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식탁 위의 향이 몸을 바꾼다, 깻잎의 재발견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30 23:59:07

고기 곁 조연에서 건강 식재료로
다이어트·면역·뼈 건강까지 아우르는 토종 허브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깻잎은 늘 식탁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아온 채소는 아니었다. 상추와 함께 쌈 채소로 등장하고, 장아찌로 밥 한 술을 돕는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식생활이 ‘포만’에서 ‘균형’으로 이동하면서 깻잎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향과 영양, 활용도까지 고루 갖춘 식재료라는 점에서다.

향이 먼저 작동한다, 깻잎의 정유 성분

깻잎을 손에 쥐는 순간 느껴지는 특유의 향은 단순한 풍미가 아니다. 이 향의 핵심은 식물성 정유 성분으로, 항균·항염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선회나 고기와 함께 먹는 식문화 역시 이런 성분의 작용을 경험적으로 축적해온 결과라 볼 수 있다. 비린 맛을 줄이고, 식중독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향은 입맛을 돋우는 동시에 과식을 부르지 않는다. 강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음식의 지방감을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고기 섭취가 많은 식단에서 깻잎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포만감부터 눈, 뼈까지 온 몸 안 닿는 곳 없는 깻잎

깻잎은 체중 관리 측면에서도 실용적인 채소다. 열량은 낮고 식이섬유는 풍부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식사를 줄이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식사량과 속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다이어트가 ‘적게 먹기’에서 ‘잘 먹기’로 이동하면서 깻잎처럼 식단의 밀도를 조절해주는 채소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고기 한 점을 깻잎에 싸 먹는 방식은 열량을 낮추는 동시에 섬유질과 항산화 성분을 함께 섭취하는 합리적인 조합이다.

깻잎은 잎채소 가운데에서도 칼슘 함량이 높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칼슘의 체내 이용을 돕는 비타민 K가 함께 들어 있어 뼈 건강 관리에 유리하다. 성장기 어린이나 골밀도 관리가 필요한 중·장년층 모두에게 의미 있는 조합이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함께 들어 있는 점도 강점이다. 철분과 엽산 역시 포함돼 있어 채소 섭취가 부족하기 쉬운 식단을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깻잎의 짙은 초록색에는 이유가 있다. 베타카로틴과 플라보노이드 계열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의 전구물질로, 눈 건강과 면역 기능 유지에 관여한다. 깻잎의 베타카로틴 함량은 대표적인 채소로 알려진 당근보다 높은 수준이다.

항산화 성분은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를 늦추는 데도 역할을 한다. 자외선 노출이 잦은 계절이나 피로가 누적될 때 깻잎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유다.

조리법에 따라 달라지는 영양 전략

깻잎은 조리 방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영양 포인트가 달라진다. 비타민 C처럼 열에 약한 성분은 생으로 먹을 때 유리하고, 베타카로틴처럼 지용성 성분은 기름과 함께 조리했을 때 흡수율이 높아진다. 그 덕에 무침, 볶음, 찌개, 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깻잎을 허브처럼 활용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페스토나 소스, 주스 등으로 응용되며 서양 요리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강한 향을 가졌지만 재료의 맛을 덮지 않고 오히려 선명하게 만드는 점이 깻잎의 미덕이다.

매일 먹기 좋은 채소, 다만 ‘적당히’

깻잎은 일상적으로 섭취하기 좋은 채소지만, 모든 사람에게 무제한으로 권할 수 있는 식재료는 아니다. 칼륨 함량이 비교적 높아 신장 질환 등으로 칼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에는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건강한 식재료일수록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먹는 태도가 중요하다.

깻잎은 단기간에 몸을 바꾸는 기능성 식품은 아니다. 대신 식사의 방향을 서서히 바꾼다. 고기 한 점을 감싸는 한 장의 잎, 국에 띄운 몇 장의 향이 쌓여 식습관을 정돈한다. 늘 곁에 있었기에 새삼스럽지 않았던 채소. 깻잎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식탁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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