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 향기로 기억되지만 뿌리는 우리 땅에 있다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5-12-22 16:54:30
겨울의 제철 과실, 유자… 알고 먹으면 더 건강해진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겨울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새콤달콤한 향을 머금은 노란빛 유자다. 따뜻한 물에 유자청을 풀어 마시는 유자차 한 잔은 겨울을 나기 위한 한국인의 소소한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유자는 단지 향긋한 차 재료에 머물지 않는다. 겨울철 대표 제철 과실로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효 성분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유자는 비타민 C가 레몬보다 3배 이상 많다. 피로 회복과 감기 예방, 피부 건강에 탁월하며, 강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를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유자 껍질에 풍부한 리모넨(limonene) 성분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플라보노이드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든 지금, 유자가 제철 과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일본 과일로 알고 있는 유자, 사실은 남해안의 유산
많은 이들이 유자를 일본의 과일로 오해한다. 일본에서는 유자 목욕, 유자 소금, 유자 라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자를 활용하며 유자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자의 기원은 중국 남부이며, 한국에는 고려 말 또는 조선 초에 해상 교역을 통해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전라남도 고흥, 통영, 장흥, 보성 등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일본 규슈 방면과의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던 지역이었다. 자연히 유자도 이 지역을 통해 전래됐고, 현재까지도 이들 지역은 국내 유자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사랑받은 유자
유자의 활용은 현대에 와서만 주목받은 것이 아니다.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시의전서』와 같은 고조리서에는 유자를 넣은 저장식품, 약용차, 조림 요리 등의 기록이 등장한다. 껍질은 향신료처럼 사용되었고, 유자즙은 생강과 섞어 감기 예방 음료로 쓰였다. 조선시대 유자는 ‘특별한 날’의 상차림에도 올라가는 귀한 식재료였다.
그렇지만 현재는 유자의 쓰임이 유자청을 중심으로 다소 제한되어 있다. 다양한 활용법이 있었던 전통과는 달리, 지금의 유자는 겨울철 유자차 외엔 눈에 띄는 소비 형태가 많지 않다.
유자, 어디서 얼마나 자라고 있을까?
국내 유자 생산의 대부분은 남해안 온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전라남도 고흥군은 전국 유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산지다.이 외에도 통영, 거제, 남해, 보성, 장흥 등도 주요 생산지다. 이 지역들은 바닷바람과 따뜻한 기후 덕분에 유자 재배에 적합하며, 지역마다 품종과 향미에서 차별점을 두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고흥은 향이 짙고 과육이 단단한 품종, 거제는 과피가 얇고 즙이 풍부한 품종이 주를 이룬다.
청(淸)만으론 부족하다, 유자의 새로운 길
현대의 유자 소비는 유자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면이 있다. 유자청과 유자차 외의 쓰임새가 많지 않다는 것은, 유자의 가능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유자 활용의 다변화를 위한 시도가 활발하다. 고흥에서는 유자를 발효시켜 유자 식초를 만들고, 유자 껍질을 이용한 천연 화장품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통영과 거제에서는 유자를 이용한 수제 맥주, 유자 디저트 카페가 등장하면서 지역 특산물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유자는 ‘기분 좋은 향이 나는 과일’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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