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너머의 깊은 맛, 그리고 통영이 건네는 한 도시의 결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5-11-28 23:12:33

통영의 식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하다. (두번째 통영 이야기) 통영수협 = 병어집하

[Cook&Chef = 서현민 기자] 11월 주말, 서울에서 통영까지 400km가 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 섬바다 음식학교 4기 반건조학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지역 식재료와 어업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도착한 통영은 서울과 다른 기온과 분위기로 프로그램의 방향을 암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번 교육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됐으며, 단순한 조리 실습을 넘어 통영의 자연환경, 지역 산업 구조, 식문화 배경을 함께 살피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첫 강의에서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은 “바다에도 테루아가 있다”는 말로 지역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바닷물의 흐름, 조류, 지형, 수온과 같은 자연적 요소가 지역 해산물의 질과 맛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었다. 통영의 해산물이 가진 특색과 반건조 기술의 기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이었다.

이후 진행된 해맑은생선구이복국 최규식 대표의 강의는 반건조 생선의 실제 작업 과정을 다뤘다. 겨울철 생선의 맛이 가장 깊어지는 이유, 선도 유지를 위해 저온 환경에서 모든 손질을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 반건조 과정에서 맛이 농축되는 원리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가공 과정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반건조 생선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고도의 노동력과 경험이 결합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통영의 식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다찌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대추나무 다찌의 이창선 대표는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전통 다찌상을 선보였고, 이 경험은 통영 주민들이 일상에서 구축해온 식문화의 실제 사례로 기능했다. 단순한 조리 방식 이상의 지역 생활양식이 반영된 장면이었다.

통영 수협 = 고등어 경매

둘째 날 이른 새벽에는 통영 수산업의 핵심 공간인 경매장을 방문했다. 어선의 입항, 해산물 하역, 경매사의 신호 체계, 가격이 빠르게 형성되는 구조 등 통영 수산업이 운영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지역 해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구조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현장이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일정은 포트럭 실습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해녀, 여성 어부, 요식업 종사자, 조리 전공 학생, 예술 분야 종사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자가 통영 식재료를 기반으로 요리를 준비해 식탁을 구성했다. 자연산 굴과 섭, 지역 해산물, 천연 재료를 활용한 국물 요리 등 통영의 식재료가 실제 조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 부르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바라본 통영은 특정 도시와의 단순 비교보다 고유한 지역성을 가진 곳에 가까웠다. 다만 식문화·지리·해안 도시의 구조를 기준으로 보면 통영은 프랑스 남부 니스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었다. 니스가 지중해성 기후, 해산물 기반 식문화, 관광과 미식 산업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도시라면, 통영 역시 자연환경·어업 구조·조리 문화·지역민의 생활 방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요소가 식재료의 풍미와 활용 방식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 이는 통영이 특정 도시를 닮았다기보다, 스스로의 환경과 생활 문화로 구축된 ‘미식 기반 해안 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진 곳임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섬바다 음식학교는 조리 기술 교육을 넘어 지역 식문화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통영이 가진 자연적·문화적 요소는 교육 과정 전반에 드러났으며, 지역 식재료를 연구하거나 조리 기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참고 가치가 있는 사례로 확인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얻은 관찰과 경험은 향후 식문화 연구와 지역 기반 조리 활동에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섬바다음식학교=동피랑캠퍼스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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