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선물하다” — 블루보틀이 보여주는 서사의 힘

정서윤 기자

cnc02@hnf.or.kr | 2025-11-13 16:59:55

매출보다 ‘감정의 경험’을 택한 브랜드의 겨울 전략 출처 : 블루보틀

[Cook&Chef = 정서윤 기자] 한 해의 끝자락, 거리에는 불빛이 켜지고 커피 향이 짙어진다. 겨울은 단지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감정의 온도가 달라지는 시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 시기에 ‘무엇을 주고받을까’를 고민하곤 한다. 블루보틀은 그 대답을 커피 한 잔에 담아냈다. 이번 2025 홀리데이 캠페인의 주제는 ‘The Art of Gifting’. 물건을 건네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결을 나누는 행위로서의 ‘선물’을 이야기한다.

블루보틀은 이 프로젝트를 매출 중심의 캠페인이 아닌 ‘브랜드 서사 구축’의 무대로 삼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브랜드에게 특별한 시기다. 소비자는 구매가 아니라 ‘공감’을 원하고, 브랜드는 이 시기에 자신이 어떤 감정을 대표하는지 증명해낸다. 이런 시기에 블루보틀은 제품보다 먼저 ‘감정’을 이야기했다. 커피는 수단이지만, 그 뒤에 놓인 인간적인 온기와 관계의 미학을 읽어낸것이다.

이번 캠페인은 배려의 언어와 세심한 취향이 담긴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블루보틀은 겨울 시즌 한정 원두 3종 ‘윈터 블렌드’, ‘윈터 싱글 오리진’, ‘윈터 에스프레소’를 선보였고, 주니퍼 시럽과 핑크 페퍼콘을 곁들인 ‘윈터 라떼’, 진저와 스파이스로 풍미를 더한 ‘진저스냅 놀라’, ‘진저스냅 놀라 플로트’ 등을 한정 음료로 출시했다. 여기에 ‘체리 피스타치오 마들렌’과 ‘스노우볼 쿠키’ 같은 디저트는 겨울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또한 블루보틀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작은 제스처’를 테마로, 5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홀리데이 기프트 백을 증정하고, 카페 내에는 직접 손글씨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홀리데이 카드를 비치했다. 브랜드는 이 따뜻한 행위를 통해 커피를 다시 ‘관계의 매개’로 되살린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블루보틀의 이번 홀리데이 캠페인이 크리스마스의 전형적 상징(산타, 트리, 눈송이)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브랜드 고유의 색감, 즉 고요하고 단정한 미감을 유지하면서도 ‘선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드러냈다. 이는 블루보틀이 추구해온 미니멀리즘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과장된 화려함 대신 절제된 배려. 그것이 블루보틀이 구현해내는 그들만의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결국 블루보틀의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의 철학이 얼마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커피의 향보다 오래 남는 건 그 향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 블루보틀은 그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다.
이 캠페인이 증명한 것은 단 하나 — 진짜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마음을 설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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