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교수 / 제주 한라대학교 : 가르침과 배움을 함께하는 행복한 조리 기능장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18-04-20 19:06:27
170여만 명의 조리기능사 자격을 소유한 사람 중, 자기 계발과 한국조리문화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8년을 거쳐 조리 전문분야에서 학술과 봉사, 조리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일정 과정을 통과해야만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조리기능장은 현재 600여 명 정도이다. 이 중 바다에 둘러싼 제주의 섬에서 유일하게 일식 부문 조리기능장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제주 출신으로 제주 한라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는 최영진 교수이다.
photo _조용수 기자
Master Chef Story
가르침과 배움을 함께하는 행복한 조리 기능장
제주 한라대학교 최영진 교수
“2005년 일식을 전공으로 조리기능장을 취득했습니다. 현재 제주에는 일식을 전공으로 조리기능장을 취득한 이는 아직까지는 저 한 사람뿐입니다. 조리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8년 동안 산업체 근무 경력이 있어야 조리기능장 응시자격이 주어지지만 저는 자격을 갖기 3년 전부터 조리기능장 필기시험을 매년 응시하며, 조리기능장 취득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조리기능장 취득을 목표로 사전준비를 통해 좀 더 빨리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특급호텔 일식당에서 근무하여 전공인 일식은 자신이 있었지만, 한식 조리는 새롭게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모교인 제주 한라대학교에서 한식 궁중 요리과정 야간수업을 청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수업 참관을 허락해 주신 박희열 교수님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어린 저를 어머니처럼 대해주시면서 조리사로서의 비전도 세워주시고, 칭찬과 격려를 통해 자존감을 찾을 수 있게 지도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그 고마움을 후학들에게 교육을 통해 전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병대 군 생활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자아를 발견하게 되었고, 요리 공부를 통해 얻어진 자신감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최영진 교수의 조리사 입문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어릴 때 농사를 짓던 집안의 막내로 요리는 전혀 생각외의 직업이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선생님 또는 사회복지사를 희망했습니다. 군대생활 때 후임이 조리기능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조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선임 취사병이 휴가로 대신 제가 차출되어, 15일 동안 취사병을 하게 되었고,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장병들을 보고 요리에 대한 자신감과 조리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최 교수는 이후 자신의 장래를 설정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50가지를 추려보고, 그중에서 5가지를 정리해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 정했다. 제대 후, 대학 진학을 위해 대입학원에 다니던 중 진학 안내서에서 대학에 조리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자신의 적성과 하고자 하는 일과 딱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해 바로 조리학원에 입문하고, 한 달 동안 조리 교육을 받아 한식조리기능사를 취득했으며, 이후 제주 한라대학교 호텔조리과에 입학하였다.
제주 한라대학교 입학은 인생에 있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홀로 학교 실습실에 남아 새벽까지 빵도 만들고, 요리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통해 재미있게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수석 졸업의 영광을 얻고, 특급호텔 조리사로 취업까지 성공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양식과 제과제빵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미래의 제주 생활을 고려해 제주 해산물을 활용한 일식에 도전하기로 결심하였다.
“제주의 해산물을 이용한 멋진 일식 요리를 만들어 내는 꿈을 키웠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픈하는 부산 롯데호텔 조리팀 일식 조리사로 원서를 냈습니다. 면접을 볼 때 심사위원분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다가 한 심사위원이 ‘최영진 씨가 지원자 중 조리 관련 자격증을 가장 많이 취득했네’라고 하자, 이후 남은 15분 동안 저에게만 관심을 보였고, 최종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조리 관련 국가기술 자격증 5개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취업할 당시만 해도 IMF 직전 연도로 취업하기가 무척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부산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의 (현재는 퇴임한) 백선일 과장,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이상범 과장 그리고 일본인 조리장 밑에서 일식 조리사 생활을 시작한 최 교수는 당시 함께 근무하던 여러 선배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기능을 터득했다. 그러던 중 고향인 제주에 롯데호텔이 오픈하게 되어 고심 끝에 제주 롯데호텔로 이직하였고, 이후 제주에서의 조리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제주 롯데호텔 일식 조리사로 근무하면서 2002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제주 한라대학교 겸임교수로 교수의 첫발을 내디뎠고, 2005년 제주 한라대학교에 전임강사로 임용되었다.
최영진 교수가 조리사로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어떤 요리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건넨 질문에 “일식 요리는 거의 다 해봤습니다. 호텔조리사로 다양한 포지션을 두루 섭렵하였고 특히 일본인 조리장과 근무하면서 체계적으로 일식 조리기술을 습득하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그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시카운터 책임 조리사 시절 제주의 독창적인 조리방법과 제주 로컬 식재료를 일식 요리에 접목하는 자신만의 일식 요리의 틀을 만들었다.”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조리사의 꽃인 호텔조리사 현장을 떠나 학생을 양성하는 대학교수직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능적 측면과 조리사로서의 경험은 학교보다 호텔 현장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일정 기간 기능적인 수준은 향상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수평선을 그리게 됩니다. 또한, 직급이 올라가면 경영적인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요리에 대한 품평과 식재료 관리 등 영업이익에도 관심을 갖는 경영자로서의 종합적인 일들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배움을 위해 좀 더 특급호텔에서 조리사로서의 경험을 하고자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선생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갈등하고 고민한 결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저에게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어, 교수직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어린 시절 꿈꿔왔던 선생님의 길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리사의 길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제 인생에 최고의 선택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조리사로서의 품격과 의무, 조리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 생활 태도 등을 대학교수로서 그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조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존감 확립입니다. 조리하는 사람으로 자신에 대한 자긍심 없이는 창조적이고, 개성 있는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해 꿈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허황한 꿈이 아닌 조리사로서 멋진 인생을 살아갈 초석을 다지는 일은 있습니다. ”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연구실 또한 학생들로부터 잠시 빌려 사용하고 있는 공간으로 항상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교수실의 문턱을 낮추고 있단다.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저도 모른 것은 공부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식은 경험입니다. 경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만남은 인연이 되고 인연은 또 다른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습득했습니다. 학생들과 요리대회를 준비하고, 봉사 활동을 기획하며, 축제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사랑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조리사는 요리라는 매체를 통해 사랑을 전달하는 전령사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한 것이고,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 것은 더욱 행복한 인생이라고 교육하고 있다는 최영진 교수. 조리사의 길을 걸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자신과 같은 교육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면서 후배들에게 교육자로서의 경험의 기회를 갖게 하고 있다며 ‘교육은 과거가 없다. 교육은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다’라는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으로 정년 연장도 반대하고 적절한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학문과 경험, 그리고 트렌드의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한 해결 방법으로 칭찬과 격려를 통해 꿈을 갖게 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한 팀을 이뤄 요리대회에 출전하며 자존감을 심어주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제주 한라대학교에는 외국 유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의 생활을 경험시키고, 이 학생들의 자국으로 돌아가 자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좋은 교육자가 되어, 한국의 문화, 제주의 문화를 홍보하는 문화 전령사가 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유일한 일식 조리기능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최영진 교수가 앞으로 걸어갈 2018년의 행보에 어떠한 발자국이 남겨질지 기대해 본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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