략도 이 변화를 가속한다. 예컨대 Nora는 자사 스낵을 “Good for you. Good for the Planet.” 같은 건강·지속가능 언어로 포지셔닝하면서, 원료 조달과 품질을 강조한다.  이런 메시지는 해조류가 단순히 ‘저칼로리’라서가 아니라, 식물성 스낵 시장의 문법(비건, 글루텐 프리, ‘클린한’ 이미지) 안에서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리포트도 같은 방향을 제시한다. Research and Markets는 해조류 스낵 시장이 2026년 22.1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2030년 32.1억 달러까지 성장(연평균 9.8%)할 것으로 전망하고, 성장 요인으로 식물성 스낵 수요, 기능성 식품 채택, 서구 시장 확장, 시즈닝 혁신, 지속가능한 해양 소싱을 든다.  “해조류를 먹는다”는 행위가 어느새 ‘건강한 간식’과 ‘지속가능한 선택’의 상징으로 번역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인식이 좋아질수록, 같은 속도로 커지는 축이 ‘규제와 안전’이다. 유럽에서는 해조류가 ‘좋은 음식’이 되는 만큼 ‘관리해야 하는 음식’이 된다. PHAROS Project는 2026년 2월 게시글에서 유럽 집행위원회 차원의 새 규제가 해조류(거대조류) 제품에서 요오드와 중금속 기준을 상당히 엄격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생산자에게 생존의 위협이자 공정·재배 방식 혁신의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이 지점이 바로 2026년 해조류 인식의 핵심이다.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는 ‘섭취량 가이드’와 ‘성분 표준화’를 동반하고, 그 순간부터 해조류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규격과 인증, 검사 체계를 갖춘 산업 원료가 된다. 즉, 해조류의 대중화는 호의적 인식의 확장인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기준을 요구하는 제도적 이동이다.

이 양극화를 더 전문적으로 이해하려면 “왜 규제가 따라붙는가”를 생산 방식까지 연결해야 한다. 해조류는 바다에서 자라며, 종(species)·양식 환경·가공 방식에 따라 요오드 함량과 오염물질 리스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해조류가 스낵으로 일상화될수록, 원료 관리와 생산 인프라가 핵심이 된다.

실제로 해외에선 해조류를 ‘양식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고, 켈프(다시마류) 양식은 로프(줄) 기반의 장대식(long-line) 구조로 운영되며 수확·가공 체계가 산업화된다. “바다에서 채취한 자연 식품”으로만 보이던 해조류가, 이제는 재배·가공·규격이 결합된 농수산 공업재로 다뤄지는 셈이다. 인식의 전환은 결국 생산과 제도의 전환을 부른다.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해조류는 ‘원물’보다 ‘포맷’으로 먼저 서구 시장에 들어갔다. 미국 대형 유통에서 PB 스낵으로 팔리고, Wegmans에서 멀티팩으로 반복 구매되기 시작한 순간, 해조류는 이국적 식재료가 아니라 카테고리 상품이 됐다.  둘째, 카테고리화는 곧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요오드·중금속 기준이 강화되는 논의는 “해조류가 더 많이 소비되는 사회”가 요구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셋째, 한국이 강점을 갖는 김·미역 역시 앞으로 경쟁의 중심이 ‘맛’에서 ‘신뢰’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같은 해조류라도 어떤 종을, 어떤 환경에서, 어떤 기준으로 생산·가공했는지가 브랜드 가치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왔다. 해조류는 지금, 더 인기 많아지는 만큼 더 까다롭게 평가받는 식품이 됐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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