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11 / 700년, 26대를 이어온 와인명가의 걸작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2-12-08 21:55:40
- 코 끝으로 향을 맡아보면 잘 익은 과일, 블랙 베리, 자두, 체리의 향이 은은하게 피어 올라
이태리 와인하면 꼭 듣게 되는 ‘수퍼 투스칸’
안티노리 가문은 7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세계 최장수 기업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어 그 발전의 흐름을 어느 한시대로 집약하기가 쉽지 않지만 가장 놀라운 발전은 25대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에 의해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수퍼 투스칸 와인을 탄생시킨 인물이다. 세계 유명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태리와인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무엇보다 이태리 와인산업의 근대화와 고급화를 이끌었다.
안티노리 후작이 안티노리를 이끌던 당시, 이태리는 유럽 국가에 와인을 전파하였음에도 와인 종주국의 자리를 일찍이 프랑스에 내주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오랜 기간 통일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던 터라 와인산업의 발전이 미미했다. 주로 내수용에 그쳤고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이태리 와인이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는 와인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빈티지 차트를 보면 이태리 북단인 피에몬테에서 남쪽 시칠리아 섬까지 최고의 와인을 생산해낸 해로 평가 받았다. 그 중에서도 토스카나 와인은 단연 돋보였고 이태리 와인이 세계 유명와인들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발판이 마련된다.
2000년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잡지인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지 100대 와인 발표에서 솔라이아(1997 빈티지)가 1등으로 선정에 이어 “올해의 와인(Wine of the Year)”으로 오른다. 이태리 와인 역사상 처음이었다. 1그리고, 이 훌륭한 와인에 어떠한 등급도 없음에 더욱 놀랐다. 미국 와인 애호가들은 “수퍼 토스카나(Super Toscana)”라는 멋진 이름이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이태리 와인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안티노리 후작의 이름을 그대로,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마르케제 안티노리(Marchese Antinori), 안티노리 후작이라는 이름의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생산된 최소 27개월 이상 숙성된 리제르바 급 와인(Chianti Classico Riserva)이다. 한 잔을 담은 와인은 강렬한 루비 레드의 색깔이 인상적이다. 코 끝으로 향을 맡아보면 잘 익은 과일, 블랙 베리, 자두, 체리의 향이 은은하게 피어 오른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적당한 느낌의 탄닌과 입안을 가득 메워주는 구조감은 와인을 생산한 안티노리의 면면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티냐넬로와 같은 포도밭의 산지오베제로 생산된다. 프랑스산 그리고 헝가리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하였고 다시 12개월 병 숙성시켜 내놓는다. 모든 이태리 와인이 그렇듯 육류, 파스타. 스테이크, 한식, 치즈와 잘 어우러져 좋은 마리아주를 이룬다. 안티노리에서 생산된 수 많은 와인 중 안티노리 후작이 어떤 이유로 토스카나의 전통적인 와인인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 자신의 이름 붙여 넣었을지 궁금해진다.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은 가문의 근간이 된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과 산지오베제에 무한한 사랑을 지니고 있었다고한다. 자신의 이름인 ‘마르케제 안티노리’를 유명한 수퍼 투스칸 와인이 아니라 키안티 클라시코에 부여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끊임없는 품종개발로 토스카나의 자존심인 산지오베제는 이제 피노 누아와 같은 고급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안티노리 가문은 이태리 와인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안티노리 가문이 이태리 와인 역사에 끼친 영향력은 수백년에 걸친다. 안티노리는 가족기업으로 가문의 와인 생산 역사는 11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피렌체 와인 길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1385년을 와인 생산 원년으로 삼고 있다. 단 한세대도 끊이지 않고 가족 경영으로 이어 오고 있다. 전 회장인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은 25대이며 장녀 알비에라 안티노리를 중심으로 세 자녀가 26대로 모두 가업에 참여하고 있다.
안티노리 가문의 와인 생산역사는 윌리엄 오하라(William T. O’Hara)의 저서 ‘세계장수기업, 세기를 뛰어 넘은 성공’에 세계 최장수 와인회사로 소개되어 있으며 기네스북에도 올라가있다. ‘이태리 와인의 역사를 바꾼 와인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는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에게 기존의 전통을 뒤엎는 것은 쉬운 일이었을까? 프랑스 포도 품종을 들여오고 기존의 와인 생산방법을 무시했을 때 토스카나의 전통을 중요시하는 동료 와인 생산자들의 비난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혁신과 전통은 정반대의 개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이 있었기 때문에 안티노리 가문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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