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트 컬렉터 라치과 김재철 원장 “치과인지 미술관인지 헷갈린대요”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5-12-02 20:49:20
- 미술품 컬렉터이자 화가, 연주가, 사진가로 활동
김재철 원장은 컬렉터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는 화가이기도 하다. 보통 병원 1층은 환자 접수창구나 대기실로 쓰이지만 라치과 1층은 미술품 전시장 겸 김 원장의 작업실로 활용된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로 사용했던 빈티지 트럭 모형 옆에는 그가 그리던 그림이 이젤에 받쳐져 있다. 작업실 중앙에 놓인, 대형 독을 이용해 그린 사람 얼굴도 김 원장 작품이다.
1층에서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주크박스를 비롯해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초창기 발레 사진 작품 등 다양한 전시물과 만날 수 있다. 이어 항아리, 고서적, 조각품 등이 놓인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가면 더 많은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꼭대기 층에서 만난 이우환, 이종학, 천경자의 그림은 특히 반가웠다. 그런데 몇 작품 빼고 대부분의 작품이 바닥에 그냥 두서없이 널려 있는 게 독특했다. 심지어 그 귀한 천경자의 ‘미인’도, 최영림의 ‘여인’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얼마나 수집품이 많으면 그럴까 싶었다. 그러나 수집품이 많다는 것 외에 김 원장이 작품을 이렇게 보관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첩첩산중 식 전시는 김 원장만의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1세대 모더니스트로 불리는 정규(1923~1971) 작가부터 이병삼, 이기봉, 박미란, 요시토모 나라, 이대원, 황주리, 오세영, 김일태, 김효숙, 김만근, 김성근, 황규백 등 국내·외를 막론한 500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일은 이곳을 찾는 이에게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김 원장은 그날 빨간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라치과 건물도 빨간색이 주조를 이룬다. 그의 병원 건너편에는 그가 운영하는 ‘카페라’가 있다. 라카페도 온통 빨간색이었다.
“빨간색은 태양의 색입니다.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의 신 라(Ra)를 상징하는 색이 빨간색이죠. 라치과와 라카페는 이 ‘라’에서 영감을 얻은 작명입니다. 라는 태양의 신이면서 세상을 창조하고 질서를 주관하는 신입니다.”
“여성의 신체는 창조주 최고의 작품”
그는 라치과를 운영하면서 미술품 컬렉터, 화가, 누드사진작가, 섹소폰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만도 대단한데 현재 라 카페 운영과 성동구 복지관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특히 누드사진을 찍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창조주의 피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게 인간이다. 신은 여자를 만든 후 창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까워 제대로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2년 말에 공개돼 지금까지 3억7500뷰를 기록하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Nxde(누드)’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Why you think that ’bout nude. ’Cause your view’s so rude. Think outside the box(누드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해. 네 관점이 너무 무례하잖아.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 봐).”
“아리따운 나의 누드, 아름다운 나의 누드, I’m born nude(나는 벗고 태어났어). 변태는 너야.”
영원한 예술애호가, 영원한 자유인 김재철 원장. 그의 꿈은 평생에 걸쳐 모은 수집품을 전시할 만한 번듯한 미술관을 짓는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그릴 것이고 모을 것이며 많은 사람과 미술품 감상을 공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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