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쫄깃한 탄수화물의 재발견, 떡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06 07:46:35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해외에서 떡은 오랫동안 설명하기 어려운 식감으로 분류됐다. 빵처럼 폭신하지도, 파스타처럼 부드럽게 끊어지지도 않는다. ‘쫄깃하다’는 한국어의 긍정적 뉘앙스는 영어의 “chewy”로 번역되는 순간 미묘하게 흔들린다. chewy는 맛의 칭찬이 아니라, 때때로 ‘질기다’는 불만으로 오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떡의 식감이 호불호를 갈랐고, 싫어하던 이유는 대부분 텍스처였다.
그런데 최근 3년(2023–2025) 사이, 이 “거부감의 질감”이 “호기심의 질감”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된다. 결정적인 변화는 떡 자체가 아니라, 떡을 설명하는 프레임이다. 지금 해외에서 떡은 ‘한국 전통 간식’으로만 소개되지 않는다. “쫄깃한 탄수화물(chewy carb)”이라는 새로운 탄수화물 옵션으로 재분류되며, 익숙한 음식 포맷 속으로 들어간다. 이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건 크게 세 갈래다. 현지 언론이 떡을 어떤 언어로 설명하는지, 어떤 제품이 유통을 타고 들어갔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수출 숫자로 어떻게 찍히는지다.
현지 언론이 떡을 “한국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탄수화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떡이 낯설지 않게 된 첫 번째 신호는, 서구 매체가 떡을 소개하는 방식이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Korean rice cake”라는 문화 설명이 앞에 섰다면, 지금은 “이 질감이 어떤 즐거움을 주는가”가 먼저다.
미국 매체 The Takeout은 떡을 맥앤치즈에 대입하는 흐름을 다루면서, 떡을 “chewy texture and neutral taste”로 요약한다. 즉 떡을 ‘이국적인 재료’가 아니라, 소스와 결합하기 좋은 탄수화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의미가 크다. 외국인이 싫어하던 이유였던 쫄깃함이, 여기서는 오히려 장점(chewy texture)으로 재포지셔닝된다.
Delish가 최근 소개한 ‘Tteok ’n’ Cheese’(떡+맥앤치즈 퓨전) 역시 같은 방향이다. 떡볶이에서 출발하되, “치즈·크림 소스”라는 완전히 익숙한 서구 컴포트푸드 문법 속에 떡을 넣고, 떡의 쫄깃함을 ‘재미있는 변화’로 설명한다.
이 두 사례는 하나를 말해준다. 떡이 수용되는 경로는 “한식 이해”가 아니라 “익숙한 음식 포맷 속에서의 텍스처 경험”이다. 싫어하던 질감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데에는, 맛보다 ‘프레임’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떡볶이는 텍스처 장벽을 ‘맛이 먼저 설득’하게 만드는 입문 장치가 됐다
떡 자체가 텍스처로 호불호를 만들었다면, 떡볶이는 그 텍스처를 대중화한 입문 장치다. 떡볶이는 떡의 쫄깃함이 낯설기 전에 소스가 먼저 말한다. 매콤달콤, 치즈, 크림 같은 강한 풍미는 텍스처를 숨기는 게 아니라 “텍스처를 즐길 맥락”을 만든다. 그 결과, 첫 경험에서 ‘질감이 이상하다’가 아니라 ‘씹는 재미가 있다’로 전환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흐름은 매체 보도에서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연합뉴스 영어 보도는 2024년 떡 수출 증가를 전하면서, 수출이 늘어난 배경으로 글로벌 한식 인기와 함께 떡류 수요 확대를 언급한다. 조선일보 영문 기사도 “글로벌 떡볶이 수요”가 쌀떡(떡) 붐을 견인한다는 맥락으로 정리한다.
즉, 떡볶이는 단순히 “유행 메뉴”가 아니라, 떡의 식감을 ‘호기심으로 번역’하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현지 영상”에서 떡의 포지션은 이미 ‘편의점/냉동고의 간편식’으로 이동했다
텍스처 전환을 더 빠르게 만든 건 유통과 영상이다. 특히 미국에서 떡볶이가 “냉동고에서 꺼내 10분 안에 완성되는 간편식”으로 소비되면서, 떡의 식감은 ‘낯선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간편식 식감’이 된다.
인스타 릴스 같은 현지 영상 콘텐츠에서는 “Trader Joe’s에서 보이면 잡아라” 같은 문장과 함께, 크림을 추가하거나 라면을 넣어 먹는 변형이 확산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소비자들이 떡을 “한국에서 먹는 방식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상은 떡을 ‘현지식 편의 방식’으로 바꾸며, 그 과정에서 쫄깃함은 낯섦이 아니라 “내가 커스터마이즈하는 재미”가 된다. 싫어하던 이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싫어하던 이유가 “만져볼 만한 대상”으로 바뀐다.
지난 3년의 수출 숫자가 ‘취향의 이동’을 ‘거래의 증가’로 확인해준다
바이럴은 조회 수지만, 시장은 물동과 매출이다. 떡이 진짜로 세계화되는지 보려면 수출 숫자를 봐야 한다.
2024년 한국의 떡 수출액은 9,140만 달러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같은 보도는 2019년 3,430만 달러와 비교하면 “5년 사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제시한다. 또한 2024년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미국(3,400만 달러), 네덜란드(800만 달러), 베트남(670만 달러) 등이 언급된다.
이 데이터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떡이 아시아권 내부 소비만이 아니라 서구권(특히 미국)에서 실수요를 만든다는 점. 둘째, 유럽권으로의 확산 가능성(네덜란드가 상위권에 존재)이다. 물론 수출 통계의 도착 국가는 최종 소비지와 다를 수 있어 “유통 허브 가능성” 정도로 신중하게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현지 수요의 “질감 전환” 서사는 이 수출 숫자와 잘 맞물린다. 떡의 쫄깃함이 ‘이상함’으로만 해석되었다면, 수출이 이 정도로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 지금은 쫄깃함이 “새로운 탄수화물 옵션”으로 소비될 만큼, 시장이 이미 한 단계 넘어와 있다.
싫어하던 질감이 ‘컴포트푸드’에서 칭찬으로 바뀐 순간
떡이 미국에서 새롭게 읽히는 장면은 종종 ‘맥앤치즈’ 같은 컴포트푸드에서 포착된다. The Takeout은 떡을 파스타 대신 넣는 방식이 오히려 치즈의 짠맛과 크리미함을 받쳐준다고 설명하며, 떡의 “chewy texture”를 장점으로 둔다.
과거라면 chewy는 불평의 단어였지만, 컴포트푸드 문법에 들어오는 순간 chewy는 ‘재미’가 된다. 싫어하던 이유가 호기심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전환점이다.
싫어하던 질감이 ‘냉동 간편식+영상’에서 놀이가 된 순간
떡볶이가 현지 냉동식품/간편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는, “그대로 먹지 않고 내 방식으로 바꿔 먹는 영상”이 핵심 역할을 한다. 인스타 릴스에서는 Trader Joe’s 제품을 기반으로 크림을 붓거나 라면을 넣고 치즈를 더하는 식의 변형이 공유되고, 떡은 ‘낯선 쫄깃함’이 아니라 ‘내가 완성하는 쫄깃함’으로 전환된다.
이때 텍스처는 거부감의 이유가 아니라 커스터마이즈의 대상이 된다. 호기심은 질감에 대한 해석이 바뀌었을 때 생긴다.
떡의 세계화는 “맛”이 아니라 “질감의 의미”가 바뀐 사건이다
떡을 싫어하던 이유는 질감이었다. 그런데 지금 떡이 사랑받는 이유도 여전히 질감이다. 달라진 것은 질감 자체가 아니라, 그 질감이 의미하는 바다. 현지 언론은 떡을 새로운 탄수화물 옵션으로 번역하고, 떡볶이는 강한 소스로 텍스처 장벽을 낮추며, 유통과 영상은 떡을 냉동고의 간편식으로 일상화했다. 그리고 2024년 수출 수치(9,140만 달러, 전년 대비 17.5% 증가)는 그 변화가 실제 시장 거래로 이어졌음을 확인해준다.
이 흐름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떡·떡볶이의 확산은 K-콘텐츠의 노출만으로 설명되는 단발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식문화가 텍스처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생긴 구조적 이동이다. 현지 매체가 chewy texture를 장점의 언어로 번역하고, 소비자는 익숙한 포맷 속에서 떡을 경험하며, 유통과 영상이 사용법을 표준화해 첫 경험의 실패 확률을 낮춘다. 그 결과가 수출 증가로 찍히는 순간, 떡은 ‘한국 간식’이 아니라 파스타·뇨끼·누들과 경쟁하는 하나의 탄수화물 옵션으로 자리한다. 앞으로의 관건은 정통성을 고정하는 데 있지 않고, 냉동·상온 유통에서 식감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품질과, “왜 이 쫄깃함이 즐거운가”를 설득하는 스토리텔링을 함께 설계하는 데 있다.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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