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정감사] 보도자료에선 사라진 ‘식품’, 현장서 존재감 보일까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0-13 21:27:13

농해수위 국감 보도자료 전수조사 결과, ‘식품’ 연관 2건뿐… 조리·소비자 관점 거의 없어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이경엽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의 2025년 국정감사가 오는 14일부터 시작된다. 올해 국감은 기후위기, 농업안전, 유통적자 등 농정 전반의 현안을 다룰 예정이지만, 정작 식품산업과 소비자 중심의 의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쿡앤셰프가 10월 1일부터 13일까지 농해수위 소속 17명의 의원실이 배포한 국감 관련 보도자료 60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식품’, ‘가공식품’, ‘식품안전’, ‘외식’, ‘한식’, ‘식문화’ 등 국민의 식생활과 직결된 주제를 다룬 자료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이 두 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에서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의원실은 농민, 수산, 재난, 산불, 유통적자, 농협 등 1차 산업 중심의 현안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농민은 있어도 식탁은 없다’는 말이 현실이 된 셈이다.

생산자 중심의 국감… “식탁의 논의는 어디에 있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국감의 시선이 여전히 농업 중심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보도자료 대부분은 농촌 인력난, 농정 예산, 농업금융 부실, 농어민 복지 등 생산자 중심의 의제를 중심으로 다뤘다. 윤준병 의원은 농수산물 무역적자와 정책자금 부실을, 서삼석 의원은 지역 통신망과 산불 대응을, 김선교 의원은 농협 적자와 병해충 피해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이들 모두 지역 현안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국민의 식탁으로 이어지는 ‘가공–유통–소비’ 단계의 논의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을 부처 명칭에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정책’은 여전히 농업의 부속 영역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식품을 산업·문화가 아닌 ‘농산물의 부산물’로 인식하는 오래된 관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편향이 “국민이 체감하는 식생활의 질적 문제를 외면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한 식품정책 관계자는 “국감의 80%가 생산자 중심 이슈라면, 정작 국민이 매일 마주하는 ‘식탁’은 어디서 논의되는가”라며 “식품안전, 유통, 조리산업, 외식문화 등 2차 산업적 논의가 국회에서 제도화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통식품·유통구조 두 건뿐… 송옥주 의원의 ‘예외적’ 시도

식품과 관련된 보도자료는 단 두 건이었다. 12일 발표된 〈전통식품·민감품목 식품공전 분류 통폐합 우려〉와 13일 배포된 〈장바구니 물가 상승 주범은 독과점 소매유통〉이다. 두 자료 모두 송옥주 의원실에서 배포한 것으로, 하나는 전통식품의 정체성 훼손 우려, 다른 하나는 대형 유통사의 독과점 구조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다뤘다. 즉,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구조’라는 두 축에서 식품 문제를 동시에 짚은 이례적 시도였다.

특히 식품공전 개편 논란은 전통 장류·김치류·떡류·절임류 등 한식의 근간이 되는 식품군이 행정상 ‘농산가공식품류’로 흡수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행정 효율성의 이름으로 전통의 다양성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안은 향후 국감 질의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식품부 간의 정책 관점 차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공백을 메우는 ‘식탁의 언어’

이번 조사 결과는 국회가 여전히 ‘농촌’을 이야기하면서도 ‘식탁’을 이야기하지 않는 현실을 드러냈다.
그 사이 식품산업, 조리업, 외식업, 전통식문화 등은 제도적 공백 속에 방치돼 있다. ‘한식’은 세계화 전략의 상징으로 활용되지만, 정작 국회 안에서는 정책 언어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조리사, 셰프, 식품소비자, 영양사 등 ‘식탁의 주체들’은 여전히 정책 논의의 외곽에 머물러 있다.

정책의 시선이 생산지에만 머문다면, 식탁 위의 문제는 시장과 개인의 몫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감이 진정 국민을 위한 무대가 되기 위해서는 ‘농민의 밥상’을 넘어 ‘국민의 식탁’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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