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 입동(立冬)
온라인팀 기자
philos56@naver.com | 2017-11-06 23:14:59
TODAY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입동(立冬)
11월 8일은 천지만물이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시기, 곧 매서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다. 이맘때면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는 노래가 입에 착 달라붙고, 외갓집 마당 한쪽에 있던 감나무 생각이 나기도 하는 때 입니다.감나무 꼭대기에 서너 개 덩그러니 남아 을씨년스럽게 보이던 까치밥이라고 부르던 ......
WRITER _ 이하림
2월 4일 입춘을 시작으로 5월 6일 입하를 거쳐 8월 8일 입추까지 지나 오늘 입동에 이르렀으니 올해도 다 지난 셈이다. 입동에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 해 바람이 독하다는데 과연 그날의 날씨는 어떨까요?
월동 준비는 하셨나요?
20대에는 첫째, 부츠 장만하고 둘째, 파마하고 셋째, 애인 구하는 것으로 월동 준비를 마쳤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순번에도 없던 김장이 그 첫째 자리를 차지합니다. 요즘엔 사 먹거나 절인 배추를 사다 양념만 만들어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를 구할 수 있는데다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있으니 김장하는 일이 예전에 비하면 일도 아니라지만, 그래도 주부 입장에서 보면 겨우살이 준비 가운데 김장만큼 큰일이 어디 있어야지요? 하다못해 대여섯 통이라도 담가 김장 흉내라도 내려니 맘이 바빠집니다. 조금 지나 날이 더 추워지면 옴짝하기 싫어지거든요.
때가 되니 어릴 적 김장 풍경이 떠오릅니다. 예전엔 집집마다 보통 한두 접씩 김치를 담갔으니 배추 절이랴, 무 다듬어 썰랴, 쪽파에 갓 등등, 보통일이 아니었지요. 며칠 전부터 아버지는 땅 파서 항아리 묻는 일로, 아이들은 세숫대야에 배추 한두 통을 담아 머리에 이고 집까지 배달하는 일로 손을 보태 제 김장값을 했습니다. 절인 배추에 소를 채우는 한쪽에선 된장 풀어 배춧국 끓이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기고 여린 배춧잎에 양념 섞어 서너 개 먹고 나면 입안이 얼얼, 손부채 부치며 ‘아 매워, 아 매워’ 난리 치고……. 품앗이 온 동네 아주머니들 수다에 짧은 해는 꼴딱 서산으로 넘어갔지요.
세월에 따라 김장 풍속이 변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입동 전후가 되면 아직도 곳곳에서 산같이 쌓아놓은 배추나 무 따위의 채소가 보이고, 좋은 젓갈 사려고 강화니 소래니 광천 등지로 바삐 다니는 차량도 있는 걸 보면 아직까지는 우리네 김장 풍속이 크게 변한 것 같진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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