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흑백요리사2’… 요리는 줄고, 전략만 남았다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5-12-29 20:54:28

시청률은 오르고, 요리는 뒤로… 전략이 중심에 섰다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요리계급전쟁 시즌2  }

[Cook&Chef = 서현민 기자]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넷플릭스 집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공개 직후 Global Top 10 TV(비영어권) 1위에 올랐고, 한국은 물론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여러 국가에서 각국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최소 20여 개국 이상에서 Top 10에 진입했다는 자료도 있다. 해외 시청자들은 포맷과 경쟁, 화면 위 요리에 집중했다. 국내에서처럼 출연 인물을 둘러싼 논란은 주요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시청은 이어지지만, 심사위원석에 앉은 백종원을 향한 불편함 역시 공존한다. 비판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모순적 상황이다. 그렇게 보면,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요리 서바이벌로만 보기는 쉽지 않다.

백종원은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시즌1과 시즌2에 모두 참여하며, 프로그램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공식 크레딧상 기획자나 크리에이터로 표기되지는 않지만, 그의 존재감은 평가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프로그램의 흐름과 인상을 규정하는 핵심 인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적 이해관계가 겹친다. 백종원은 국내 사업가를 넘어 이미 글로벌 외식 브랜드 보유자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 여러 국가에서 그의 프랜차이즈가 운영된다. 이런 상황에서 흑백요리사 출연은 단순한 방송 활동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전면에 서는 선택에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노출을 유지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해외 시청자에게 그는 “논란 대상”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이자 심사위원”으로 인식된다. 이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그의 프랜차이즈와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흑백요리사는 요리를 전면에 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 인물의 브랜드를 방어하고 확장하는 장치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은 흥행하고, 브랜드는 강화된다. 그 사이에서 요리 자체와 참가 셰프들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옅어진다.

국내 시청자는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지만 시청을 멈추지 않는다. 해외 시청자는 맥락을 모른 채 프로그램을 소비한다. 두 흐름 모두, 최종적으로 이득을 얻는 주체는 같다.

브랜드다.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요리보다 이미지와 노출 전략이 앞서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문제는 가볍지 않다. 콘텐츠가 평가되기 전에, 인물과 브랜드의 이해관계가 먼저 작동하기 때문이다.

흑백요리사는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요리인가, 아니면 정교하게 계산된 마케팅의 결과물인가.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분명해 보인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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