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케이크에도 '그린 코어' 열풍, 레드&화이트에서 그린으로 바뀌었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2-26 23:59:51

말차·피스타치오 ‘초록 디저트’ 확산…케이크 상징색도 바뀌었다
SNS 인증 문화 타고 ‘트리 컬러’ 인기
사진 = 성심당 말차 시루(성심당 제공)

[Cook&Chef = 송채연 기자] 연말 디저트 시장에 색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딸기와 생크림이 만들어온 ‘레드·화이트’ 조합이 약해지고, 말차·피스타치오를 앞세운 ‘그린 컬러’ 케이크가 올해 홀리데이 라인업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음료·베이커리 전반을 관통한 말차 트렌드가 크리스마스 시즌과 맞물리며 케이크의 상징색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SNS에서는 말차를 활용한 트리 콘셉트 케이크 게시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연말 테이블을 ‘사진으로 남기는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케이크는 맛뿐 아니라 색감과 오브제 역할까지 동시에 요구받는 분위기다. 선명한 초록빛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직관적으로 연결되며, 인증샷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동한다.

이 흐름에 맞춰 주요 베이커리 브랜드들도 연말 제품 구성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녹차 파우더로 색만 살린 형태가 많았지만, 올해는 원료와 향미를 전면에 내세운 ‘프리미엄 말차’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프랑제리는 트리 콘셉트 케이크에서 말차 원료를 강조하고, 딸기나 초콜릿 등과의 조합을 통해 풍미 밸런스를 강화한 제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예약 판매에서도 기존 녹차 계열 제품 대비 높은 반응이 이어지며, 대표 딸기 생크림 라인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지역 대표 베이커리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성심당은 시그니처 ‘시루’ 라인업에 말차를 접목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수요를 끌어올렸다. 출시 직후부터 SNS 후기가 확산되며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일부 온라인에서는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원정까지 나섰다는 반응이 나왔다. ‘말차=연말 한정으로 꼭 먹는 메뉴’라는 인식이 빠르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그린’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녹차 크림을 두껍게 올리거나, 말차 베이스에 다른 풍미를 결합해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에서 초록색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말차가 한 해 동안 음료·디저트 시장에서 이미 ‘맛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만큼, 연말 시즌에도 자연스럽게 케이크로 확장됐다고 보고 있다.

피스타치오 역시 올해 ‘그린 재료’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했다. 초콜릿·쿠키·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로 번지며 고소한 풍미와 초록색 비주얼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맛’이라기보다, 올해 내내 쌓인 소비자 취향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만나 케이크 색감까지 바꿔놓은 셈이다.

한편 연말 디저트 시장에서는 ‘선물형’ 품목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식 크리스마스 디저트 슈톨렌은 보관성과 숙성 문화가 결합되며 선물 수요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케이크처럼 당일 소비에 집중하기보다, 미리 준비해 나눌 수 있는 디저트가 연말 선물 시장을 함께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말차 소비층이 두터워지면서 시즌 케이크 선택지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트리 모티프와 말차 색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올해는 그린이 크리스마스 디저트의 새 상징색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딸기와 생크림이 ‘연말의 공식’이던 시기는 분명 길었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장은 색부터 달라졌다. 초록빛 말차와 피스타치오가 테이블 위 분위기를 바꾸면서, 연말 디저트는 다시 한 번 ‘맛’과 ‘경험’을 동시에 겨루는 시즌으로 들어섰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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