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체리의 달콤함이 전하는 건강의 청신호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26 23:49:14
혈당 부담은 낮추고, 잠드는 힘은 높이는 과일의 기술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손이 먼저 가는 간식이 있다. 씻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고, 한 번에 많이 먹지 않아도 만족감이 크다. 체리는 그런 과일이다. 붉고 반짝이는 모양 때문에 ‘디저트용 과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체리는 의외로 몸의 회복 리듬을 섬세하게 도와주는 쪽에 더 가까운 식재료다. 바쁜 일상 속에서 피로가 쌓이고, 관절이 뻐근하고, 잠이 얕아지는 시기에 체리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체리는 서양벚나무 열매로, 우리에게 익숙한 버찌나 앵두와는 품종과 쓰임이 다르다. 무엇보다 체리는 항염·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혈당 반응이 비교적 완만하며, 수면과 관련된 성분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달콤한 간식’과 ‘기능성 과일’ 사이를 오간다.
몸이 무겁고 욱신할 때, 체리의 ‘항염’이 빛난다
체리의 대표 키워드는 항염이다. 체리의 붉은 색을 만드는 안토시아닌을 비롯해 폴리페놀 계열 성분들은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관절염이나 통풍처럼 염증이 통증으로 이어지는 질환에서 체리 섭취가 도움될 수 있다는 보고들이 반복적으로 소개돼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체리는 ‘아프면 먹는 과일’이라기보다, 염증이 쉽게 올라오는 체질이거나 식습관·스트레스로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 일상적으로 부담을 낮춰주는 선택지인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나 먹느냐’다. 체리는 작아 보여도 당분이 없는 과일은 아니다. 생과 기준으로 하루 10~15알 정도면 간식으로 충분하고, 혈당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7~10알 안팎으로 줄이는 편이 안전하다. 체리의 강점이 ‘적은 양으로도 만족감이 크다’는 데 있으니, 한 번에 과하게 먹기보다 '매일 조금씩'이 더 어울린다.
혈당은 천천히, 혈관은 편안하게
체리는 달콤하지만 혈당지수(GI)가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와 폴리페놀 성분이 함께 작용하면서 섭취 후 혈당이 급격히 튀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많다. 다만 같은 체리라도 형태가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건조 체리, 설탕에 절인 통조림 체리, 가당 체리 주스는 수분이 빠지고 당이 농축되거나 첨가당이 들어가 혈당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체리로 건강을 챙기겠다’는 목적이라면 생과(또는 무가당 냉동 체리)가 기본이고, 주스는 성분표에서 ‘무가당’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혈관 건강 측면에서도 체리는 매력적이다. 안토시아닌과 케르세틴 같은 항산화 성분은 혈관 내피를 보호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관여한다. 피로가 누적될수록 혈류가 탁해지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은데, 항산화·항염 식재료는 이런 ‘몸의 부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체리를 먹는 습관이 대단한 처방처럼 보이지 않아도, 식탁의 작은 선택이 결국 혈관 컨디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체리 몇 알이 수면을 돕는 이유
체리는 ‘잠’과도 연결된다. 체리에는 멜라토닌이 들어 있고, 특히 신맛이 강한 타트체리 품종은 멜라토닌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타트체리 주스를 일정 기간 섭취했을 때 수면 시간이나 효율이 개선됐다는 보고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일반 체리도 멜라토닌의 전구물질인 트립토판 등 수면 리듬과 관련된 성분을 갖고 있어, 늦은 밤 군것질 대신 ‘체리 몇 알’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꽤 실용적이다.
다만 수면을 위해서도 ‘적정량’이 핵심이다. 과일을 밤에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속이 불편해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잠들기 1~2시간 전, 5~8알 정도를 천천히 먹는 정도가 무난하다.
체리, 이렇게 먹으면 더 안전하고 맛있다
체리는 후숙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 과일이라 구입 후 관리가 중요하다. 씻지 않은 상태로 냉장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가볍게 헹궈야 물러짐을 줄일 수 있다. 상한 알이 섞이면 주변까지 빠르게 무르기 때문에,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해 물러진 것은 바로 골라내는 편이 좋다. 장기 보관이 필요하면 씨를 제거해 냉동해두면 활용도가 높다.
함께 먹는 조합도 중요하다. 체리를 단독으로 많이 먹기보다, 무가당 요거트나 견과류와 곁들이면 포만감이 올라가고 혈당 반응도 완만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주의할 사람도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칼륨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과일 섭취 전 의료진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 혈전용해제(항응고제) 등을 복용 중이거나 특정 질환 치료 중인 경우도 ‘과량 섭취’는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리고 기본이지만, 체리 씨는 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체리는 몸을 확 바꾸는 과일이 아니다. 대신 몸이 무거워지기 쉬운 계절, 피로가 오래 남는 날, 잠이 얕아지는 주간에 ‘조용한 회복’을 돕는다. 달콤한데도 가볍고, 작은 양으로도 충분하고, 식탁에서 실천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체리는 일상을 덜 지치게 만드는 생활형 건강 과일에 가깝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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