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사)한국조리기능장협회 초대 이사장 이순옥 교수

조용수

philos56@naver.com | 2017-10-10 21:15:19

음식 앞에서는 겸손하고 손님 앞에서는 당당하게 !!

Interview 

 

음식 앞에서는 겸손하고 손님 앞에서는 당당하게 !!
(사)한국조리기능장협회 초대 이사장 이순옥 교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는 없다' 구스타포 말러가 이야기 했던가. 박자 기교가 아니고 악보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연주자의 마음과 정신이라는..,, 요리를 할 때나 학생을 가르칠 때나 인성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한국조리기능장협회초대 이사장 이순옥 교수의 철학이 구스타포 말러의 생각에 닿아있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이천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한국관광대학에 도착했을 때 조리사유니폼을 입은 이순옥 교수가 살갑게 기자를 맞아 주었다. 햇살 내리쬐는 한국관광대학의 교정은 처음 방문한 것 같지 않게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TV 요리채널에서 요리 강연 할 때의 이순옥기능장의 모습과 대학 교단에 서있는 이순옥 교수의 별 차이 없이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에 기자는 오히려 세련됨을 느꼈다. 그녀에게 한국조리기능장협회 초대 이사장이 된 소감과 배경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순옥 교수는 한국조리기능장협회 회장으로 협회를 이끌어 오다 2014년 1월 7일에 고용노동부에 승인을 받아 사단법인 한국조리기능장협회 초대 이사장이 되었다. 사단법인으로 승인을 받을 때 쉽지 않아 발품을 좀 팔았다고 그 당시 힘들었던 일들을 토로하는 이순옥 이사장은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말들이 많다. 기능장이 되기 위해선 우선 시험을 치러야 한다. 96년 이전까지는 6차까지 시험을 보던 것이 96년 이후부터는 3차로 바뀌었다. 자격은 조리사 경력 7년 이상이며 이론, 실기(한식은 필수이고, 전공실기)를 보는데 4~5일을 걸쳐서 본다. 60점 이상이면 합격인 조리기능장 시험은 2000년부터는 1년에 4월과 10월에 있다. 현재 기능장은 460명 정도이며 신년 하례식에 모이는 회원들을 보면 300여명 정도가 활발히 활동한다. 한국조리기능장시험에 통과한 기능장은 입회비 100만원과 연회비는 5만원의 연회비를 내야 사단법인 조리기능장 회원 자격이 주어지며, 회원들 모임은 5월, 8월(1박2일 수련회로), 11월(정기총회), 1월(신년 하례식) 1년에 4번 분기별로 모인다. 회원동정과 실적이 있는 회원들의 정보로 꾸며진 협회 회지도 일 년에 두 번 발간하는 등 협회 활동이 왕성하다.

협회를 균형 있게 끌고 나가기 위해 새로운 수익사업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는 이순옥 이사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기능장 회원끼리 지분을 나누어 자본을 투자해 이익도 같이 배분하며 함께 동참하는 분위기로 새로운 사업체를 설립하는 것이 근간의 숙제라고 한다. 협회 중에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외식경영자협회는 경영인들이 모인 곳으로 주인의식이 다른 협회보다는 남다르고 회원들이 사활을 걸고 해서 운영이 잘 되고 있는 롤 모델이다. 이순옥 이사장이 늘 강조하는 조리사들의 권익과 위상은 자신들이 높여야 한다고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고 있다는 이순옥 이사장은 1993년에 취득한 여성 기능장 1호이다. 이순옥 이사장이 처음 요리의 입문은 79년도로 왕준련 회장(6.25전쟁 직후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 까지 한국국민의 식생활개선 운동을 주도한 1세대 요리연구가이며 그 당시 청와대 요리담당)을 따라다니며 요리를 배웠다. 왕준현 회장은 자동차를 개조하여 캠핑카로 전국을 다니며 카스테라도 만드는 것을 알려주고 요리의 전반적인 것을 계도하고 다녔는데 그때 많은 것을 배웠다.  

요리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학원생 중에 누군가가 시금치 데치는 질문을 했다. 시금치 데칠 때 왜 소금을 쳐야하고 뚜껑을 열고 데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순옥 교수는 너무 당황했다. 생각 해본적도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냥 스승이 하라는 대로 배운 요리가 이론에서 벽에 부딪친 것이다.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자괴감을 느껴 곧바로 강사를 그만 두었고, 그로부터 1년 반을 대학입시준비를 하여 85년도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에 입학했다. 실기가 완벽한 바탕을 이루고 있었으니 요리이론은 머리에 쏙쏙 잘 들어왔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기를 쉽고 일목요연하게 가르치고 있다. 실기를 모르고 이론만 가르치는 교수법에는 교수, 학생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비포장도로 였던 조리교육 전반적인 문제들을 이순옥 이사장과 선배 교수들이 하나씩 닦아 놓은 아우토반을 지금의 학생들이 달리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기능장 위의 조리사 명장제도는 2000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고용노동부와 산업관리공단에서는 조리는 서비스업이라 생각하고 그 서비스는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여 쉽게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술보다 조리 쪽은 늦게 명장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교육계에 있는 기능장은 명장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이순옥 교수는 명장이 되지 못했지만 지금은 명장 심사를 하고 있다. 명장이 되기 위한 조건은 자격증 10점, 연구개발실적 20점, 인성품성 10점, 봉사 10점, 경력 20년, 경력 20년 이후부터는 1년에 0.5점씩 가산점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까다로운 절차로 명장을 선발하는 것이다. 조리사 명장 1호는 한국관광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캐피탈호텔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춘섭 명장이다. 지금 현재 명장은 9명. 문제는 훌륭한 명장을 만들어 놓아도 그 처우가 문제이고 명장을 활용하여 후배들이 전수를 받아야 하는데 호텔이나 업장에 근무를 해도 58세 정년에 부딪치면 퇴직을 해야 한다. 정년이 긴 대학은 65세 정년이므로 명장들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앉으니 실무를 사장시킬 위기에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는 젊은 후배들이 명장들의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되어있다. 한국도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되었다. 현장기술이 전수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명장, 기능장들을 활용 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어느 위치보다 한국 음식세계화의 선두에 있는 이순옥 이사장은 요즘 색다른 제안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을 외국인들이 와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어 홍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채식위주로 건강한 발효음식인 한식은 웰빙 푸드로 인정받고 있는 우수한 음식이다. 한국음식의 매력 또한 다양성에 있다. 나물무침의 음식도 소금, 간장, 된장, 식초 등 재료와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낼 수 있으며, 전도 어떤 재료이든 밀가루나 계란, 부침가루에 따라 다양한 갖가지의 전으로 모양을 달리한다. 양념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요리는 외국인들이 따라 하기 어려움이 있어 양념의 단순화와 소스 단일화를 시켜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이순옥 이사장이 또 한 가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외국의 한식당 수준이 너무 엉터리로 국적 불명의 음식이 한식이라고 나오고 있다고 꼬집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 이민 나간 교포들이 기준 없는 한식을 만들어 음식점 영업하고 있어 체계화된 한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가 없다. 식재료의 사입 형편도 그러한 문제이고 한국 사람만이 한국식당을 이용하니 발전이 되지 않는다고 문제점을 꼬집어 준다. 궁극적으로 해야 할 숙제는 해외에 진출한 한식은 외국인들도 즐겨 먹는 고급 요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맛을 내는 재료는 꼭 써야 한다. 고추장, 된장이 들어가야 한식인데 너무 변형이 되면 않되는 것이다. 태국만 같아도 인적 인프라나 식재료 등 모든 것을 일괄되게 국가에서 관리하여 외국에 내 보낸다.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으로 관리를 하고, 기관이나 연구소를 만들어 관리감독을 해야 한식의 세계화가 기초를 이룰 것이다.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므로 기초를 튼튼하게 가르치고 적극적으로 연구함은 물론 조리사들이 외국어도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교육만큼 좋은 것 없다. 봇물 터지듯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털어 놓은 이순옥이사장은 아이디어를 또 한 가지 말하고 있다. '음식 실명제' 그녀가 음식 실명제를 해야 한다고 말을 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참신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이다. 의미를 부여하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조리사의 입지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내가 이 음식을 정성들여 만들고 그 마음을 당당하게, 성의와 감동을 표현하여 말 할 수 있을 때 조리사의 요리는 진정 하나의 의미가 되고 꽃이 되는 것이다.

이번 학기 종강을 하며, 학생들에게 조리사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강의의 요약이다.
1. 조리사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에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2. 교육은 평생 직업을 갖기 위해 받아야 하므로 열심히 해야 한다.
3. 인생에의 멘토를 정해라. 의지와 용기를 갖게 해 주는 인생의 멘토가 있어야 흔들리지 않 는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조리사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들어야 할 마땅한 조언을 들었다.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 ‘음식 앞에서는 겸손하고, 손님 앞에서는 당당하라.’ 이제 육순을 갓 지난 이순옥 이사장은 요즘 졸업한 제자들 주례를 자주 선다. 주례를 설 때 조리사 유니폼을 입고 주례를 설꺼라며 신랑 신부에게 먼저 말해준다고 한다. 조리사의 정신을 고취시키는 그녀의 한 단면이다. 물론 연미복처럼 새로 만들었지만 앞에는 조리사 유니폼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서 입고 주례를 선다고 한다. 인생의 새로운 발은 내 딛는 제자들에게 보여주는 스승의 마음가짐이리라. 

오늘날 조리사의 위상도 예전보다는 높아졌다. 젊은 후학들에게 창창한 미래를 밝혀주는 든든한 버팀목, 이순옥 이사장은 오늘도 공기 좋고 물 맑은 이천 교정에서 아이디어를 내느라 골몰하고 있다. 의기 창창하고 추진력 있는 한국조리기능장협회 초대이사장 이순옥 교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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